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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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양쪽에는 공동주택들이 얼굴을 찌푸린 거인들처럼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흐릿하게 서 있었다.어쨌든 바람막이는 됐다. 건물 사이의 좁은 틈에는 쓰레기가 엄청나게 쌓여 있었고, 악취가 하늘을 찔렀다.' 공동주택과 쓰레기더미, 소녀 로사는 허름하고 냄새나면서 그녀의 가족 뿐만이 아니라 모자라는 집세를 위해 다른 가족과 함께 가족처럼 살고 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언니인 애나가 나이를 속여 방직공장에 다니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햇빛이 안드는 골방처럼 늘 어둡다. 먹을 거리가 부족한 그들에게 방직공장의 파업은 생을 포기하는 일과 같다. 한편 쓰레기더미속에서 잠을 자야하는 아버지가 있으나 술주정뱅이에 소년의 월급봉토나 노리는 아버지이며 부족하면 소년에게 매질을 가하는 아버지 보다는 냄새나고 춥지만 쓰레기더미나 교회등 밖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편한 소년 제이크가 있다. 소년 또한 공장에 다녔지만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파업을 하여 부족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술값으로 들어가던 돈 마져 끊겨 그는 빵가게며 교회등을 돌며 몰래 잠을 청하기도 하고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그런 소년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잠을 청하려 하는데 소녀가 '낡은 구두' 를 찾으러 왔다. 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름도 모르면서.

학교에 다니는 로사는 담임선생님이 아끼는 최고의 제자이다. 하지만 그녀는 역사책 하나로 공부를 한다. 다른 과목의 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 역사책도 과분하다. 다른 친구들은 역사책조차 없이 학교에 온다. 낡은 옷 한벌에 교과서도 없이 학교에 오는 아이들에 비해 선생님은 가난이란 것을 모르는듯 그녀의 옷차림은 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비싸보인다. 밖에서 파업이 일어나 모두가 파업과 폭동에 관심이 모이지만 그녀는 그 모두가 관심밖처럼 보이고 그런 행동은 사회주의자들이나 하는 것처럼 집에 돌아가면 부모나 그외 식구들에게 파업에 가담하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그러니 로사의 눈에도 엄마와 언니인 애나의 파업에 가담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변 사람들과 모여서 이야기 하는 것이 불안하다. 그러지 않아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들이 먹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비참하게 줄어 들었고 어린 동생인 리치는 빵한조각 겨우 얻어 먹을뿐 우유는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자라 빼빼 말랐다. 그래도 자신은 우유를 먹고 자랐는데. 담임선생님 또한 가족이란 의당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어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다른 학생뿐만이 아니라 로사에게도 아버지가 밖에서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을 하지 그녀의 가정사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모른다. '우드 씨가 뭐라 했는지 너도 알잖니. 공장에서 54시간 일하는 사람들한테 56시간 임금을 줄 수는 없어. 로사의 가슴속에서 뭔가가 딱딱해졌다. 하지만 그 사람은 집이 다섯 채나 있잖아요.' 노동자와 부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의 차이가 너무 현격하게 들어난다. 노동자들은 공장주가 건립한 공동주택에서 그들이 벌어 들인 돈을 모두 집세를 내며서 겨우 나머지 알량한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임금삭감이라니, 로사는 지금 겨우 먹는 빵조차 잃을까봐 엄마와 언니를 말린다. '저 , 결심했어요. 엄마랑 애나 언니가 파업을 계속하면 저도 파업할 거에요.' 

만약에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엄마와 언니가 이렇게 거리로 내 몰리게 되었을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노래를 잘하는 엄마가 이런 삶을 살고 있었을까? '엄마가 부르던 노래가 아니라 영어로 된 다른 노래였다. 로사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가사를 아는 걸까?' 파업에 끼여들지 않으려 했지만 엄마와 그외 주변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고 글씨를 잘 쓰는 로사에게 피켓에 글씨를 부탁한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정말 어떤 말이 자신들의 지금 심정을 가장 정확하고도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이 될지 고심을 하다가 그들은 생각을 해 낸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지 우리의 배를 채워줄 빵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빵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죠. 우리는 우리의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도 원해요. 우리가 원하는 건 -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뭐냐 - 푸치니의 음악 같은 거예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것들도 어느 정도 필요해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우리는 장미도 원해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빵과 장미' 먹을것과 그 이외의 것이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기계처럼 노동만 하는 그런 동물적이 아닌 이탈리아인다운 낭만을 가미한 삶을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법은 누구 편도 들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게 말이 되나? 눈뭉치르 던졌다고 사람을 감옥에 가두다니.' 노동자와 그들을 제압하려는 세력들과 부딪치게 되고 그런 가운데 아이들은 안전한 곳으로 보내기로 결정을 한다. 뉴욕으로 가려던 로사는 시골스럽고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산다는 버몬트 베러로 갈 곳을 바꾸었는데 뜻하지 않게 아버지가 죽은 것을 발견한 제이크와 함께 가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무서움에 떠는 소년, 버몬트에 서류도 없이 몰래 왔지만 로사는 자신의 오빠라며 위기때마다 그를 잘 감싸준다. 그들이 가서 잠시 살게 된 가정은 노부부의 집으로 무척 부유하다. 그들이 상상도 못했을만큼, 하지만 그들에겐 아픔이 한가지 있다. 아들을 가슴에 묻었던 것.

