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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의 책
조앤 데이비스 지음, 김수경 옮김 / 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매일 아침, 잠에서 개거든 뜨는 해를 향해 맹세하게. 변함없이 깃털처럼 가벼운 심장을 지니겠다고 말일세. 또 저녁 무렵이 되어서도 지는 해를 보며 다시 한 번 약속하게나. 역시 깃털처럼 가벼운 심장으로 세상을 살겠다고.' 아침처럼 저녁에도 깃털처럼 가벼운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어떤 마음으로 아니 어떤 말과 행동으로 살아야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평등하면서 가벼운 하루를 사는 것일까? 책은 그런 물음표를 던져주면서 시작을 한다.
양치기 조슈아, 그는 아버지가 태어난 양중에서 제일 못난 양을 죽이려 하는 것을 강하게 밀어부쳐 자신이 엄마의 양젖을 받아다가 먹여가며 다른 양들과 똑같이 못난 양을 키워내고 그런 양을 장에 팔려는 아버지를 막고는 그 양과 함께 양치기가 되어 자신이 아직 보지 못하는 '깨달음' 을 얻기 위하여 여행중이다.그런 가운데 아버지에게 이른 아침 싱싱한 과일을 진열하지 않아 매를 맞는 소년을 구해주고 싶었지만 다가가지 못하고 구경만 하다가 쓰러져 있는 소년을 일으켜 세우고 아버지에게 쫒겨난 소년과 그 소년을 돌보는 하녀인 엘리자벳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은 함께 '깨달음' 을 찾아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인 조슈아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인 엘리자벳, 그리고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양치기 조슈아와 그를 동생으로 돌봐줄 엘리자벳을 얻은 행운아인 소년 데이빗은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모험의 길을 떠나게 된다. 엘리자벳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준 지도와 말씀을 바탕으로 길을 떠나며 가는 길에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은 깨달음을 얻는다. 여행중에 이야기꾼을 만나 ' 이야기를 할 때면 누구든 선택을 하게 되지요. 어떤 이는 자기 이야기에 절망이라는 외투를 덮어쒸우지만, 그와 반대로 희망의 옷을 덧입히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 포도주가 벌써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할 때에도,다른 누군가는 술병이 아직 반이나 채워져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의 이야기에서 긍정의 희망을 읽는 그들은 이야기꾼과 함께 자신들의 과거를 되돌아 보며 이야기를 한가지씩 해가나며 자신속에 숨은 자신을 발견해 나간다. ' 새 길을 찾기 위해선 내 안의 힘을 먼저 찾아내야 한다는 걸.... 세상을 향해 쏟아낸 내 안의 힘이 나를 구할 테니까요.'
여행중에 그들은 약재상을 만나 좋은 약과 함께 마음에 약이 되는 말을 얻게 된다. ' 모르는게 당연하지. 하지만 네겐 아직 열린 마음이 있단다. 세상 모든 가능성에 도전하려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지. 불가능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어른들의 부정적이 습관이, 아직 네 기대와 꿈을 시들게 하진 못했다는 말이란다.' 계속 여행을 하던 그들은 눈 먼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는 눈이 멀었지만 대신에 귀가 열려 있어 잃어버렸던 양도 찾아내고 양이 어디가 아픈지도 알게 해준다. '누구든 자신의 길이 따로 있는 법일세... 남의 길을 가려는 사람의 발은 오직 고단하고 짓무를 뿐이라네. 그리고 어딘가에 다다르더라도 길 잃은 느낌을 떨쳐낼 수 없겠지. 자네들의 운명이 향하는 곳과는 다른 곳으로 자네들은 이끌어갈 걸세.부디 그 길을 잃지 말게나.' 눈 먼 할아버지는 동굴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하는 방법과 함께 좋은 말씀을 전해준다. ' 잊지 말아라. 세상의 그 어떤 선함도 겉만 보고 믿어선 안되는 법이란다. 양의 가죽을 쓰고 오는 자가 있기 마련이니까. 속임수로 사람을 쓰러뜨리는 자들 말이다...... 네 직감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또 입가로만 웃는 억지웃음들을 경계햐야 한단다.'
