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을여행 - 소통하고 나누는 착한 여행을 떠나자 참여하는 공정여행 1
이병학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구석구석 어디인들 고향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나의 고향이 아니면 누군가의 고향이고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님이 살아 계시거나 누군가가 지키는 곳, 그냥 눈으로만 여행하고 오는것이 아닌 오감으로 느끼고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고향의 푸근한 맛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는 여행, 그게 바로 마을여행이지 않을까 싶다.공정무역이 아닌 공정여행,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여행이라면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내 가까이 있는 어느 마을길만 걸어도 고향을 좀더 깊게 느낄 수 있고 그동안 잊고 지내던 외가댁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곳이 마을여행이며 체험여행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마을여행이라 그런가 시골이 고향이고 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농부여서일까 더욱 고향을 느낄 수 있었고 따듯한 아버지의 아궁이 같으면서 질박하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는 내 어머니의 뒤란의 옹기같은 그런 시골의 깊은 맛을 오롯이 느낄 있음이 좋았다. ’새끼를 이래 꽈옇고 요래요래 묶어 요쫙조쫙 다시 꽈옇고 해서 맨드는 긴데, 한시간을 갈콰줘도 몬 하는 기라,계란꾸러미, 짚신 삼기도 이래 애려운데 멍석 짜기를 우예 갈치노, 고마.’ 라는 말에 지난해에 보내드린 친정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으셔서 무엇이든 손으로 직접 만들어 쓰셨다. 커다란 멍석도 내가 어릴적에 몇 개를 짜셨는데 그 멍석을 짜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게 아무래도 마지막일것이다. 아마 다음에는 이런것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며 사용도 않을 것이다.’ 하시며 만드셨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 말씀처럼 멍석은 그 후로 만드시지도 쓰시지도 않으셨다. 그렇지만 지금도 시골집에는 아버지가 만드셨던 멍석이 남아 있다. 멍석 뿐만이 아니라 산에서 싸리나무를 쪄다가 껍질을 벗기고 물에 불려 그 나무로 광주리도 만드시고 채반도 만드시고 살림에 싸이는 다양한 것들을 만드시며 꼭 한마디 마지막 일것이란 말씀을 하셨고 물가에서 나는 풀종류의 비 만드는 것으로 몇 년 전엔가는 방비를 하나씩 만들어 주시면서 집에 보관하라고 하셨다. 아버지 가시면 만들 사람도 없고 그런것 보지도 못할 것이라며. 물론 지금도 그 방비는 울집 거실에 모셔져 있다. 쓰지도 않고 그냥 보관만 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던 것이다.그런 사소한 것들, 아버지가 직접 만드셨던 것들을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시골 어른들의 말씀마다 우리 아버지가 계신듯 하여 너무도 기분 좋게 읽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기전에 우리나라 여행을 여기저기 많이 다니자며 딸들이 초등학교때 어느날부터 갑자기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사춘기라 따라다니지도 방에서 나오지도 않을 듯 하여 그렇게 다닌 것이 그래도 큰 추억이 되고 있다. 그렇게 가본 곳중에서 이 책에 나오는 곳은 ’여수 돌산도 향일암’ 과 ’신안 증도’ 이다. 너무 반가웠다. 우린 먼저 여행지를 남해쪽으로 잡아 올라오면서 여행지를 들르는 식으로 많이 했다. 그렇게 해서 정한 곳이 한번은 여수 돌산도 향일암이었고 그곳에서 멋진 풍경을 보고 싶었는데 그곳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엔 비와 안개로 우리가 생각한 그런 여행을 할 수 없지만 다행히 비가 개어 추억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맛보았던 돌산도 갓김치는 잊을 수가 없었고 울집 막내는 그 후로 갓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안군 증도에는 아이들이 초등 졸업때인가 졸업여행으로 갔는데 그땐 한참 연도교가 공사중이어서 바지선을 타고 차를 가져갔다. 그런데 내가 사는 곳에서 남편이 새벽에 출발하자고 하여 새벽2시에 출발한것이 화근이었나 그곳에 이른 아침에 도착하긴 했지만 너무 피곤했고 여행철이 지나서 너무도 훵했다. 아이들은 잠이 덜깨어 한적한 섬에서 나가자고 하여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한바퀴 돌고 섬을 나오고 말았다. 그게 돌아온 후로는 너무 서운했다. 올라오면서는 영광이며 고창등을 들려 멋진 여행을 하긴 했지만 증도의 소금염전이 태평염전과 바닷가 엘도라도에서 한번 자보고 싶었는데 그 꿈이 깨지고 말았다. 물론 그때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태양광발전소도 한참 공사중이었다. 이게 뭘까 하며 신기하게 구경하다가 온 생각이 난다. 여행이라고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지만 이런 아쉬움도 남겨 놓아야 다음에 또 여행을 할 수 있는 여운이 남는 듯 하다.

