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2 - 개정판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른쪽 신은 왼발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양쪽이 아니면 한켤레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혼한 남녀가 결혼기념일에도 결혼때처럼 만나 기념일을 챙기고 자주 만나 서로의 안부나 그외 연애상대를 골라주는등 친구와 같은 상태로 지낼 수 있을까. 더군다나 노래방에서는 그들의 십팔번노래인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 이란 곡을 열창할 수 있다는 것이 있을수 있을까. 유명한 극작가이며 미스터리 드라마의 거장으로 알려진 노자와는 우리나라에는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연애시대> 와 <연인이여>라는 드라마로 소개되어 연애소설작가로 알려 있지만 그는 미스터리 드라마의 거장이라니 그것도 2004년에 자신이 스튜디오에서 갑자기 자살을 하여 그 죽음마져 미스터리하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더욱 그의 소설에 구미가 당기며 <연애시대1>을 통해 그의 긴장감 넘치면서도 재치있으면서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안겨주면서 여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여 다음 작품에도 기대가 되기도 하고 연애물이 아닌 미스터리물을 읽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전편에서도 리이치로와 하루는 사산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이혼을 하고 마는데 그들의 사랑은 어쩌면 이혼후에 더 극명했졌다.그들의 그런 사랑을 알게 된 가이에다와 시즈카 와 사유리등 그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들의 사랑이 다시 이루어질 바라며 도움을 주웠지만 그들은 진실을 외면한채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듯 서로에게 맞는 상대라며 짝을 골라주고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다 리이치로가 동창회에 갔다가 예전 짝사랑인 다미코를 만나면서 둘의 사이가 갑자기 급진전되고 급기야 둘은 결혼을 서두른다. 그런 와중에 하루는 기타지마 교수의 아내에게서 '이혼합의서' 를 받게 되고 자신의 손에 부부의 앞날이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되지만 끝내 그 사랑을 받아 들이지 않고 아내에게 기타지마교수를 돌려 보낸다. 기타지마에게 결별을 선언한 것이 다름아닌 리이치로가 결혼을 하던 날, 그가 주례를 서겠다며 나섰던 날이다. 하루는 그날 기타지마가 자신이 상대가 아니란것을 알게 되고 돌려보내기도 하지만 리이치로의 친구인 가이에다로부터 아기를 사산하던날 리이치로가 영안실에서 죽은 아기와 함께 하루종일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품었던 모든 오해를 풀면서 그를 비로소 다미코에게 보내줄 수 있었다. 그런데 주례를 서면서 참았던 눈물을 보여 결혼식을 눈물바다로 만들뻔 하였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 하여 성대한 결혼식으로 만든다.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리이치로를 다마코에게 보내면서 자신안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메우지 못하여 허겁지겁 음식을 먹게 되고 옆에서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동생 시즈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행을 가자고 한다.

