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산티아고 가는 길> 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삼면이 바다이고 국토의 70%가 산이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우리나라에는 왜 포장길인 찻길만 있고 걷기여행을 하는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같은 길은 없을까? 하며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런데 나의 그런 생각을 바로 뒤엎는 '제주올레' 길이 열리고 우리나라엔 정말 '걷기 신드롬' 처럼 '걷기여행' '00 올레길' 이 여기저기 만들어지고 나타나고 그야말로 한국인 하면 '빨리빨리' 인데 음식에서도 슬로푸드가 유행이듯이 여행에도 그저 비행기 타고 '슝' 다녀오는 여행이 아닌 차를 타고 '쭉' 다녀오는 여행이 아닌 나의 발걸음 한 걸음으로 국토를 수 놓듯 자연과 이웃과 들꽃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길' 이 생긴 것이다. 걷기 여행의 새로운 지평을 연 (주)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씨의 올레길을 만들기까지의 역사라고 할까 배경이나 그외 올레길을 만들기 위하여 함께 한 사람들과 올레길에 깃든 사람이야기와 올레길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그런 전반적인 것을 읽을 수 있어 '올레길' 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재기재기 와리지 말앙 꼬닥꼬닥 걸으라게(빨리빨리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걸어라).' 라는 제주도 말이란다.
제목의 '꼬닥꼬닥' 이 무슨 뜻일까, 꼬꼬댁도 아니고 무슨 말일지 궁금했는데 '천천히' 라는 말이라니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지만 전혀 새로운 나라의 말처럼 들린다. 그래도 말이 너무 이쁘다. '세상일에 무지한 '퇴역기자'의 무모한 도전이었다.' 고향이 제주였던 그녀가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제주에는 자연이 더 아름다운데 하며 생각하여 일을 내게 된 사연, 우리나라는 무조건 길이라면 포장하고 보고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혀 놓고 본다. 그야말로 '하이웨이' 의 길이지 먼지가 폴폴 날리는 흙길을 찾기란 유명한 관광지라면 더욱 찾기 힘들다. 그런 곳에서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 흙길과 돌길로 자연이 살아 숨쉬는 길을 찾고 만들어 내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그 모든 이야기를 읽으며 때론 큰소리로 웃고 때론 목울대가 꽉 막히도록 눈물이 솟았다. <테초에 할망이 있었다> 라는 책에서도 제주도 신화속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읽고 웃었는데 제주도는 여자와 바람 돌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제주도의 탄생설화속 사람도 '할망' 이다. 그곳에 여성의 힘으로 '올레길' 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무언가 더 의미있는 일처럼 다가왔다.
'미션 임파서블이야! 우리가 정글 특공대도 아니고!'
제주에 관한 책은 몇 권 있는데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와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에서 부록처럼 다룬 '제주 올레길 걷기여행' 을 읽고 그외엔 '제주 올레' 는 사 놓기만 하고 읽지 않아 올레길에는 매체를 통해 듣거나 본것 외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내게 올레길을 만든 그녀의 지난 기억들을 되살려 놓은 이야기는 눈물이었고 감동이었다. 8코스에 해병대길이 있다면 13코스에는 '특전사길' 이 있다. '뜻하면 이루어진다' 라는 말처럼 길을 내야 하는데 장비도 사람도 만만하지 않은 참에 딱 200여명의 특전사들이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그녀의 뜻을 이루어주게 되었다. '정말이지 하늘에서 딱 떨어진 것 같아요!.' '원래 특전사는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낙하산 타고요.' 이 부분 읽으며 '빵' 터졌다. 맏는 말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그들에 의해 아름다운 길이 또 하나 열린 것이다.
올레 마스코트 '간세' 탄생기.
'이 조랑말은 서이사장이 지중해보다 아름답다고 자랑하는 제주의 바다색으로 표현하고, 이름은 올레의 콘셉트 '간세다리(게으름뱅이)' 에서 따온 '간세' 로 부를 것이다. 장소를 설명하는 '설명 간세' 에는 안장을 얹겠지만, 방향을 가리키는 '방향 간세' 는 텅빈 그대로 놔둘 것이다. 간세의 여백은 구름과 하늘과 바다와 오름이 채우거나 풀들이 자랄 것이다. 재료는 전적으로 친향경 소재를 이용해서 만들겠다...' 산티아고에는 방향표시를 조개껍데기를 노란색으로 칠해 놓은 것을 보고 넘 이쁘다 했는데 매체에서 제주 올레길에는 방향표시를 해 주는 것이 제주 조랑말에서 따온 파랑색 디자인이 이쁘다 했는데 그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어 마음이 흐뭇해졌다. 뜻이 통하면 혼자의 힘보다는 여러갈래의 물이 보태지듯 물줄기는 점점 굵어지는 것인가보다. 제능기부를 해 주는 사람들도 늘고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늘고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아직은 우리 자연을 지키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처럼 거침없는 급물살이 책을 한번 손에 잡으면 앉아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빠져 들게 했다.
그녀의 밥상에 수저를 얹어 놓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만큼 '제주 올레' 는 우리모두가 바라고 있었던 아니 언젠가는 실행이 되어야 할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를 필두로 하여 동생들을 비롯한 탐사대원들의 노고도 정말 대단했지만 그녀와 함께 했던 여러 분야의 전문인들 또한 자신의 일을 제처 놓고 와서 올레길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뜻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도 이젠 불도저식 개발이 아닌 친환경적이고 자연을 생각하는 후손에게 물려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일을 해야한다는 것에 일침을 가하는 그녀의 도전은 무모하기 보다는 서로가 살 수 있는 윈-윈 을 해야 한다는 좋은 예로 거듭난 듯 하다. 그녀의 특공대, 대포동의 뭐운 여자들, 올레의 비전에 투자를 한 여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이제 그만 자요! 우리 근무시간이 넘 길어요. 눈 뜨면 출근, 눈 감으면 퇴근이란 말예요.' 라는 말처럼 그녀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제주의 올레' 가 '우리의 올레' 로 거듭났을 것이다.