노부부에게서 따듯한 집과 사랑과 먹을 것을 제공받지만 로사의 맘은 늘 로렌스에 있는 엄마와 그외 식구들에게 머무르고 제이크는 자신의 존재가 탄로날까봐 늘 노심초사 하며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노부부는 자신의 아들과 딸처럼 따듯하게 소년과 소녀를 먹이고 입히고 교육을 시킨다. 공부엔 영 관심이 없는 제이크는 제르바티씨를 따라 그의 석수공장에서 일을 하지만 언제 자신의 정체가 들어날까 걱정하다가 어느날 그곳을 빠져 나갈 기차표를 구하기 위한 돈을 훔치려다 제르바티씨에게 들켜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된다. 그런 자신을 경찰에게 넘기지 않고 예전처럼 대해 주는 그, 한편 로사는 다행히 파업이 잘 해결되어 엄마와 언니가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 그녀 또한 로렌스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가방 가득 가족의 옷가지와 그녀의 옷으로 채워 주는 제르바티 부인의 정에 눈물을 쏟는 그녀, 그런 로사에게 제이크는 제르바티씨에게 자신의 모든 진실을 말했든 그녀에게도 털어놔 용서를 구한다. 로사가 집으로 돌아간 후 노부부는 제이크를 아들처럼 대한다. '어째서 얘한테 장갑도 안 사준 거요? 쟤 손이 얼마나 빨간지 좀 봐요.... 내가 이미 샀소..' 그의 따듯한 마음이 전해지는 장면을 읽으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은 그는 '죽은 사람들이 잊혀지는게 싫다.' 라는 말처럼 제이크의 아버지의 비석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죽어 있는 돌에서 새로운 생명인 장미 백한 수선화 등을 누구보다 뛰어나게 새생명을 만들어내는 예술가인 동시에 가슴이 정말 누구보다 따듯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자라는 새로운 삶, 그것을 향해 달리는 기분은 정말 야릇하고도 황홀했다.' 어쩌면 제르바티부인은 그들에게 먹을것인 빵을 만들어주었고 제르바티는 돌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장미' 를 피워냈던 것이다. 

소설을 읽고나니 언젠가 영화로 본 듯 한 기억이 났다. 너무도 오래전에 본 것이라 가물가물 했는데 소년이 도둑질을 한 후 던컨과 함께 조각품을 보러 갔던 장면이 생각이 났다. 1900년 초, 지금보다도 노동자들은 얼마나 많이 자신들의 노동력을 고용주들에게 착취를 당하며 살았을까? 생존권 보장도 안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고용주들의 배만 불려주며 자신들은 쓰레기더미를 헤매고 다니듯 너무도 비참한 삶을 산 그들은 잡초와 같이 밟으면 밟을수록 강인해져 모두가 함께 모여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갔다.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아이들을 맡아 보살펴주었던 사람들, 어찌보면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현실일 수도 있는데 그런 속에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알맞게 얽혀 교육을 받아야할 청소년들이 교육보다는 나이를 속이며 삶의 현장에서 노예처럼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파업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파업에 뛰어 들면서 현실과 맞부딫히는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누가 읽어도 가슴 따듯한 소설이었다. 인간이 빵을 먹어 배만 부르면 사는 것이 아닌 그 이상적인것, 장미의 향과 같은 인간의 따듯한 정과 서로가 서로를 감싸는 연대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장미의 향기보다 더 진한 것을 선물 받은듯 하다. 엄마를 잃고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사는 제이크가 끊임없이 죽음으로부터 도망쳐야 했던 불안한 삶을 제르바티가 그에게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듯 음이 있으면 양이 있듯 아직은 따듯한 사람이 더 많고 혼자가 아닌 뜻이 통하는 사람과 뭉치면 세상은 더 살맛이 나는 곳이된다. 자신의 외모에만 치중했던 선생님이 반아이들 모두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파업으로 먹을것이 없는 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주고 그들의 머리가 되어 준 사람이며 그들의 아이들을 잠시지만 자신이 아이들처럼 맡어서 보살펴준 그들이 있어 가슴을 따듯하게 해 주는 스프처럼 읽고나면 가슴이 훈훈해지며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해 주는 소설이다. 사춘기 딸들에게도 권해 읽어보게 해 장미의 향기를 느끼게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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