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노자와 히사시라는 작가는 <연애시대>를 너무 재밌게 읽고 주목하고 있다가 이 작품을 읽어봐야지 했는데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더 미루면 잊을것 같아 얼른 잡아든 작가의 미스터리 추리물이다.그는 연애물이든 추리소설이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다 잘쓰는 작가인데 그의 비극적 결말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이런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연애시대>에서도 작가는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가 뛰어났었다. 여자가 아니면서도 여자에 대한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살인사건이후 남져니 피해자의 딸 가나코와 가해자의 딸인 동갑네기인 스무살 두 여자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초등학교 6학년인 가나코가 수학여행을 간 사이 네명의 가족이 한사람에게 잔인하게 살해를 당했다. 왜 일까? 왜 가족이 몰살되는 그런 최후를 맞아야만 했을까.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포크댄스도 추고 싶었던 가나코는 수학여행지에서 친구들과 떠드느라 잠도 이루지 못하고 설레이며 늦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선생님의 다급한 부름에 자신에게 뭔가 않좋은 일이 닥쳤음을 직감하게 된다. 자신만 가방을 싸서 집에 가야 한다고 운동화마져 발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끈을 너무 조여놓은 것인지 톡톡 발을 땅에 두드르며 겨우 발을 집어 놓고 담임선생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가족이 있다는 병원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게 무료 네시간이나 걸렸다. 가는 잠깐 휴게실에 들리게 되고 그녀는 배설을 하지 못한다. 그녀가 휴게실에 들린 와중에 병원으로 전화를 했던 선생님은 병원이 아닌 감찰의무원으로 가야한다는 말에 끝까지 한사람이라도 살아 있길 바라던 소망이 무너졌음을 직감하게 되고 그녀에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공포의 시간이 된다.

그렇게 담임과 택시기사의 옥신각신 하면서 네시간여만에 도착한 병원에서 가족이 모두 죽었음을 알게 되고 마지막 부검을 위하여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네구의 시신들의 머리가 이상하다는 알게 되고 그녀는 전에 나들이를 갔을때 가족 몰래 장난을 쳤던 그들의 발가락을 만져본다. 그리곤 아버지의 하나밖에 없는 고모와 함께 장례를 치르게 되는데 그들 가족의 죽음은 크게 보도 되고 그녀는 이슈가 되고 있다. 그렇담 누가 가족을 살해했다는 것일까? 살인자 쓰즈키 노리오는 네 명의 사람을 살해한 '심홍의 한가운데' 망연자실 앉아 있다가 현장에서 검거 되었다.그는 왜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아무 이유없이 죽어야만 했던 어린 다섯살 네살의 동생 둘까지 죽인 것일까.

쓰즈키 노리오는 '상신서' 에는 그가 왜 범행을 저질러야 했는지 그간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가나코의 아버지와 함께 협력일을 했던 그를 가나코의 아버지가 이용을 하여 그가 죽은 아내가 남기고 간 보험금으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보증을 서게 되고 그 돈을 자신의 돈으로 갚아야만 했다. 그런데 가나코의 집에 왔던 쓰즈키는 가나코의 아버지가 보증을 서게 했던 인물이 다름아닌 가나코 아버지의 장인이라는 이유로 엄마까지 죽이고 아이들을 죽인후 귀가를 한 가나코의 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그것도 무참하게 해머로 때려서...수학여행으로 인해 다행인지 불행인지 화를 면하게 된 가나코, 그녀는 고모에게 맡겨지게 되지만 가족에게 달려가던 '네시간' 의 공포에서 그녀는 벗어날 수가 없다. 대학에 들어가고 독립을 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죽은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나 죄악감에 빠진다. '남겨진 자신만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죄악감을 자각하자, 뒤이어 가나코는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어졌다.' 철저하게 자신을 부서뜨리고 싶어진 가나코는 느낌도 없이 남자친구와 섹스도 하게 되고 얼마되지 않는 아르바이트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받게 된 많은 돈의 보험금이 있지만 그래도 아라바이트를 하고 철저하게 자신을 '살인사건' 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싶지만 늘 원점처럼 그 시간과 사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알게 된 가해자의 딸 미호,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자신이 빠지는 안식처에 그녀도 갇혀서 살고 있을까 점점 궁금해지게 되고 급기야 그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경찰과 기자를 찾아 미호를 찾아내게 된다.

