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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이새인 지음 / 청어람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연애엔 젬병인 여자가 있다. 남들이 부러워 하는 남자와 연애를 하다가도 친구에게 빼았기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끼,아름다움을 아직 끄집어 내지 못하고 자신안에 가두어 놓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조금은 어리버리 하면서도 떨어지는 듯 하고 너무 순진하면서 도통 연애는 너무도 모르는 그런 미워할래야 미워할수 없는 사랑스러운 그녀가 있다. 스물 아홉의 그녀는 박스티에 무릎이 한참은 기어 나와서도 몇 번은 나온듯한 츄리닝에 운동활르 신고 코끝엔 빨간테 안경을 쓰고는 머리는 질끈 동여매어 여성스러움이란 찾아볼래야 어디에 박혀 있는지 모른다. 그런 박우민, 그녀가 왜 사랑스러운 것일까.
건축설계를 하는 훈남에 포커페이스이며 어디 구김이라고는 한 곳 찾아보려고 해도 없고 모든 일에 각이져 있을 정도로 말끔한 전진호, 그에겐 어린시절부터 집에서 짝을 맞추어 놓아 형제처럼 지내고 있고 당연히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 나혜미라는 여자가 있다.그녀는 엄격하면서도 깔끔한 진호와는 다르게 연애도 그렇고 모든 생활이 너무 개방적이다. 남자문제를 일으키기만 하면 캐나다에 이민을 가서 살고 있는 그녀는 한국에 있는 진호에게 피신을 오듯 와서 몇 개월 지내다 간다.그런 그녀가 갑자기 또 진호를 찾아 쳐들어왔다. 그녀를 피하기 위하여 갑자기 방이 필요했던 진호는 방을 구하러 다니다 건축계에서는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저명한 교수의 집에 방을 얻어 들어가게 되었다. 그 집은 바로 우민이 부모님이 영국으로 나가셨기에 연애에 지치지 않고 모든 일상에 보탬이 되는 게이남자 룸메이트를 원해 방을 내 놓았는데 그 집에 바로 들어가게 된 것이며 그 집은 다름 아닌 우민의 아버지 박교수가 예전 집을 다시 개축한 것으로 건축계에서는 알아주는 집인데 그 집은 비밀에 쌓여 있는 공개가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집에 방을 얻게 되었으니 진호는 정말 하늘이 도왔다 생각하게 되는데 그 집의 주인은 다름아닌 그냥 내 놓아도 아무도 집어갈것 같지 않은 털털한 우민이 살고 있는 것, 여자 세입자를 원한다는 말에 자신은 게이이니 관심 끊으라는 말에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던 사람을 하늘이 보내 주신듯 넙죽 들이게 된 것이다.
그들의 '적과의 동거' 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진호에겐 십년지기 같은 일을 하는 상준이라는 친구가 있고 우민에겐 디자이너인 인희라는 친구가 있다. 그들은 그들의 동거날에 모이게 되면서 상준은 우민에게 인희는 진호에게 맘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게이커플' 임을 어찌하랴. 아쉬움에 헛물만 켜는 것이 아니라 털털하고 조심성 없는 우민은 그와의 동거에 너무 흡족해 하며 그와 이제 밥을 먹을 수도 있고 함께 술도 마실 수 있음에 좋아한다. 아마도 정이 그리웠던 모양이다.하지만 그들은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고 모든 일은 오해와 꼬임으로 그들을 불편한 관계가 되게 만드는데 그러면서 알 수 없는 가슴 울렁거림과 무언지 모를 온 몸에 힘이 들어오는 듯함은 어찌할 것인가.
