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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뒤에는 미국이 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저격사건이 있었던 때, 난 초등생 이었다. 어떻게 해서 그런일이 일어난 것인지 무척이나 슬프고도 무서웠던 때였다. 하지만 진실은 무엇인지 병풍뒤에 가려진 채 정말 김재규 그가 말한 것처럼 미국의 조정에 의해 꼭두각시 놀음을 한 것인지 궁금했지만 일반적인 사건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통령을 저격한 사건이기에 늘 쉬쉬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흘러간듯 하다. 사건이후 참으로 많은 시간동안 우린 민주화의 급물살에 휘말려 이곳까지 왔지만 정말 1026 진실은 무엇인가?
그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흥미롭다. 진실이 밝혀지지 보다는 수면위로 떠 오르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들을 그만의 날카로움으로 다루고 있어 더욱 대중적 호응을 얻고 있는 듯 하다. 얼마전에 읽은 <천년의 금서> 또한 재밌게 읽었다. 그는 작품에서 우리의 뿌리와 역사 그리고 진실에 대하여 좀더 가깝게 접근하려는 그만의 방법으로 극적재미를 더 해 주는것 같다. 이 작품 또한 대통령들이 나오고 꺼내 놓으면 '블편한 진실' 이 될 사건이기에 어떻게 받아 들이고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어쩌면 책 속 주인공인 변호사인 경훈은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가 밝히려 한 '진실' 처럼 작가 또한 우리에게 속 시원하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며 독자에게 '알아야 할 권리' 를 말해주는듯도 하다.
미국 보스턴에서 얼마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갈 변호사 경훈은 후배 수연이 판소리를 하는 모습에 왜 그녀가 판소리를 택하여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지 묻는다. 아마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것처럼 어쩌면 그들에게 이국적인 문화인 '판소리' 가 먹혀 들어갔는지 그녀의 수입은 짭짤했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밤 외출이 있다며 꼭 받아야 할 전화라며 그에게 돌려 놓고 외출을 하고 그는 새벽에 갑자기 걸려온 낯모를 남자의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그 전화는 죽어가는 남자의 '유언' 이었던 것. 그 유언속에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바..박 대통령... 비밀...10.26..... 비밀을... 내가...수연....하...하... 하우스....으..으...헉.' 그가 남긴 마지막 말에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남자의 유언에 빨려 들듯 비밀을 캐기 위하여 나선다.
'과연 10.26의 진실은 무엇인가? 표면으로 드러난 사실과는 다른 진실이 은폐되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한 노인의 헛소리에 불과한가?' 수연에게 노인에 대하여 물어보지만 그녀 또한 노인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 노인은 모든 유산을 그녀에게 남겨 놓았다. 과연 그 남자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겨우 이름을 알아내고 장례를 치르고 집에 찾아가 보지만 그의 정체를 파악해 낼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노인을 추적하여 들어가다가 커다란 나무의 뿌리를 발견하게 된 것처럼 거대한 진실들이 쏟아져 나오고 경훈이 몸 담고 있던 곳의 캡틴은 그에게 심부름을 해 달라고 하고는 갑자기 사라진다. 어떤 진실이길래 캡틴도 사라지고 노인은 한국에서 미국까지 피신을 하여 살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10.26의 비밀이 무엇이든 간에. 의리의 사나이 김재규가 유독 자주국방론을 잠꼬대 같은 것이라고 폄하했다면 거기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론' 을 싫어했던 김재규, 그것이 그를 죽인 이유일까. 아님 미국의 배후를 업고 자행한 일인가. 10.26 사건이 있었던 때 왜 '제럴드 현' 은 입원중었고 사건 이후 바로 퇴원 후 미국으로 향하였을까. 그를 담당한 의사는. 그가 미국에서 수집한 고국의 정보는. 경훈은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부분들을 사건추리를 영특하게 해 나가고 수연은 꼭 필요할때 그에게 열쇠를 풀 듯 가장 중요한 실마리를 풀어주어 그들은 점점 '10.26사건' 그 속으로 들어간다. 그들이 추적해 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제럴드 현, 현강일이라는 남자가 죽음 직전에 밝히려 한 '비밀과 진실' 은 무엇일까? 경훈이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동안 책은 술술 스피드를 더해가며 빨리 읽혀 나간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라는 진실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가 죽음 직전에 진실을 토해낸 제럴드 현의 진실은 무엇일까?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제2의 10.26' 이 일어날 것인가. 소설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태평양을 건너서까지 그 무대를 넓혀 흥미진진하게 진행이 되어 더욱 스릴감이 있다. '대중? 김대중은 있을지 몰라도 그냥 대중은 없는 거요. 대중이란 늘 선전과 공작에 이용당하는 존재들 아니오.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소?' 그의 말처럼 그동안 대중은 없었던 것인가. 진실이 묻혀질만큼 대중은 선전과 공작에 이용을 당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불편한 진실' 로 지금 대중을 일깨우고 있는 것일까.
오류는 어디에나 있다. 역사에도 진실에도 오류는 있다. '그들은 10.26을 김재규 부장의 우발적 범행으로 규정하고 발표했지만, 정작 기소할 때는 내란 목적 살인죄를 적용했습니다. 김재규의 범행이 우발적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하여 대통령과 경호실장을 살해한 범행이라고 봤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젠 오류를 수정할때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진실에 가까운 상상력이지만 잘못된 역사의 오류라면 이젠 바르게 수정되고 '진실' 이 발혀져야 한다. '경훈은 사건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필립 최는 그렇게 어설픈 몇 가지 행적에 기초해서 곧바로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는 경훈이 신비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몇가지 드러나는 사건의 행적을 보고도 누군가는 '진실' 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할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말하고 있다. 그렇게 역사속에 묻힌 진실들이 얼마나 많을까.
'경훈은 모순으로 점철된 10.26에 대한 결론을 그냥 덮어둘 없었다. 그것은 한민족의 수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자신이 10.26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단순히 감추어진 현대사를 들춰내는 정도의 일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민족사를 가다듬고 치유하는 일인 동시에 재발을 막는 일이기도 했다.' 그랬다. 어쩌면 이 소설은 10.26에 대한 치유의 소설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그런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한민족의 수치다. 그런면에서 진실은 더 정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듯도 하다. 정치에 대하여 깊은 내막을 잘 모르고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우리나라 국민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은 드물다고 한다. 모두가 정치라면 한소리 쓴소리 하루에도 몇 번은 날리며 살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왜곡되어 국민을 속이고 앙금처럼 가라앉는다면 우리가 갈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남.북으로 대치되어 있어 늘 불안을 안고 살고 있는 한반도, 더이상의 아픔도 진실을 숨겨서도 안될 것이다. 소설과 현실이 실제처럼 쓰여져 궁금증을 유발하게도 하지만 소설은 소설의 재미로 덮는다. 작가 때문에 다시금 그때의 추억에 젖어보며 흥미진진함 속에 재밌게 읽고 여운을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