눈 먼 노인의 말처럼 입가로만 웃는억지웃음의 소유자를 조슈아와 엘리자벳이 물을 찾으러 떠나고 데이빗이 만났지만 그는 가시가 발에 박혔던 순간을 기억하고는 위기에서 현명하게 벗어난다. '오늘 비록 저 구름이 우리가 걷는 이 길을 온통 진흙탕으로 만들어 버린다 해도, 생명의 기운을 간직한 빗물은 이제 이곳에 곡식을 자라게 할 거란다. 더 좋은 때를 바라보며 가끔은 그리 반갑지 않은 일도 받아 들여야 하는 거야.' 라는 엘리자벳의 말을 새겨 들었던 데이빗은 자신을 해하려던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사람을 물리치기도 한다. 여행중에 그는 소년에서 당당한 한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 먹구름이 뒤덮일 때마다 신은 빗방울을 선물한다는 걸 이지 말라고, 또 괴로움을 당하는 건 벌이 아니라 우릴 지혜롭게 하는 가르침이라고,사실 그땐, 그런 말도 가시만큼이나 아팠어요. 벌겋게 부어오른 발을 보고 어떻게 감사할 수 있었겠어요? 그런데 오늘애야 알았어요. 그 가시 하나 덕분에 오늘 난 먼지를 일으킬 꾀를 냈고, 동물들을 정신없이 흩어지게 한 덕에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걸 말이에요.'
세상을 살다보면 불가능한 일들도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사람을 속일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몰래 늑대속에 숨어 양의 탈을 쓰고 양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힘' 을 얻기 위하여 동굴로 가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동굴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없었다. 그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동굴에서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동굴, 서로의 힘을 합하여 그 동굴 탐험에 성공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수도승들이 남긴 항아리의 양피지의 말씀을 보게 된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나는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깊은 곳에 용서를 가져 오는 한 사람이 되기 원합니다. 믿음이 시든 곳에 그 씨앗을 절망이 무성한 땅에 희망을 심는 한 사람이 되기 원합니다. 슬픔을 기쁨으로 어두움을 빛으로 밝히는 한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할 때 용서받으며 자기를 던져서야 진정한 삶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 비로소 양피지를 보고 깨닫는 조슈아는 엘리자벳과 결혼을 하고 그녀의 할아버지가 살았던 집에 가서 살기로 하며 그들이 여행중에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며 집으로 향한다.
'어떤 일들은 일어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변화란 한 움큼씩 다가올 뿐이라네. 하지만 결국은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네. 또 하나가 모여 여럿이 된다는 것을. 결국은 맨 마지막 한 알의 모래가 저울을 움직이는 힘이 되지 않는가.... 누구라도 한 알의 모래가 될 수 있어.. 세상을 바꿔 놓을 특별한 한 사람을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누구든 자기에게 맡겨진 몫이 있었다. 그 몫을 다할 때마다 하나의 작은 기적이 일어났고,가장 큰 기적은 작은 기적들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세상을 바꾸는 모레알들이기에 누구든 맞은편 접시의 돌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오직 내 안의 힘을 믿기만 한다면.' 그랬다. 세상을 바꾸거나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모든 개인의 자신안에 있었다. 누구든 한 알의 모래가 되어 저울의 기울기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들이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이나 자신들이 지금까지 걸어 온 길 속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 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누구든 힘 없는 양을 인도할 양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첫 페이지부터 눈과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멋진 사진들과 함께 짧은 이야기는 다른 어떤 책보다 값진 말들이 가득 들어 있다. 조슈아와 함께 양치기가 되어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읽고 나니 기분이 좋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책이기도 하고 '깃털처럼 가벼운 심장' 을 갖기 위하여 용서와 이해 그리고 사랑을 늘 가까이 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책띠지에서의 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이 책은 모두의 심장을 어루만져줄 강력한 우화이다.' 라는 말이 정말 맞는 느낌이다. 무언가 가벼운 깃털이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지나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