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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평점 :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자신의 삶에 만족을 하면서 늘 웃으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기만족 보다는 불만족으로 인하여 '꿈' 이라는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이가 더 많을 듯 하다. 나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가슴에 무척이나 와 닿는다. 꿈을 꾸기엔 누군가는 늦은 나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아직도 꿈을 꾸고 있고 날마다 작지만 '꿈' 을 꾸고 있다. 이루어지는 꿈도 있고 무산되어 다시 꾸어야 하는 꿈도 있지만 하루를 무지개처럼 놀라운 세상으로 바꾸어주는 꿈이 있기에 어쩌면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녀석들은 이제 내게 너무 익숙해져서 내 일과시간을 훤히 꿰뚫고 있지.' 여행을 하고 싶어서 양치기가 된 소년 산티아고, 갇힌 공간에서 신을 찾기 보다는 책을 읽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여행도 하고 돈을 벌면서 여행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산티아고는 두번의 똑같은 꿈을 꾸게 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알고 싶어진다. 점성술가를 찾아가 자신의 꿈풀이를 부탁하지만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한 그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허름한 노인은 그의 꿈을 너무도 정확히 맞추기도 하면서 그의 모든것을 알고 있는것처럼 술술 말한다. 그의 꿈을 이루려면 '피라미드' 가 있는 이집트로 가는 방법뿐. 그는 '예' 와 '아니오' 를 뜻하는 보석 두개를 주면서 그에게서 꿈풀이 값으로 양 여섯마리를 가져간다. 양치기를 하면서 책에서 얻지 못하는 어느정도의 지식을 체득한 그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멀고 먼 여행을 선택, 이집트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 게 바로 세상이지.' 꿈이 너무 빨리 실현된다면 삶의 이유가 있을까. 그가 존재한다는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일텐데 이룰 꿈이 없이 모두 이루었다면 살아야 할 존재가치가 있을까? 꿈은 빨리 실현이 되지 않기에 꿈인지도 모른다. 스페인에서 아프리카로 향한 산티아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그의 마음을 너무도 쉽게 알아주는 이를 만났다고 생각을 했는데 꿈을 너무도 빨리 이룰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그의 전세산을 도둑에게 빼앗기고 만다. 빈털털이가 되고 만 산티아고, 피라미드는 보지도 못했는데 다시 양치기로 돌아가야만 할까. 그의 수중엔 낡은 배낭속에 든 '예' 와 '아니오' 를 나타내는 보석과 책 한 권 그리고 낡은 옷 뿐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생각을 하며 꿈을 향한 '전진' 을 계속한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꿈을 이루기 위하여 그 과정을 보지 못한다면 그 꿈이 그리 중요할까. 빈털털이가 된 산티아고는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한다. 길을 가다가 먹을 것을 얻기 위하여 크리스탈 가게에 있는 크리스탈을 닦아 주고 그 댓가로 먹을 것을 얻게 되지만 크리스탈 가게 주인은 복덩이를 얻은 것처럼 방금전까지도 접을까 하던, 파리를 날리던 가게에 그가 들어서면서 손님이 들고 물건이 팔리는 것을 보면서 그를 채용하게 된다. 피라미드 보다는 양치기로 돌아갈 양을 살 돈을 벌기 위하여 일을 하는 산티아고, 그는 지금까지 가게 주인이 생각하지 못한 크리스탈 그릇을 반짝반짝 닦아 놓는다거나 밖에다 진열대를 만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 다거나 크리스탈에 차를 담아 파는 일등으로 그도 가게도 번창을 하여 모두가 흡족하지만 그는 아직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미지의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그것이 바로 만물을 움직이는 원리야. 연금술에서는 그것을 '만물의 정기' 라고 부르지. 사람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랄 때 만물의 정기에 가까워지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굼긍의 힘이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크리스탈 가게에서 돈을 많이 번 산타이고는 고향에 지금 돌아간다면 예전보다는 더 풍족한 양치기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가 꿈속에 보았던 피라미드를 찾아 사막을 건너는 여행을 하게 된다. 사막여행에 함께 한 동행이 '연금술사' 를 찾아간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는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 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가 지금 떠나는 여행 또한 어쩌면 보물을 찾기 위한 여행이니 양치기에서 많은 보물로 인하여 그의 삶은 연금술처럼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막여행이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족간의 싸움도 있고 오아시스를 만나기 위하여 기나긴 여행을 하며 밤을 이겨내기도 해야 한다. 가까스로 오아시스를 만나고 그곳에서 자신의 '사랑' 을 만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피라미드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나는 산티아고, '그는 과거의 교훈이나 미래의 꿈을 살아내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싶었다.' 사막속에서 오아시스를 본 그는 자신의 삶 속에 감추어진 오아시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늘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은 거에요.' 사막의 모래언덕에 바람이 분다고 사막이 사라질까.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다시 다른 모래언덕이 생길지언정 사막은 사막으로 남는다. 모래바람을 이겨내기도 하고 밤엔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하여 불도 떼지 못하면서 추위와 싸우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복장을 갖춘 무사들을 만나서 전재산을 털리기도 하지만 그는 무사히 사막을 빠져 나올 수 있었고 피라미드 앞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의 꿈 속에서처럼 보물을 찾지는 못하는 산티아고, 그가 온갖 시련을 견디어 내며 양치기에서 바다를 건너 전재산을 빼앗기고 빈털털이가 되었어도 굴하지 않고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을 하여 많은 돈을 벌게 되고 사막을 건너며 연금술사에 대한 이야기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모든 것은 손에 든 모래처럼 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빠져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산티아고, 하지만 그는 단단해졌고 많은 경험과 지금 그가 이순간 존재하게 된 지금까지의 '연결고리' 와 같은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고 자신의 노력에 의하여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이 아닌 자신을 꿈을 이룰 수 있는 단단한 연금술로 자신의 자아 변화를 할 수 있는 '연금술사' 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은 산티아고는 보물도 얻고 그의 새로운 꿈을 이룰 수도 있게 된다.
'그들은 단지 금만을 구했네. 자아의 신화, 그 보물에만 집착했을 뿐 자아의 신화를 몸소 살아내려고는 하지 않았지.' 모두가 '금' 이라는 결과물을 얻으려고만 했지 자신이 금이 되기 위하여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달랐다. 좋아하는 여행을 하기 위하여 신학을 포기하고 양치기를 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꿈을 쫓아 아프리카로 향했고 빈털털이에서도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을 얻어 많은 재산을 모으기도 했다. '위기가 곧 기회' 라는 말이 있다. 넘어졌다고 넘어져서 울기 보다는 그 바닥을 치고 일어선다면 더 강해질 수 있다. 꿈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면 꿈을 이루지는 못해도 꿈 가까이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곧 자신이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연금술에 대한 코엘료식 '연금술' 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다. 다른 책에 비해 접어 놓은 곳도 많고 밑줄 친 부분도 많다. 산티아고가 '희망' 을 버리지 않고 '희망' 을 향하여 전진하고 노력하였듯이 내일을 희망차게 맞을 '희망' 하나 간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하여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것인지 묻게 만들며 좀더 현실에 충실하게 만들면서 잃어버릴 뻔한 꿈을 일깨워준다. 삶은 아직 진행형이라 꿈도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한다면 무지개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