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이야기
신경숙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나이기도 하고 당신이기도 할 겁니다.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언제나 헤어질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일 겁니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신경숙의 '짧은 소설' 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연작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단편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는 작품들은 읽다보니 정말 작가의 이야기이거나 혹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기쁨,슬픔,애환등 간결한 글속에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라 더 깊게 가슴을 헤집는 듯 하다.

그녀가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하기전 여기저기 썼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하는데 일반적인 작가의 소설보다는 이런 단편들을 읽다보면 작가를 좀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좀더 친근감이 느껴지는 글들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상대는 나일수도 있고 혹은 당신일수도 있고 모두가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이 담아져 있어 어떤 글은 읽다가 한참을 웃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J, 8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J라는 글자가 익숙할 것이다.이선희의 'J에게' 라는 노래 때문에 한동안 입안에서 'J'를 외치며 유행처럼 느끼던 알파벳 'J' 는 모두의 일상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글자가 되었다. 짧은 소설은 첫이야기부터 웃음과 눈물을 '빵빵' 터트리게 한다. 통화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이야기속 J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부의 삶이 녹아 있는 짧은 글이지만 가슴이 아리다. 시인과 거지, 동네마다 그런 사람이 예전에는 한사람씩 꼭 있었다. 정말 세상을 등진 시인처럼 그런 사람이 있어 가던 길을 붙잡던 그때 그들, 지금 어디로 갔을까. 셀로판지에 대한 추억,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아련한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짧은 이야기속에서 어릴적 무척이나 젊었던 나의 아버지를 본다. 하교길에 늘상 교문앞에와서 기다리며 막내를 자전거 뒤에 태어고 가는 것이 행복인양 하셨던 아버지,지금은 팔순이 다 되어 등고 굽고 큰병과 싸우고 계시니 좀더 잘 해 드려야겠다. 눈만 크게 뜨면 돼,정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도 한때는 초등입학전의 조카들을 돌보는 때가 있었는데 막내조카가 아이들이 골목에서 말썽을 피우면 '이모가 대신 나가봐' 하며 이모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꼬마의 말이 너무 이뻐 한참을 웃었다. 울지 마라,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해외파견으로 돈을 벌러 가던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 있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훈훈함에 가슴이 먹먹하다. 이 이쁜놈아, 괜히 울아버지 생각이 났다. 작년에 큰병을 얻으셔서 병원에 입원을 처음으로 하시게 되었는데 막내인 나의 손을 꼭 잡으시며 힘을 얻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덧니아가씨, 순수할것만 같았던 그녀가 축구광으로 생긴 덧니라니 읽다보니 반전에 혼자 웃었다. 토끼와 거북이,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정말 재밌다. 정말 예전에는 조회시간에 쓰러지는 나같은 사람들이 한둘은 있었다. 이 단편을 읽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시원하게 속을 비웠다.전망 좋은 벽장,담장이 허물어져 부엌이 다 보이는 집이지만 그래도 남에겐 정말 혼자쓰기 큰 방에서 사는 시 쓰는 그녀가 행복해 보인다. 그녀는 예뻤다,가슴 뭉클한 이야기. 다리 한 쪽 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가 좀더 자신감을 가졌더라면 이쁜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눈물 두스푼의 이야기.

4장으로 나뉘어 있는 44편의 이야기는 이렇게 가슴 따듯하기도 하고 때론 눈물샘을 마구마구 자극하기도 하면서 우리 이웃이거나 혹은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긴 이야기로 써도 참 좋은 내용이 될 소재들이 많다. 짧은 소설 속에서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껴 본다.때로 삶이 각박하다거나 버겁다고 느낄 때 한 편 씩 읽어본다면 희망과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다분하다. 김치를 담고 몸이 조금 피곤할때 이 책을 잡았는데 피곤이 싹 가시면서 생기를 되찾았다. 한참을 웃고 가끔은 눈물 한번 찔끔하고 나니 감정청소가 다 된 듯 하다. <엄마를 부탁해> 나 신작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라는 작품들이 이런 짧은 소설을 발판으로 나오지 않았나싶다.짧은 소설속 이야기들을 읽고 있다보니 그녀의 이야기는 앞으로가 더 흥미진진해 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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