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의 감성산책
이외수 지음, 박경진 그림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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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기전에 먼저 읽은 황경신의 단편소설중에 ’스케이트를 타고 싶은 코끼리 소원들어주기’ 라는 그런 소설이 있었다.작은 동물도 아닌 거대한 코끼리가 다른 것도 아닌 스케이트를 타려면 스케이트장은 얼마나 커야 하고 코끼리에게 맞는 스케이트는 대체 어디에서 구한단 말인가. 하지만 숲 속 동물친구들은 코끼리가 낙심하지 않게 한가지 한가지 방법을 찾아내어 그 소원에 근접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스케이트장은 그렇다면 남극 아니면 북극, 거대한 얼음을 힘들여 얼리지 않아도 그 자체가 스케이트장이다. 그리고 거기까지 코끼리와 그외 다른 동물들이 갈 수 있는 것은 뱃길이 제일 편할것이라는...이렇게 한가지씩 의견을 내고 제일 타당성이 있는 것들을 찾아가다보니 정말 코끼리라고 스케이트를 타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것은 어떨까, 가당치 않은 일지만 누군가 내게 날개를 달아주길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그 날개를 찾아 달 방법을 찾아보라는 이야기다.

<아불류 시불류>에서는 그가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에서 촌철살인을 느낄 수 있었듯이 이 책에도 그의 그런 글들이 나오긴 하지만 ’아불류 시불류’는 좀더 감성적인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제목처럼 좀더 진리적이고 무언가 이성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잠언,명언, 그외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들과 함께 그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이 담긴 글이 담겨 있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듯 장의 마지막에는 그이 감성적인 ’시’ 가 마지막 입가심을 하듯 담겨 있어 한 장을 끝내고 나면 감성충전을 할 수 있으니 다음 장으로 넘어갈때는 다시 이성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고양이그림처럼 제목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의 몸에는 밤하늘의 달과 별이 함께 담겨 있다. 느릿느릿 고양이걸음으로 읽으며 감성충전까지 하라는 그림으로 해석을 해 본다. 너무 빨리 읽다보면 체할것 같아 짧은 글은 한번더 읽어보기도 하면 쉼표를 찍는것처럼 좋다.

’뛰어난 미모는 나이 들면 시들어 버리지만 뛰어난 매력은  나이 들어도 시들지 않습니다. 미모는 외면에서 형성된 것이어서 시간의 제약을 받지만 매력은 내면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력은 어떤 경우에도 성형불가입니다.’ 

당신은 외면의 미로를 가꾸고 있나요 아님 성형이 자유자재로 마음대로 되는 내면의 매력을 가꾸고 있나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멀리 볼 것도 없이 가까이 있는 친구들만 봐도 외면에 치중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내면에 치중하는 향기나는 친구가 있다. 외면에 치중하는 친구는 늘 힘들다. 나보다 더 잘나고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따라가기 위하여 늘 허덕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보지 못하여 자신은 늘 가난하고 못생기고 부족한듯 하여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내면을 가꾸는 친구들은 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난다. 비록 많이 가지지 못했어도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 내면이 가득차 있기에 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어디에서도 자신으로 우뚝 설 수 있다. 그에겐 삶이란 희망이고 날마다 새로운 일상이다. 타인이 도둑질해가지 못하는 내면이 가득차 있어 퍼내고 퍼내며 다른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기도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슨 치기 정도로 본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정말 삶이 희망이다. 스스로 자신에게 날개를 달았기 때문이다. 남이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줄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날개를 다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내면이 아닌 ’외모지상주의’ 를 만들어가서인지 그런 사람들의 날개를 타의에 의해 부러뜨리고 있다. 그럴때 꼭 필요한 말들이 담겨져 있다. 무언가 쉼표와 같은 여유와 깨우침 진리와 번득이는 재치가 필요할 때 한꼭지씩 챙겨 읽어본다면 삶의 지침서가 될 그런 글들이 담겨져 있어 윤활유가 될 수 있다.