리이치로가 결혼을 하였지만 그 곁에서 배회하는 하루, 그런 그녀에게 다미코는 자신들의 '혼인신고서'를 그녀의 손에 맞긴다. 기타지마교수 부부의 앞날도 그녀의 손에 달렸었는데 리이치로와 다미코의 앞날 또한 그녀의 손에 의해서 결정나게 된 것이다. 어찌해야 옮은 일인가? 라디오 방송을 하는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듯 자신이 신분을 속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하지만 그녀에겐 큰 힘이 되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다미코 역시나 결혼전에 접었던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리이치로에게 일년여 미국생활을 해야 한다며 떨어져 지내게 될 것을 말한다. 하루가 리이치로 부부의 혼인신고서를 들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망설이게 되면서 시간을 흘러 이브날이 되었고 갑자기 리이치로를 찾아온 시즈카의 말에 리이치로는 하루가 떠났다는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찾아 기차역으로 달려가 그녀탄 기차에 올라타 그녀와 함께 홋가이도 여행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걱정할 일은 아니고 시즈카가 벌여 놓은 일이란 것을 알면서 그들은 '우리는 이혼 후에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애매한 상태로 연애시절과 결혼시절의 연장전을 펼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정말 그랬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지금까지 정말 애매한 관계로 주의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여 삼각 사각 오각까지 가는 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이제 그 애매한 관계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그동안 가슴에 꼭 꼭 숨겨 두었던 '진실' 을 둘은 꺼내어 놓고 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나는 내 입술을 꼬집어보았다. 재앙만 불어오는 입. 아니, 재앙의 원흉은 입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언제나 마음이었다.' 사산아를 낳던 날 리이치로가 자신의 곁을 떠나 근무를 했다고,자신의 아픔을 함께 하거나 감싸주지 않았다고 지금까지 품고 있던 오해가 산부인과 의사인 가이에다로부터 풀렸고 그 또한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하루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기에 그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아직 화살은 과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리이치로와 하루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연결이 될 수 있고 안될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예전으로 돌아갈까봐 불안해 하는 하루, 하지만 그들은 '연애시대' 라는 이혼후에 서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지나왔기에 그리고 처음보다 더 어쩌면 자신들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음을 알기에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여컨대, 내가 리이치로의 목에 걸린 가시라고 다미코 씨는 말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그 가시를 빼낼 수 있다면 빼내고 싶다. 이건가.' 리이치로와 다미코의 사랑에 걸림돌처럼 아니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자리했던 '하루' 의 진정한 사랑은 리이치로를 벗아날 수 없었던 것, 아니 리이치로는 마찬가지로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서로에게로 온 사랑은 어쩌면 더 뜨겁게 달구어질 일만 남은건가. 둘은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평온한 나날속으로 들어간다. 어찌보면 현시대의 이야기며 평범할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같기도 하지만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혼을 했다고 친구처럼 지내지 말란 법은 없으니 말이다. 짧은 결혼생활에 비추어볼때 서로를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지만 이혼후에 자주 만나다 보면 서로 보지 못한 사각지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자신들이 정말 싫어해서 이혼을 한것이 아닌 아직 사랑의 싹을 틔우지도 못했음을 인정할수도 있는 일이다.

작가는 남자이면서 여자의 심리묘사도 뛰어나다. 그렇다고 남자인 리이치로나 그외 남자들의 심리묘사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시나리오처럼 대화체 속에 재치도 있고 강한 긴장감을 늘 늦추지 않으면서 요새말로 '밀당' 이 밀고 당기는 맛이 잘 표현되어 그야말로 재밌다. 가을에 이런 로맨스소설을 하나 읽으면 왠지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연애시대>는 딱 안성맞춤이면서 웃음만 있는 것이라 리이치로의 진실을 전해듣는 장면이나 그외 장면들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분도 상당히 있어 휴지를 준비하고 읽어도 좋다. 그만큼 소설에는 연애뿐만이 아니라 따듯한 장면도 있고 웃음과 울음을 함께 선사하며 마음이 고운 사람들이 등장을 하니 그들이 모두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한다. 시즈카는 혹시나 가이에다와 잘 된다면 어찌될까 하는 기대심리도 가지게 하며 가스미 또한 아야와 잘될것이다. 미스터리물에 능통한 작가여서 그런지 연애사 또한 그 긴장감과 끝까지 진실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물음표를 가지게 하여 읽는 재미를 준다. 그런 작가의 작품을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리이치로와 하루의 진실게임과 같은 '연애시대'를 읽고나니 가을앓이처럼 무언가 가슴에 들어차 있던 것이 쑥 내려간듯 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이참에 찾아 읽어보고 싶다. 연애물보다는 미스터리물로. 더불어 그들의 사랑이 해피하게 끝나 다행이다. 그들의 사랑이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가을이 얼마나 쓸쓸했겠는가.가을엔 가슴 따듯해지는 연애소설을 한편 정도 읽어도 좋다. 물론 연애시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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