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etr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인생이 담긴 한편의 감동적인 시詩,2010



감독/ 이창동
출연/ 윤정희(양미자), 김희라,안내상,김용택(김용탁시인),이다윗...

인생을 노래하고 인생을 담은 잔잔한 한편의 시,가슴을 적시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기 이전에 너무도 보고 싶은 영화였다. 기숙사에 있는 딸들이 나오면 <친정엄마>와 함께 이 영화 <시>를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나지 않았다. 벼르다 어쩔 수 없어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무언가 잔잔하게 느끼고 싶을 땐 영화를 혼자 보는 것도 참 괜찮은 일이다. 이 영화를 보기 이전에 나도 詩를 조금 쓰기도 했고 詩를 좋아하고 읽기도 좋아하고 여러모로 좋아한다. 거기에 좋아하는 시인이며 작가이신 김용택선생님이 나오시니 더욱 보고 싶은 영화였다.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65세의 할머니인 미자는 혼자 어렵게 중학교에 다니는 외손자를 키운다. 겉모습은 남보기에 조금 화려하지만 실상 그녀의 삶은 비루하다. 작은 서민아파트에서 복작거리며 생활보조금과 간병인을 하여 나오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 간다. 하지만 간병인의 일도 힘에 부치기도 하고 팔이 아파 병원을 찾은 그녀, 팔보다는 자꾸만 간단한 단어들을 잘 잊어버린다 하자 의사는 그녀에게 ’알츠하이머’ 를 의심된다고 하며 큰병원에서 검사해 볼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아프다고 해도 누구하나 나서서 자신을 돌봐줄 여력이 안된다. 딸은 이혼을 하여 아들을 자신에게 남겨 놓고 떨어져 부산에서 돈을 벌며 생활을 하고 있으니 손자를 돌보는 것도 만만하지 않다. 병원을 나서다 우연히 다리에서 떨어져 물에 빠져 죽은,자살을 한 손자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여자아이 이야기를 듣고는 손자에게 물어보지만 녀석은 모른척한다. 

자꾸만 단어들을 잊어버려 문화원에서 하는 ’시강좌’ 를 들으려 하지만 신청날짜가 지났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 꼭 시를 배우고 싶다고 말을 하여 청강을 하게 된다. 시인으로 나오는 김용택시인의 리얼한 시에 대한 강의,청강생들인 아줌마,아저씨들의 연기 또한 리얼하여 영화의 더 맛을 더해준것 같다. 꼭 한편이라도 시를 쓰고 싶었던 미자, 옛날에는 무척 감성적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살아오면서 그런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인생은 무덤덤해졌다. 어찌하다보니 인생은 물처럼 흘러 지금의 순간에 이르고 말았다.

詩,는 보는 것이며 아름다움이다. ’시는 죽었다.’ 김용탁시인은 이시대 시는 죽었다고 말한다. 시를 쓰지고 않지만 읽지도 않으며 시는 더이상 희망이 없는 것처럼 나오지만 영화속의 시를 배우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또한 인생의 뒤안길에서 늦었지만 이제서야 시를 배우겠다고 문화원을 다니고 시낭송회를 다니지 않는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시상을 끄집어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말하는 시인 김용탁, 그런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아이처럼 미자는 늘 메모할 수 있는 수첩과 볼펜을 가지고 다니며 나무에서 우는 새소리며 바람소리 아름다운 꽃들을 메모로 남겨 둔다. 언젠가는 꼭 한 편의 시를 쓰는 것이 그녀의 소원이다.

하지만 詩처럼 결코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 가장 아름다운 꽃띠인 이팔청춘에 소녀는 삶을 버렸고 미자의 삶 또한 뒤돌아 보면 아무것도 없다. 손자가 소녀의 죽음에 개입되어 합의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그녀에겐 돈을 마련할 어떤 길도 보이지 않는다. 가만 놔두면 외손자의 삶 또한 어찌될지 모르기에 그녀는 근심에 차지만 그녀에겐 우선적인 것은 오로지 詩이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 무언가 다시 가슴을 불태우고 싶다. 그것이 詩이다. 잃어버린 언어를 찾듯 잃어버리고 있는 언어를 찾듯 그녀에게 남은 소원은 시 한편을 쓰는 것이다.

