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엔 봄이 가득,봄 봄 봄





날이 너무 좋아 집에 있기엔 아까워 아침에 잠시 택배가 온다고 하여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뒷산으로 줄행랑.... 와 초입부터 진달래가 활짝 피어 맞아준다.
지난번만 해도 한 두 송이 피려고 하던 것이 이젠 '나 여기 있어요~~' 하듯이 모두 활짝 피었다.
진달래의 그 환함에 나비와 벌 그리고 이름모를 곤충들까지 바쁘다 바뻐~~




 

아침에 그러지 않아도 '김소월의 진달래꽃' 팔도버전을 읽고 한참 웃다 산에 갔는데
이렇게 활짝 웃으며 맞아주는 진달래는 만나니 마야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하며 흥얼흥얼 그냥 노래가 절로 나온다. 혼자서 신나게 진달래꽃을 진달래 앞에서 부르며
나비와 벌이 오기를 기다리니 날이 좋아 산행을 나온 사람들이 지나며 쳐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말 날도 좋고 꽃도 좋고..

 


산에는 이제 봄빛이 가득하다. 나무마다 정말 작은 잎들이 삐죽 내밀고 세상을 구경하고 있다.
자신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줄도 모르고 구경하고 있는 새 잎,
그런데 그 잎을 모두 따서 봉지에 담는 아줌ㅁ바, 좀더 보고 싶은데 나물을 뜯으시나 보다. 
아직 작은 잎인데...난 어디 새로운 식물이 올라왔나 두리번 두리번~
양지꽃은 이제 많이 피었고 제비꽃도 많이 피었다.
노루발풀도 많이 나왔고 다른 식물들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무릇 새 싹도 나오고..


  

정상 141m를 찍고 물오른 산벚나무를 지나 묘지에 가니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그곳은 나만의 아지트인 할미꽃이 지천으로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잘 내려오지 않거나 내려와도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 남의 묘지에..
그런데 난 그곳에 꽃들을 만나러 간다. 묘지 주인장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할미꽃과 조우를 했다. 와~~ 할미꽃이 정말 많다, 할미꽃 밭이다. 홀씨가 바람에 날려 번진듯 하다.
이곳에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할미꽃이 아니라 한두 포기였는데 이젠 할미꽃 밭이 되었으니
주인장 두분도 좋고 덤으로 나도 좋다. 언제 한포기 캐다가 울아버지 산소에도 심어 드릴까..

  

  




할미꽃


정말 많은 할미꽃들이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어디를 봐야할지 어떻게 담아야할지..그러다 나도 할미꽃처럼 땅에 엎어져 이상한 포즈로
할미꽃과 조우한다. 위에서 보면 얼마나 웃길까.. 땀은 비오듯 떨어져 내리고
할미꽃 수줍은 얼굴은 움츠러 들어 펴지질 않고 하얀 솜털을 만져보니 정말 보송보송하다.
애기솜털같은데 이름이 할미꽃이람... 손으로 살살 어르만지며 고개를 들어 보려해도
들지 않는 할미꽃... 오늘 정말 너무 많은 할미꽃을 보아서 눈을 감으면 할미꽃만 보일듯 하다.




현호색..아직 피지 않았다.


  
굴참나무,참나무,아카시나무


산에 가면 자주 나무의 표피를 만져보고 그 느낌을 느껴본다. 아니 나무를 자주 만지게 된다.
그러면 나무마다 그 표피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굴참나무는 울퉁불퉁 굵다. 굴참나무에 비하면 참나무의 표피는 잘잘한 편이고 아카시나무는
길죽길죽하다. 나무이 표피에서도 봄이 느껴진다.
가만히 귀에 대면 그들이 하는 소리가 들릴듯 하다. 
난 나무의 표피를 만지며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소리를 듣는다.
아니 봄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봄이 완연해지고 바람소리가 달라졌다. 
그속에서 괜히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오니 봄바람은 내게 와서 콧노래가 되었나보다.



아가배나무에도 새 잎이 돋아 나왔다.

 

 


조팝도 꽃몽오리가 맺혔다

 

 
꿀꽃도 이쁘게 피었다

 

 
제비꽃은 주위를 둘러보면 변종이 참 많다. 색상 변이가 잘되는지 약간씩 혼합된 꽃들이 많다.



산을 내려오는데 까치 한 쌍이 거시기 한다. 녀석들도 봄인 것이다.






산에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목적이 다르다.
그냥 산행을 이유로 오는 사람들은 복장이 산행복장이다.
주위 사무실에서 점심산책겸 온 사람들은 양복이나 그외 출근복이다.
나물을 뜯으러 오는 아줌마들은 체육복이나 간편한 복장이다.
나처럼 탱자탱자 하는 처자의 복장도 산행복이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산이 있어 산에 오고 산으로부터 무언가 하나씩 얻어간다.
난 오늘 너무도 값지도 많은 것을 얻었다. 진달래꽃 저 밑지방에서는 참꽃이라 하는
그리고 할미꽃 제비꽃 꿀꽃... 봄을 한아름 선사 받은 것처럼 기쁘다.
나비처럼 훨 훨 휘젓고 다닌 한시간여가 너무도 값진 에너지다.

너무도 작은 뒷산이라 조금 큰 산보다는 가진것이 적지만 그래도 내겐 값진 보물과 같다.
계절을 느끼게 해주고 철마다 다른 모습의 자연을 보여주고 꽃을 보여주고
여름엔 시원한 바람을 주고 겨울엔 바람도 막아주고 
그리고 산에 오르므로 해서 내겐 신선한 공기로 건강하게 해준다.
산에 오면서 많은 것들과 대화를 나누고 자연을 더 품에 된 것이 더할수 없는 행복이다.
잠시 흘린 땀방울처럼 그렇게 오늘 한방울의 땀이 땅에 떨어져 한 알의 씨앗을 키워내듯 
뒷산에서 담은 봄은 사월을 여유롭게 날 수 있는 힘찬 에너지원으로 저장되리라.
하산길, 바람이 너무도 시원하다. 가슴속으로 파고 드는 바람이 달콤하다.


201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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