’보편적 슬픔’ 이란 이야기도 익기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지난 겨울엔 그런 ’보편적 슬픔’ 의 일을 당했다. 남에게 일어난 일은 그리 슬퍼보이지 않지만 내가 당하면 슬픔은 정말 크다. 나와 너의 차이에서 그렇게 슬픔도 기쁨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슬픔이 없는 집에서 겨자씨를 구해오거라’ 한다면 정말 슬픔이 없는 집이 있을까.전국을 돌아도 아니 세계를 돌아도 과연 슬픔이 없고 그런 곡절 한가지 없는 집이 존재는 할까.아무리 날마다 웃는 삐에로에게도 말 못할 슬픔이 있고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가 날마다 웃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그에게 기쁨만 있으란 법은 없듯이 슬픔 한꼭지 간직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힘든 것이다. ’ 슬픔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을’ 당연한 것이다. 슬픔도 기쁨도 누구에게나 있는데 그것이 ’나’ 냐 아님 ’너’ 인가 하는데도 그 크기가 다를 뿐이다. 그것을 보편적으로 받아 들이라는 이야기 친정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깊게 느꼈다. 아버지를 보내 드리기 전에는 그런 슬픔이 닥쳐 온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아님 그런 슬픔이 내게도 올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는데 내게 닥치니 정말 하늘이 무너진듯한 너무 큰 슬픔이란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도 또한 지나고 나면 망각의 동물이라 서서히 빛이 바래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른 이가 그와 같은 슬픔을 당하면 슬픔을 더 깊게 나눌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의 글들에게는 경험이 담겨 있어 더 마음이 간다. ' 진실로 글을 쓰고 싶다면 놀부처럼 살지 말고 흥부처럼 살아라. 다리가 부러진 제비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껴라. 글을 쓰는 일이 도를 닦는 일과 무엇이 다르랴. 내 마음 밖에 있는 것들을 모두 내 마음 안으로 불러들여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라.' 글을 쓴다는 것은 어느 순간에는 술술 실타래가 풀리듯 잘 풀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엉킨 실타래처럼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처럼 잘 안되는 날이 있다. 그런 속을 들여다 보면 그 글에 내가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가에 따라 느낌에서 오는 차이가 그렇게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느낄때가 있는데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한 작품은 좀더 쉽게 풀어 쓸 수 있었는데 읽으면서 겉돌기를 한 책들은 리뷰를 쓸때도 무척이나 힘들었던 것을 느낀다. 억지로 날개를 달아보려 했다가는 큰 탈만 나게 된다.그럴때는 과감하게 안되면 안되는 방향으로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이다.'아이야 뽑지 않아도 된다/ 내 인생도 때로는/ 눈물이었노라고/ 반짝이며 자라나는/ 은빛 실뿌리//' - 새치의 시 전문이다. 그냥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는 것이 어찌보면 제일 편할때가 있다. 일부러 물길을 만들기 보다는 물이 흘러가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순리이고 스스로 길을 찾는 방법이 될 때가 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어나갈수록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다. 한꺼번에 몽땅 털어 넣어 버리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있다. 지치고 내 실타래가 엉켰다고 생각될때 꺼내어 어느 페이지를 펴고 읽어도 마음의 매듭을 풀 수 있는 글들이 있어 좋다.

얼마전에 읽은 <기계공 시모다> 라는 책에 보면 시모다가 읽었다는 '메시아 핸드북'이라는 책이 소설속에 나온다. 그 책에는 짧은 글들이 있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펼쳐진 부분을 읽다보면 스스로 메시아에 이를 수 있는 '메시아 핸드북' 그 책은 다름아닌 <갈매기의 꿈>으로 유명했던 리터드 바크의 소설이다. 이 책은 그 책을 읽는 느낌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고 읽어도 길을 찾을 수 있다. 지금 당장 내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 내가 길을 정하기 전에는 모든 곳이 길이었다는 말처럼 길이라고 정의해 놓기 전에는 어디에나 길이 있었다. 보다 나은 지름길을 찾다보니 시행착오도 거치고 코끼리에게 꼭 필요한 코가 아닌 날개를 찾고 있지만 한박자 물러서서 있다보면 길이 보이고 길은 내 앞에 있다. 잠시 바라보지 못하고 찾지 못했을 뿐이지 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잠깐의 여유를 찾아 주는 책이다. 맘에 드는 부분들은 윗부분을 살짝 접어 놓고 다음에 다시 펼쳐볼때 기억하기 좋게 해 놓는데 이 책에도 접어 놓은 부분들이 정말 많다. 그만큼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의 글에서 좋은 부분들도 많지만 동서고금의 이야기만 따로 보아도 좋은 이야들이 많다. 알고 있었지만 다시 읽어본다고 내 날개의 깃털에 흠이 되지 않는다. 더욱 빛나고 화려하게 펼치고 비상할 수 있게 만들지 결코 방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숲 속을 천천히 걸어 피톤치드로 맑고 깨끗하게 샤워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 감성충전을 봄이 되기 전에 한번 해보면 어떨지,코끼리가 아닌 내게 날개가 돋아 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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