그리운 부석사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잘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 (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그녀에게 절박한 것은 두가지이다. 손자의 합의금으로 마련해야 할 돈 오백만원과 詩한편, 손자가 소녀의 죽음에 연관이 되지 않기를 바랬지만 그것은 허사가 되고 자신 또한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지만 결코 자신의 딸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소녀의 인생의 밟듯 그녀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그녀의 짧은 삶, 아네스 소녀의 세레명. 손자가 개입된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소녀는 미자의 삶에 들어와 모두를 짓밟고 있다. 소녀의 엄마를 만나러 가면서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녀처럼 화려함으로 치장을 하고 가서조차 자신이 찾아온 직접적인 말을 꺼내지 못하고 경치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자신이 이제서야 발견한 살구에 대하여 변명처럼 늘어놓다 뒤돌아서며 현실을 직시하는 미워할 수 없는 이쁜 할머니 미자, 조금은 어색한듯 하기도 하지만 그녀만한 배역은 없을 듯한 느낌이 든다. 주름살이 아름답고 꾸미지 않음이 아름답고 그 나이에 맞는 ’인생’ 을 담아 내기엔 너무도 잘 어울린 배우 윤정희. 그와 더불어 뇌졸증으로 쓰러진 후 언젠가 티비에 나온것을 보았는제 자신은 영화배우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그의 어눌한 말을 들은듯 한데 이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 ’김희라’ 정말 대단하다. 꾸밈이 없는 실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할터인데 너무도 잘 어울리고 대단하다. 영화에 대한 집념이.그들이 있어 이 영화가 더 인생을 담아 내기에 좋은 그릇이 되지 않았나 싶다.

조연들이 빛난 영화,詩. 김희라 그리고 미자의 손자로 나온 이다윗과 시인으로 나온 진짜 시인 김용택시인등 서민아파트에 사는 진짜 조연들이 더 빛났던 영화이며 잔잔한 영상이 너무도 좋은 영화였다. 한편의 시에 희 노 애 락, 인생의 모두를 담아 낼 수 있는 꼼꼼한 감독만의 연출이 좋았던 영화이다. 시낭송회 회원들이 읊는 시처럼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가.’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어느 누구를 죽도록 사랑해본적 있는가 묻고 있다. 시강연의 제목처럼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을 노래하듯 영화는 내내 관객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시간을 준다. 그리고 묻는다. 자신의 삶은 어떠한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은... 미자는 어린시절을 돌이켜 보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라고 하며 울지만 영화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소녀를 위해 ’아네스의 노래’ 라는 한 편의 시를 완성함으로 하여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죽음을 택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예쁜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던 그녀는 손자와 그 친구들이 저지른 일로 한소녀가 자신의 목숨을 버린 일이며 세상은 결코 자신의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은 흐른다.’ 얼마전에 읽은 이외수의 <아불류 시불류> 라는 책의 제목처럼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리지 않는다.’ 시간도 흐르고 그 시간만큼 자신도 변하고 흘러간다. 자신의 삶 또한 변해감을 인정해야 하지만 너무도 변해 버린 삶과 윤리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불장난 같은 일들이 그녀를 괴롭게 만든다. 그 괴로움은 한편의 시가 되어 그녀가 삶을 놓게 만든다.

아네스의 노래- 양미자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흘러가는 물로 시작한 영화는 흘러가는 물을 엔딩으로 끝이 난다. 잔잔한 한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아니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처럼 화면은 잔잔하면서도 아름답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과 생활 그리고 서민적인 사람들이 화면가득 아름다운 한편의 시를 만들고 있다. 작가출신 감독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꼼꼼한 영화이다. 그 자체만으로 한편의 시이며 소설이다. 메릴 스트립을 보면서 주름살이 아름다운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몇십년만에 나온 배우윤정희 씨도 주름살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배우이다. 그 모습 그대로 인생을 노래하고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오래간만에 만난 배우 윤정희 씨도 반가웠지만 회장님을 분한 배우 김희라 씨도 무척이나 반가운 영화이기도 했고 시인김용택님은 연기로 직업을 바꾸어도 무색하리만치 자연스러움이 넘쳐나는 연기이고 시강좌였다. 튀는 사람들이 없어 더 영화의 매력은 넘쳤던 것 같다. 이 영화로 인해 詩가 다시 우리 가슴에서 피어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나 또한 오래전에 시심을 잃어버리듯 그저 낙서처럼 쓰던 시를 쳐다보지 않은것이 오래되었지만 이 영화를 보니 다시 쓰고 싶어졌다. 내 인생을 노래하고 내 삶을 노래할 잔잔한 시를   다시 가슴에서 꺼내보려 한다.

 

 

 노래를 너무도 잘 하셨지만 벽에 걸려 있는 액자의 르느와르의 그림과 너무도 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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