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 도대체 이를 어쩐단 말인가요. 정말 난감한 고백을 들은것 같네요.봄방학 종업식날 담임인 유코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우유' 마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습니다. 한참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물론 우유는 중요하죠.그런데 반 아이들이 방금 마셨던 우유에 깊은 뜻이 숨어 있었네요.그녀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갑니다. 연초 그녀의 4살된 딸인 마나미가 학교 수영장에 빠져 죽는 사고가 일어났고 단순한 사고사로 결론이 났지만 엄마이며 과학선생님인 유코는 딸의 죽음에 대하여 의문점을 가지게 파헤쳐 들어가다가 단순사고가 아닌 타살이란 것을 알아냅니다. 그 마나미는 정말 귀하게 태어난, 남편이 될 뻔한 남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 때문에 포기하려다 낳은 아이라 더욱 소중했지요.그런 아이를 맡아줄 곳이 없어 어찌하다보니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에 학교에 데려오게 되었는데 그사이 사고가 나고 만것입니다. 그로 인해 담인은 종업식과 함께 자신은 그만 일을 접는다고 합니다. 자신은 이제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이죠.

왜 그녀가 사표를 내야만 했을까? 자신이 선생님이라면 학생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은 이젠 선생님이 아니니 아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직접 하겠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해 나갔던 것이죠. 그런데 우유와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 우유는 다른 우유가 아닌 남편의 에이즈피가 들어가 있었던 것,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자 두명이 그 반에 있었던 것. 그래서 자신의 손으로 복수를 하려고 남편의 피를 가져다 그 학생들의 우유에 넣었다는 것인데, 그럼 방금 그 우유를 마신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녀는 그 살인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갑니다. 아이들은 13살, 형법에서 벗어나는 나이, 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들은 엄연한 살인자, 그것도 자신들보다 어린 아이를 죽였으니 마땅히 죄값을 받아야 하는데 13살 살인자들은 너무도 당당하다는 것이 문제, 자신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한 양심도 없는듯 어제와 똑같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서 유코샘은 직접 복수를 하겠다며 나선 것인데 선생의 말을 듣던 아이들은 점점 굳어갑니다. 자신들이 살인자와 함께 있고 친구가 살인자라는 것에 대해.

유코는 A, B라고 살인자를 지칭했지만 모두가 알만한 아이들, 유코샘은 일에서 물러나고 살인자라고 지목된 아이들은 그럼 어떻게 될까. 살인자인 나오키와 슈야는 한명은 학교에 나오고 한명은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생각하여 학교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독특하게 유코가 살인자를 지목하여 우유에 에이즈 피를 넣었다고 하고 사라졌지만 나머지 살인자에 대한 처분은 주위사람들에 의해 또 다른 사건으로 변질된다. 학교에 나온 아이는 모두가 왕따를 시킨다. 그가 에이즈에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살인자라는 이유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를 처단한다. 집에 갇혀 지내게된 또 다른 살인자는 스스로 이겨내지도 못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자신을 법으로 처벌하려는 것이 아닌 감싸고 돌자 엄마와 전쟁을 치르듯 하지만 그 엄마도 그런 아들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누가 죽인것인지 모르게 엄마는 존속살인으로 인정이 된다. 하지만 발견된 그녀의 일기장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학교생활을 당당하게 했던 슈야 또한 죄가 사라진 것일까. 그 또한 불우한 삶을 살았던 것.엄마에게 버림받고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하여 그의 명석함이 암흑을 걷고 있었던 것, 하지만 끝까지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고 엄마를 찾아가도 엄마를 제대로 못 보는 슈야 또한 모든 행동들이 엄마의 주목을 받으려고 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그 또한 불행한 사고를 또 자행하고 만다. 죄의식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 부모의 삐뚫어진 사랑법이 아니 교육이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소설은 무섭게 숙주에서 변이된 듯한 사고들로 그 끝을 보여준다. 엄마의 삐뚫어진 사랑법과 관심이 결국 살인자 아들을 만들었고 엄마의 냉대와 자신을 위한 길을 찾아 나선 이기심이 또 한명의 어린 살인자를 낳고 말았다. 마나미의 살인에서 파생된 사건들은 정말 끔찍하고 무서울 정도로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렇다면 유코는 정말 아이들이 마신 우유에 '에이즈피' 를 섞었을까. 그 진실을 반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일이 일어나고 바로 우유팩을 가져다 시약검사를 해 보아서 우유에 피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입을 다물고 사건을 지켜본다. 우유에 에이지피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유코도 나중에 남편으로 들어 알게 되지만 사건을 조정하듯 한다. 어떻게 복수가 이렇게 변이하여 또 다른 괴생물체를 낳은것처럼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점점 발전을 해 나가는지. 우리 모두에게는 숨겨진 음이 자리하고 있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개를 드나보다. 그것을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살인자와 그렇지 않은 평범한 사람으로 나뉘게 되지만 이 소설은 아이들이 13살이라는 것에 주목을 한다. 그들이 양심에 대하여,아니 죄의식에 대하여 깊은 생각이 있을까.죄의식이나 양심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면 그런 장난과 같은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법의 처벌도 받지 않는 나이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처벌을 해야 할까. 아이취급하여 부모들도 그들을 살인자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을 감싸고 돈다는 것이 문제다. 아직은 어리지만 그들은 살인을 저질렀고 양심도 없는 아이들처럼 자신들이 저지른 살인에 대하여 당당하다. 한낱 장난을 저지른 것처럼 여기도 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나.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13살 살인자' 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있다. 그것은 그 나이의 살인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살인을 저질렀는데 나이가 문제가 될까. 법에서 심판하는 나이가 문제가 되어 살인자이며 살인자를 벗어나는 비살인자가 되는 아이들, 그들을 그렇다면 누가 처벌할 것인가. 그들의 죄를 그냥 놔둔다면 갱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무엇으로라도 13살 살인자들을 처벌할 수 없어 스스로 복수를 하려고 나선 유코, 하지만 그녀가 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됐든 주위 사람들이 되었든 그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의 그물에서 벗어났다고 하여 사회에서 그들을 받아주고 인정해준다면 더 많은 살인이 일어날 것이다. 누군가는 아니 진실은 꼭 심판대에 올라 그 값을 치룬다는 것이다.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으로 처음엔 시시하게 시작되는 듯 하다가 점점 끝을 알 수 없는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 누가 처벌을 내리든 점점 죄어오는 숨통,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것을 안 후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난처럼 시작된 살인은 걷잡을 수 없는 결말로 치달아 스스로 목을 조르듯 죄값을 받는 살인자들, 한사람의 고백은 복수를 낳고 그 복수가 또 잔인한 살인을 불러오는 연쇄사건의 이야기는 숨막히게 한다. 영화로도 나왔으니 영화 또한 원작과는 다르게 어떤 재미를 줄지 보고 싶다. '처음부터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센,그런 놈들이 제일 싫거든. 발명가인 내 입장에서 보면 너는 어디로 보나 인간 실패작이야.' 라고 하던 슈야의 냉혈한 말이 자꾸 뇌리에 남는다. 정말 섬짓하다. 어린 아이가 이런 말을 하다니.13살이 아닌 그 이상의 나이처럼 아이가 아이 같지 않았던 것은 부모와 사회가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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