살인사건 후, 피해자만 피해자일까. 가해자는 그렇다면 법의 심판을 받으면 끝나는 것일까. 가해자인 쓰즈키는 법의 심판을 받아 '사형판결' 을 받게 되지만 그렇다면 살해당한 가족,아니 가나코의 아버지의 죄는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만약에 가나코의 아버지가 쓰즈키의 부인이 죽으면서 남긴 보험금이 있다는 말을 듣고도 그냥 넘겼다면 자신이 응당 해야할 장인의 빚보증을 섰더라면 쓰즈키에게 살해를 당했을까. 가나코의 아버지가 죽은 후에 그의 부정행위가 점점 들어나고 그는 죽었지만 죄는 큰 이휴가 되었다. 거기에 아내가 아닌 애인까지 두고 있었다니, 그의 부정한 짓이 시초가 되어 모든 일이 일어나게 되었지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그렇담 이 시건에 적용시켜야 하나. 아무튼 가나코는 가해자의 딸인 미호가 일하는 술집에 찾아간다. 그녀는 그곳에서 바텐더로 힘들게 살고 있다. 늘 누가 먼저 다가오기 전에 살인자의 딸이라고 당당히 밝히었기에 그녀에겐 친구가 없다. 그런말에도 그녀를 따듯하게 안아주었던 한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지만 그녀는 늘 그와 다툼의 연속이고 아버지가 사형판결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감정을 품고 있는것 같지는 않다.

미호에게 쉽게 접근을 했지만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그녀의 친구가 되는 가나코는 그녀를 알기에 그녀의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듯 그녀를 조종한다. 하지만 가해자의 딸 역시나 그녀와 똑같은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가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살고 있는 남자에게 구타를 당하며 아이까지 잃게 되자 그녀에게 살인을 하라고 부추긴다. 가나코의 한마디에 급동조를 하며 그를 살해하겠다며 계획을 세우는 그녀 곁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점점 휘말려 들어가듯 자신도 똑같은 범죄자가 되려 하는 가나코,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공호의 네시간' 이 닥쳐 오게 되고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녀는 미호를 구하고 애인도 구하지만 자신과 똑같은 미호와 어울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조부모에게로 떠나는 미호를 배웅하고 그녀 또한 이제 다시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희망의 앞으로 향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살인사건보다 무서운 그 후에 공포와 고통의 시간을 벗어나기 위하여 몸부림 치는 두 동갑네기 여성의 심리에 더 주목이 되어 있다. 전반부의 잔인한 살인사건에 비하여 후반후는 가나코와 미호의 만남과 이별로 인한 심리적 묘사로 과거와 공포의 시간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그들을 어떻게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자신이 먼저 간 이들을 위하여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방황을 하지만 그렇다고 먼저 간 가족들이 과거에 매달려 연연하길 바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부디 잊을건 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길 바라지 과거에 매달려 살인자의 딸로 피해자의 딸로 암흑의 터널에서 헤매이는 것과 네 가족의 살해현장인 심홍의 비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망연자실해 있던 살인자나 무엇이 다를까. 그렇다고 죄가 밉다고 사람까지 미워해야 할까. 법은 그를 용서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 죄의 원인을 파헤치고 들어가면 그 또한 그를 용서해야만 할까. 라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살인사건이나 교통사고나 보면 모두가 나중에는 피해자이다. 한쪽만 상처를 입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처를 입게 되고 그 상처는 오래도록 아물지 않는다. 서서히 잊혀져가는 과거 상흔에서 그렇다고 두 가족이 만나야 할까.어쩜 서로 보지 않는 것이 더 이로울지 모른다. 자신의 거울인양 보게되는 살해자의 딸 미호의 모습은 심홍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듯 하다.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속에서 그것을 혼자의 힘으로 이겨보려 하지만 결코 그 깊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연좌제처럼 죄의 얼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겨진 가족들, 그 가족들에게 바치는 소설같다. 선과 악 두 마음을 동일하게 가진고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마음에서 우린 어느 편이 손을 들어주며 살고 있나. 가끔 악의 손을 들게 하는 그런 일들이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을 참지 못하다면 누구나 죄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죄를 미워해도 사람까지 미워하진 말라는 말차럼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 또한 선한 인간이었음을 그 또한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딸이었슴을 알게 하는 우리 마음의 원점을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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