쑥떡 먹으러 와라



관상용 복숭아꽃





 
골담초와 명자꽃


오월 일일, 느긋하게 주말을 즐기며 배추김치를 담으려고 옆지기에 마트에 가서
배추 한 망을 사오라고 시켰다.그는 무릎이 아파 찜질팩을 사는 길에 김치거리도 사가지고 왔다.
김장김치도 많고 열무김치는 신것이 있지만 난 신김치가 싫고 배추김치를 담고 싶어 
간만에 배추를 세 포기 샀다. 그는 부추도 큰것으로 한 단 사왔다. 
그렇게 하여 늦은 아침을 먹고 배추김치를 담으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그가 받았다. 애들인가 했더니만 그가 장난으로 받았는데 엄마다.

’밭에 갔다가 쓱뜯어다 쑥개떡 했다. 떡먹으러 와라..’
집에 간지도 오래고 엄마를 본지도 오래 되었다. 엄마는 쑥개떡을 핑계로 부른듯 했다.
김치 담으려고 한다고 했더니만 내일 담고 오란다. 
엄마의 전화 이후 갑자기 바빠졌다. 서둘러 화분에 물주고 청소하고 준비하여 시골에 갔다.
늦은 아침을 먹었으니 남들 점심 먹을 시간인데 배가 고프지 않다. 
그렇게 시골에 갔더니만 엄마는 혼자다.진짜 쑥개떡을 오전내내 해 놓으셨다며 
엄마는 한점시 담아 오신다.그와 난 점심으로 쑥떡을 맛있게 먹었다. 허리도 아픈데 밭둑에 꼬부리고 
앉아서 쑥을 뜯으셨을 엄마, 그것도 금방 한 것을 먹이려고 전화를 한것이다.
그리고 자식마다 다 챙기셨을 것이다. 큰오빠는 오전내내 있다가 방금 갔다며 전화를 해보란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밭을 누가 책임지고 가꾸지 않으니 걱정이신 것이다. 
비도 오고 밭을 일궈야 할텐데 그게 걱정이신 엄마,고추를 심으려면 두둑을 해야 할텐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 걱정이시고 이러저런 이유로 부르신듯 했다.

쑥떡을 먹고 오빠에게 전화 했더니 올케는 피곤하여 쉰다고 하고 오빠 혼자 내려왔다.
한달전에 차를 바꾼 오빠와 그는 무슨 할 말이 많은지 차에 붙어 이것저것 만져보고
엄마와 난 텃밭에서 상추며 시금치등을 뜯었다. 반찬도 없는데 저녁준비를 해야하니
엄마는 텃밭에서 엄마가 가꾸신 것들로 상을 차리려고 준비하시는 것이다.
아버지가 가시고 텃밭이며 멀리 밭은 엄마 차지다.그런데 허리가 온전하지 못하니 그도 힘든데
그래도 텃밭엔 이것저것 온갖 것들을 심어 놓으시고 잘 가꿔 놓으셨다.
아버지가 계실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비가 내리고 상추며 시금치 강낭콩 등이 이쁘게 올라왔다며 
좋아하시는 엄마, 아버지가 계셨으면 멀리 밭도 이것저것 심어 잘 가꾸셨을텐데..
엄마는 농사철이 되고 부쩍 아버지 생각이 나시는듯 했다.
난 멀리 밭에 ’미나리’ 핑계를 대고 그와 함께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 돌미나리가 많아 뜯어 오겠다고 하니
엄마는 봉지와 칼을 쥐어주셨다. 그와 가려는데 오빠도 함께 가겠다고 하여 함께 나섰다.
오빠의 새 차를 타고 가면서 그는 기분이 좋은듯 했다. 밭에 다다라 그와 오빠는 차에서 이야기하고
난 혼자 미나리가 있는 곳에서 미나리를 뜯었다. 황사가 심하였지만 그래도 들에 나오니 좋다.
아버지가 아기자기 일구시던 밭인데.. 아버지가 마지막 심어 놓고 가신 마늘이 잘 자라고 있다. 
이 밭은 유독 마늘이며 고추가 참 잘 되는 밭이다. 동네에서 마늘밑이 제일 잘 든다며 좋아하시던 아버지,
지금 그자리에 서 있지만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쟁쟁하다.

쭈그려 앉아 미나리를 뜯다보니 힘든데 그가 와서 거든다. 그는 뿌리채 돌미나리를 뽑고
난 칼로 뜯고..그러다보니 금방 한끼 먹을 만큼 뜯었다. 밭을 한바퀴 돌아 집으로 향하는데
괜히 기분이 좋다. 미나리 향처럼... 
집에 와서 돌미나리를 다듬어 씻어 삶아 엄마께 무치라고 하고는 상을 차렸다.
엄마는 우리가 밭에 가 있는 동안 오골계삼계탕과 머위나물 시금치 상추 엄마가 산에서 캐다 
담장에 심었다는 취나물까지 뜯어 한 상 차려 놓으셨다. 거기에 미나리까지 하지 정말 맛난 밥상이 되었다.
그동안 늘 혼자 드셨을 엄마 그리고 나, 우린 모두 맛있게 저녁을 배부르게 먹었다.
취나물쌈도 맛있고 머위나물무침도 맛있고 돌미나리무침도 맛있고...
정말 맛난 친정엄마표시골밥상이었다.모두가 모여서 먹으니 더 맛있었다.
고추를 심고 왔으면 좋았을텐데..오빠는 다음날 고추 심을 두둑을 만들고 밭을 간다고 했는데 
어찌 엄마 맘에 들게 했나 모르겠다. 오빠도 올라가고 우리도 늦은 시간 방아를 찌고 
엄마가 챙겨주시는 텃밭의 양식들 챙겨 들고 오는데 혼자 쓸쓸하게 집으로 들어가시는 엄마,
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다. 아버지가 심어 놓으신 화단에 나무들은 다시 봄을 맞고 
꽃을 피우는데 아버지만 먼 나들이를 떠나셨으니..올핸 복숭아꽃이 더욱 붉고 아름답게 피었다.


20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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