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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1 - 개정판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오래갈까? 첫눈에 반하여 연애의 기간을 거치지 않고 결혼을 한다고 그 사랑이 첫마음처럼 식지 않고 계속될까.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처음처럼' 이란 말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처럼 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부부가 과연 얼마나될까. 리이치로가 근무하는 서점에 스포츠 전문서적을 구매하러 온 하루, 그녀가 원하는 책은 높은 곳에 있어 손이 닿지 않았다. 그대 흑기사처럼 나타난 남자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그녀가 원하는 책을 꺼내어 건내 주었다. 그 책을 받아든 그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미소를 날려보낸다. 그 미소에 반한 남자와 그녀는 그렇게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그 결혼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왜 그랬을까? 1년 3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함께 하고 헤어진 리이치로와 하루는 열달 품어 낳은 아들을 잃던 날, 서로를 감정을 무너뜨리고는 결국 헤어지고 만다. 하지만 헤어지고 난 후에 연애를 하듯 자주 만나는 그들을 보며 주위에서는 다시 시작하라는 말을 하지만 그들은 아직 서로에 대한 감정이 준비되지 않았다.
이 소설을 드라마로 할때 잠깐 한두번 본 기억이 있었는데 집중해서 보질 않아 잘 몰랐는데 읽다보니 남녀의 감정을 참 잘 표현해 놓았다. 리이치로와 하루의 옆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 또한 그들의 사랑에 말려 들면서 다분히 인간사에 얽히고 설키는 연을 만들수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둘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혼후에 생긴 새로운 연애감정으로 인해 다시금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까. 연애경험이 전혀 없던 하루, 독실한 기독교인 집안에서 엄마없이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정숙하게 자란 그녀는 그런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하여 리이치로에게 연애경험이 풍부한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그가 사실은 일곱번째 남자라고. 하지만 하루가 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거짓말을 눈치챈 리이치로는 그 말을 가슴에 품어둔다. 그런 그들은 사산아를 낳으면서 그 아픔을 리이치로가 달래주지 못하고 피하였기에 둘의 감정은 그만 어긋나고 만다. 서로의 감정표현에 서툴렀던 그들, 진정한 대화를 하지 않았던 그들은 이혼후에 비로소 짧은 결혼생활동안 자신들이 가졌던 잘못된 점들을 드려다보게 된다. 왜 리이치로가 하루가 아픔을 겪던 날에 충분히 보듬어주지 못한 것일까. 그들은 왜 그렇게 헤어져야만 했을까.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잘 들어맞는 사람이 '서로' 임을 알게 된 그들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자신에게서 한발짝 물러서서 자신들이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이 서로라는 것을 알지만 이혼했다는 것만으로 서로의 감정표현을 백프로 다 드러내지 않고 묻어두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맞는 상대가 나타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서로의 짐을 덜게 된다며 리이치로에겐 하루의 여자친구인 아이가 딸린 가스미를 소개시켜주고 리이치로는 하루에게 그둘의 결혼식날에 결혼식을 치루었던 장소의 연회책임 담장자인 나가토미를 소개시켜 준다. 서로에게 어울리지 않을것만 같았던 그들이 우연처럼 서로에게 잘 맞는 짝처럼 잘 어울리게 되고 나카토미의 숨겨진 신분이 밝혀지면서 리이치로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리이치로의 친구인 가이에다와 하루의 여동생인 시즈카는 그 둘이 제일 잘 어울리며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현실은 그둘의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리이치로는 가스미와 연결이 되고 하루는 나가토미와 연결이 되어 결혼을 금방이라도 할 것만 같다. 그러다 우연하게 하루는 자신의 초등학교적 글을 보게 된다. 자신이 표현해 놓은 대로 '백마탄 왕자' 를 만나게 되고 그 글을 가스미를 통해 읽게 된 리이치로 또한 흔들리지만 서로의 감정을 연결하기에 현실은 너무 멀리 밀려와 버렸다. 자신들의 속마음의 진실은 그것이 아니지만 서로의 행복을 위하여 서로가 소개시켜준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는 허울뿐인 사랑, 그게 과연 올바른 사랑이고 연애일까.
연애감정이란 참 미묘하다.꺼내어 놓지 않아도 표현하지 않아도 어쩌다보면 모든 면에서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 본인들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주위사람들은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속을 볼 수 있지만 정작 본인들만 너무도 먼 길을 돌아 돌아서 온 후에 비로소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 감정이 결혼전에 좀더 풍부하게 나누었거나 아님 결혼생활중에 자신들에게 솔직해가면서 대화로 풀어냈어더라면 그들이 이혼이라는 마지막 정착역까지 도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로의 감정 표현에도 서툴렀지만 너무 이기적으로 자신만 보려 하고 상대를 보지 않아기에 헤어질 수 밖에 없던 그들, 이제서 서로를 보게 되었지만 이젠 주위의 시선에 밀려 어쩔 수 없는 평행선을 가고 있다. 그들의 사랑이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너나 나나 지금까지 그 소리 몇 번이나 한지 알아? 그렇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자꾸 만나게 되잖아. 무리해서 이룹러 안 만난다면 그게 더 피곤해. 당분간은 이런 관계가 지속되겠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유예기간이야. 지금은. 남녀 사이에는 그런 애매한 시기도 때로는 필요해.' 아직은 이혼후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헤어졌다고 선언하는 사이도 아니다. 20년 동안 매달 위자료를 지불한다는 것은 그것으로 인해 그녀와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끈을 끊기 위해 서로에게 마땅한 상대를 소개시켜 주지만 다른 상대를 만나면 만날수록 리이치로에겐 하루가 하루에겐 리이치로가 잘맞는다는 것을 점점 알아가는 그들, 헤어진 후 시작된 정말 이상한 연애사다. 그들의 연애사에 휘말려 함께 연애사를 쓰는 친구들 또한 재밌고 그럴수도 있겠다며 작가의 손을 들어준다.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대화체로 풀어나가는 글이 참 맛깔스럽다. '오른쪽 신은 왼발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양쪽이 아니며 한켤레하고는 하지 않는다.' 라는 말처럼 떨어져 있으면 맞지 않는듯 하면서 알게 모르게 서로 '한쌍' 이라고 연결된 듯 너무도 잘 맞는 그들의 다음 연애사가 궁금해진다. 나 또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내겐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듯 하지만 살다보니 내겐 너무 편한 존재가 남편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부부일까. 어딘가 남모르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고 오래 신어 닳아 헐어진 신발처럼 내겐 평범하여 너무도 편한 신발처럼 그들또한 겉으론 티격태격 하듯 감정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속으로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는 감정의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궁금하다. 정말 '있을때 잘해' 라는 말의 그 미묘함을 읽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