이 책의 첫머리인 ’여는 글’ 에서 ’이 책은 불편한 여행을 위한 것이다’ 라는 말로 시작한다. 시골에 가면 우리에게 모든 것이 불편하고 낯설다. 나조차 고향에 가면 자고 오질 않는다. 내가 불편하기에 부모님이 불편하기에 그냥 올라온다. 가깝다는 이유도 있지만 불편한 것이 첫째이유이다. 마을여행이라면 먼저 그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어야 진정한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그의 말을 따라 가보면 ’오래된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 땅의 전통문화 한자락이 소멸해감을 뜻한다.’ 맞는 말이다. 언젠가 청원군 문이면에 갔을때 청풍호에 수몰된 마을 이야기를 읽다보니 참 안타까웠다. 물이 절실하게 필요하기도 하지만 물속에 역사와 모든 것을 묻어야 했던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우리네 시골은 점점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꼬부랑 노인들만 남았다. 그것도 할아버지들 보다는 할머니들의 터로 거듭나고 있다. 나의 고향만 해도 그렇다. 마을회관에 늘 모여앉아 계시는 분들은 할머니들 뿐이다. 우리 친정엄마도 그 대열에 끼게 되었지만 말이다. 젊은 사람들이 리턴이 되지 않는다면 마을은 언젠가는 그 수명을 다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아가야 할 고향이 없어지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고향도 살고 우리도 살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무조건 해외로 나갈것이 아니라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해 봄도 멋지지 않을까.

고향의 맛을 느끼다.
언젠가 티비프로에서 아바이마을에 아바이순대및 그 역사에 대하여 나오는 것을 잠깐 본적이 있다. 그런데 실향민 마을이 처음이다. 그들의 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명태순대'는 처음이다. 오징어순대나 그외 순대는 많이 들어보고 먹어 보았지만 그곳이 아니라면 그들에 의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명태순대' 마져 이젠 사라질 위기이고 그곳 또한 개발의 힘에 밀려나야한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고향에서도 밀려나고 이제 그곳이 고향인듯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젠 그 연세에 어디에 새로운 터전을 이루고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죄송하게도 우리 마을엔 도시 사람들 위한 편의시설이 없소잉. 군불도 본인이 직접 때야 헌게로 불편허고 성가시고 깝깝할 것이요. 미안허여. 그래도 고것이 시골 아니것소잉.' 이라는 말처럼 구수한  사투리가 그대로 그들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여행을 하는듯한 느낌으로 잔잔하게 잘 그려 놓았을 뿐더러 아바이마을하면 그곳에 가는 길및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등 주변 볼거리까지 모두 갈무리를 잘 해놓아 이 책 어느 한곳을 가고 싶을때는 들고 가면 제격일듯 하다. 아바이 마을에서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은 가자미 식해와 그외 식해에 대한 부분이라 적어본다. '식해란 무엇인가. 각종 해산물을 숙성 발효시켜 저정해두고 먹어온 우리 전통식품 젓갈의 한 종류이다. 재료에 꼭 곡물과 야채 등을 섞어 삭힌다는 것이 일반 젓갈과 다른 점이다. 생선 따위를 토막 내어 좁쌀밥이나 쌀밥 그리고 무, 마늘, 파 등 채소류를 썷어 넣고 고춧가루와 버무려 숙성시킨다. 식해의 재료도 일반 젓갈의 재료 만큼이나 다양하다. 가자미식해, 갈치식해,멸치식해,도루묵식해,노가리식해,명태식해,오징어식해,낙지식해등 수십 종을 헤아린다.' 이렇게 많은 종류로 식해를 담는지 몰랐다. 잘 알려진 가자미식해만 맛보았기에 그것만 일반적인줄 알았는데 정말 다양하다니 맛보고 싶은 수 밖에. 그외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아주 많이 등장을 한다. 이렇게 마을여행을 하다보면 어머니의 손맛처럼 변하지 않는 고향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뚝배기에 담긴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음식들이 조미료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잃버린 미각을 찾아줄 수도 있다.

체험마을로 거듭나는 마을들.