그 길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다른 이야기도 속속 들어왔지만 '한비야' 님과의 이야기엔 더 솔깃했다. <그건 사랑이었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책들을 정말 감동적이게 읽었는데 <그건 사랑이었네>가 그 길에서 쓰여졌다니 다시금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어느 해였던가. 아는 언니가 이끌고 간 모임에서 그녀, 한비야와 우연히 만났다. 첫 인상은 한마디로 '별로' 였다(그녀도 내가 '별로' 였다고 회상했다. 너무 딱딱하고 엄숙해 보였나다.)' 정말 읽다가 '빵' 터졌다. 몇 번 다시 읽어도 정말 웃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그런 그녀들이 지금은 서로를 걱정해주는 친구가 되었다. 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얼굴로 와서 올레길을 걷고 추억을 쌓았지만 그들이 마지막 돌아갈때는 모두가 하나 '치유 올레' 를 안고 간다는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분들도 휠체어를 타고 그 길 위에 서고 이별여행을 온 연인들은 올레길 덕분에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가족간에 틈이 있던 분들은 틈을 없애는 길이며 마음에 병을 얻는 이들은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올레길' 인 듯 하다. 나 또한 딸들과 한번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고등학생인 딸들은 수능에 시달리느라 마음과 몸이 무척이나 지쳐 있다. 대한민국에 학생들은 심신이 피로하지 않은 학생이 없겠지만 그녀들과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있고 마음을 터 놓고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한 듯 하여 수능이 끝나면 한번 걸어보자 하였다. 나의 꿈이지만 꼭 이루고 싶다. 안된다면 남편과 함께 걸어도 좋을 길이다. '맛난 것을 먹을 때 생각나면 사랑하는 사람이란다. 그보다 한 차원 높은 경지는 뭘까? '멋진 경치를 볼 때 생각나는 사람' 이다.'
서로가 윈-윈하는 올레길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차근차근 여행하면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여행보다는 '해외파' 들이 많아서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일텐데 '올레' 가 어쩌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일 수도 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를 걷기위해 스페인에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제주 올레' 나 그외 지역의 올레길을 걷는 이런 여행을 한다면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거기에 사람이 그리운 분들인 할망들에게 '할망 숙소' 를 만들어 정도 나누고 용돈도 보탤 수 있고 얼마나 좋은 방법인가. 외갓집에 온 듯한 할머니의 푸근함에 여행은 더 색다른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블로그등 개인의 웹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어디가 뜨고 나면 한동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에서도 또한 발빠르게 대처하여 좀더 신경을 써서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준다면 서로가 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길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다가 아니다. 관리하고 앞으로 더 좋은 길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게 관리해야 하고 정말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한가지 한가지 풀어 나가는 그녀만의 방식이 너무 좋다. 혼자서 좋은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하고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올레길' 을 보듬고 쓰다듬는 그녀가 너무 대견하다. 올레길을 찾는 여행객중에 '여자가 51%' 라고 한다. ' 길을 나서기 전에 여자는 남자보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걱정도 많다. 그러나 정작 발걸음을 떼어 놓는 순간, 여자들은 낯선 여행지 낯선 길에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상황에 놀라우리만치 잘 적응한다. 계급장과 원장의 힘에 기대지 않고,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데 익숙한 여자들은 혼자서도 밥을 잘 먹고, 길동무도 빨리 사귄다. 그대, 떠나기를 두려워 말라. 바람에 걸리지 않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 떠나라. 바람이 그대의 친구가 되고, 들꽃이 그대의 연인이 되어주리니. 떠난 자만이 목적지에 이르는 법이다.' 라는 말처럼 이 책을 읽고나면 여자인 나, 빨리 가방을 싸서 떠나고 싶다. 그 길에서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강인한 제주 할망도 만나고 저마다 추억을 간직한 이들도 만나고 나만의 추억도 만들어 오고 싶다. 그녀 혼자가 아닌, 올레길을 함께 하려는 이들이 있고 그 길을 지키고 보듬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진 이들이 있기에 올레길은 앞으로 우리만의 길이 아닌 세계의 길이 될 듯 하다. 올레길로 인해 제주의 자연이 새롭게 느껴지고 새롭게 다가오는, 우리가 잊고 있던 아니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 하나 되새겨질 때가 아닌가 한다. 너무도 좋은 글들과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나 일들이 많아 접어 놓고 밑줄 그어 놓은 부분들이 많다. 한자리에 앉아 잡는 순간부터 모두 읽을 때까지 자리를 떠나기가 아쉬웠던 책이다. 내가 지금 떠나지 못하지만 책으로 충분히 다녀온듯한 간접경험을 정말 충분히 하게 해주고 삶이란 것을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책이다. 더불어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 등 올레길로 인하여 제주의 자연이 더 지켜지고 더이상 훼손이라는 것에서 멀어지길 바라며 전작인 <제주 걷기 여행>을 읽어야 할 듯 하다. 그녀를 보지 않았어도 그녀를 경험하지 않았어도 '이심전심' 처럼 그녀를 훔뻑 느끼고 푸근한 그녀와 한번 올레길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