자신의 이상이 아니라 다해으로 여겼던 우민이 차츰차츰 진호의 눈에 들어오게 되고 게이지만 아깝다며 부딪히던 진호가 가슴을 설레게 하면서 우여곡절을 겪는 그들, 하지만 인연의 끈은 그들을 갈라 놓질 못하고 꼬이면서도 단단하게 엮어간다. 조력자들의 힘을 얻어 둘의 사랑도 확인하고 몸과 마음을 모두 열게 되지만 진호가 일부러 박교수의 '상고재' 에 들어가 그의 상고재를 카피하고 예솔 미술관 공사 일을 따냈다는 오해가 불거짐에 따라 진호는 자신이 모든 일을 뒤집어 쓰고 일을 원상복귀 시키려 하지만 그런 와중에 그의 능력이 들어나고 그가 진실로 우민을 사랑함이 밝혀져 그들이 오해는 풀리고 결혼에 골인, 물론 미술관 공사까지 멋지게 마루리 해 주신다. 저명한 박교수의 사위로 미술관 공사까지 깔끔하게 마루리 했으니 그야마로 그의 유명세는 '승승장구' 그리고 그들의 결혼전선에도 햇빛이 비추어 2세를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야기는 정말 재밌다. 둘의 밀고 당기도 치고 박고 하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 모르게 읽고 만다. 19금의 이야기도 있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정말 맛깔나게 잘 그렸다. 밀당을 적당히 하면서 적당히 꼬이면서 꼬인것들이 스스로 풀리게 만드느는 것까지 그리고 해피엔딩이 무엇보다 좋다는 것. 연애엔 젬병일것 같았던 진호와 우민이 알고보니 변강쇠와 옹녀 커플 다음으로 굉장한 커플이었다는 것. 우민이 진호를 게이로 보면서 어쩌면 더 거짓없이 그를 받아 들이게 된 듯 하다. '게이의 취향' 에서 '개인의 취향' 이 된 것이다. 게이라는 것이 정말 아까울 정도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진호를 갖고 싶지만 어딘지 모르게 꼭 한부분 빠진듯이 하는 그녀가 또한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던 그들은 너무도 잘 맞는 커플이다. 남녀가 닮거나 비슷한것보다 반대이면 더 잘 맞듯이 우민의 컴플렉스를 진호가 보완해주는 그들은 상호보완의 관계이면서도 찰떡궁합처럼 모든 면에서 잘 맞는 커플이었던 것.요리는 못하는 그녀 대신 핸섬한 그가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개를 맛나게 끓인다면 그에 반하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 여자의 로망같은 진호, 그를 한 눈에 사라잡은 어딘가 어리버리의 우민의 좌충우돌 연애사는 정말 재밌고 짜릿하다. 우민의 능청맞은 말들이 너무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너무 완벽함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빠지는 듯 하면서도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발휘하는, 그녀가 가진 매력이 아닌가 한다. 무릎나온 츄리닝을 벗고 하늘하늘 원피스에 목을 다 들어낸 머리에 반짝반짝 메이크업을 하고 가끔 발목을 삐기는 하지만 하이힐을 신을 줄 아는 그녀, 어찌 사랑스럽지 않은가. 멋진 진호에게 눈을 맞추어 읽어도 재밌지만 '어리버리의 대명사' 인 우민에 맞추어 소설을 읽으면 정말 더 재밌고 웃음이 나오며 가슴이 찡하다. 역시나 연애사나 인간사나 너무 계산적인 것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덜떨어져 보여도 계산보다는 자신을 마음을 들어낼 줄 알고 진심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에게 한표를 던지지 않을까. '당신과 있으면 나는 게이만큼이나 충분히 금욕적이 될 수 있으니 안심하시죠....불량식품 같은 여자 따위에게 내가 왜..' 그랬던 진호였는데 너무 금욕적이었나 한번에 폭발하듯 터진 욕정을 쏟아내는 진호와 우민, 정말 웃기면서도 사랑스러운 커플이다. 가을이 가기전 이런 로맨스를 한 편 읽어 보는 것도 참 좋다. 나의 사랑전선에 혹은 연애전선에 윤활유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난 소설속 커플도 부럽긴 하지만 소설속에 등장하는 '상고재' 라는 집이 더욱 부럽다. 그 집에 후원과 같은 곳에 있던 툇마루에 우민이 붙인 이름은 '세월의 속삭임' 이다.조상들이 밟고 다녔던 고재를 다시 이용하여 만든 툇마루, ' 아빠도 가끔 일이 안 풀리시면 여기 와서 이렇게 누워 계시곤 했어요. 그러면 모든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기분 나쁘거나 슬픈 일이 생기면 여기 와서 이렇게 누워 있곤 했죠. 그러면 마루의 나무들이 삼,사백 년 동안 살아온 얘기를 들려주는 기분이 들어요. 그 얘기들을 마음으로 듣다보면 내가 겪은 일들이 정말 우습고 사소하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좀 더 대범해지고 너그러워진다고 할까?' 그녀는 겉으로만 어리버리 했지만 사실은 속은 꽉 찬 고재처럼 세월의 단단함을 안고 있던 여자였던 것이다. 겉 멋에 치중하는 그런 값싼 여자가 아닌 내면을 더 중요시할 줄 아는 고재와 같은 여자 우민, 그런 여자를 대번에 알아보고 자신의 '불량식품' 으로 삼은 진호 그들은 정말 사랑스러운 커플이다. 한동안 소설의 여운이 잔잔히 남을 듯 하다. 가을은 역시나 로맨스의 계절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