마을이 사라지지 않고 그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요즘 체험마을이 인기이다. 각기 지자제에서는 서로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그 지역에 맞게 특산물을 특화하던가 아님 지역특색을 살리던가 아님 문화적인 마을사람들의 능력을 상품화 하던지 하여 저마다 특색마을로 거듭나길 바라는데 어떻게하다가 잘못하면 그것이 오히려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마을에는 노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젊은 사람들처럼 민첩하지 못하니 그 또한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가 보태어지고 마을민과 지역민 모두가 합심하여 그리고 그곳을 여행하는 관관객 또한 함께 뭉쳐야 마을을 살리고 그 여행이 상품화 될 수 있는것 같다. 청주 수암골의 벽마다 그려진 수채화, 얼마나 기발한 생각인가. 위기에 놓인 마을을 생각지도 못한 관광마을로 거듭나게 했고 강원도  산나물 마을도 돈이 될줄 몰랐던 산나물로 인하여 다시금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고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며 어디 이런곳이 한두곳 뿐인가 괜히 눈으로 읽으며 마음이 흡족해지는 이야기들이 그곳 어르신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너무도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어 기분이 좋았다. 얼른 그 여행지에 가서 나도 공정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원래 살던 주민이고 귀농인이구 간에 다 힘을 보태야 마을이 잘되는거여, 건배.' 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새로운 희망을 보다.
강원도 산나물마을편을 읽을때는 산나물 축제 기간에 잊지 말고 꼭 가서 곰취도 한번 채취해 보고 산나물도 원없이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고 다하누촌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때는 한참 구제역으로 전국이 뒤숭숭해서인지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곳인들 성할까. 마을주민들이 한참 시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북적북적하던 곳이 지금은 사람 그림자를 찾아볼 수나 있기나 한것일까 하며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내고향 충청도 이야기에서는 정말 고향에 푸근하게 안기어 있는 듯한 느낌이 더없이 들었다. 한번 갔던 곳이나 아님 잘 알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서천은 어느해인가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곳이라 그곳 신성리 갈대밭을 한번 더 갔다 오자고 한것이 미루고만 있는데 정말 아이들과 시간을 내서 다시 한 번 더 가고 싶어졌다.전라도 물고기마을은 그런곳도 있었는가 했다. 어디에 그런곳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사람의 힘에 의해 그렇게 마을이 변모했다는 것이 대단했다. 고정관념을 버리면 마을도 진화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그것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모두가 함께 꿈을 꾸었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이지 않았나싶다. 전주의 막거리마을엔 언제 한번 가보고 싶다. 우리네 추억이 가장 많이 묻어 있는 것이 막걸리가 아닌듯 하다. 친정아버지 또한 농사 일을 하다가 목이 마르시면 집에서건 들에서건 막거리 한사발로 해갈을 하시곤 했다. 그 맛을 알지 못하지만 노란주전자의 추억은 많다. 그곳에서 빛바래가는 추억의 알전구에 불을 밝히고 싶다. 전북 진안의 흰구름마을, 얼마나 이쁜가 말이... 흰구룸이 둥둥 금방이라도 떠 다니듯 한데 어느 한사람의 생각에서 비롯된 발견이 큰 변화를 가져온 간판의 힘은 정말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 준듯 하고 너무 정감있고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 물들지 않은 하얀 구름이 둥둥 떠다닐것만 같다. 이쁜 간판들과 함께.마을이 변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 마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을 그대로 지키면서 무언가 도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직함으로 진실함으로 다가가도 그것이 문화코드가 될 수 있다. 

'사람냄새, 비린내,밥냄새, 땀냄새가 진동하는 포항의 대형 재래시장 죽도시장, 느긋한 마음으로 이 시장을 찾는다면 뜨끈한 인정 한 웅큼, 자질구레한 행복 한 봉지 챙겨올 수 있다.' 구수한 그 지역 어른들의 사투리 말 그대로의 언어와 작가의 모나지 않는 표현이 잘 어율러 그야말로 포근한 마을여행을 함께 떠난것과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너무 여행다운 맛을 풍기는 것도 아니고 시골 구석구석을 돌며 마을어른들과 함께 따듯한 시골밥상을 앞에 놓고 앉아 두런두런 주거니 받거니 말동무하듯 그렇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듯한 편한 여행서라 더욱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꼭 필요한 이야기와 정보를 주는듯 하여 정말 이 여행서 한 권 들고 떠나고 싶어진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여행지가 아니고 우리네 고향이야기고 우리네 부모님의 이야기며 우리네 이야기일 수 있기에 더욱 정감이 가며 모든것이 결코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닌 언젠가 꼭 찾아가 안겨 보고 싶은 곳의 이야기가 아닌가싶다. 사람사는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고 뭔가 희망이 있고 이직은 역사가 살아 있다는 뭔가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꼭 기억하고 보존해야할 그런 무언가를 가슴에 꼭꼭 심어주는 듯 하다. 난 다른것도보다 내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고 어르신들의 말씀에서 모습에서 아버지를 보고 느낀듯 하여 사뭇 반갑고 고맙다. 기회가 되면 가까운 곳부터 한번 마을여행을 떠나고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때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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