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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해봐라.남자란 인간이 참 쓸모가 없어. 젊어 일할 때나 쓸모 있을까.늙어지면 쓰레기야. 평생 지 한 몸 간수하는 법도 배우지 못하구 살고.도대체 하는 게 없어. 밥을 할 줄 아나,빨래를 할 줄 아나, 애들을 키울 줄 아나..'  평생 자신의 길만 꿋꿋하게 걸어 온 아버지, 그는 아내가 죽음에 임박해서야 비로소 인생을 바라보고 아내를 바라보고 가정을 바라보고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타인이 병을 고쳐주는 의사였지만 등잔밑이 어두웠던 것일까? 자신의 아내가 중병에 걸린것을 진정 몰랐다. 그것도 죽음에 다다라서야 아내가 소중함을 알게 된 아버지, 어떻게 해서든 어여뿐 아내와 오붓한 일산 새집에서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그녀가 너무도 지상에서 힘든 고통을 혼자서 감내해서일까 겨우 하루 새집에서의 시간을 허락하고는 그녀를 데려가고 말았다.

책을 읽으며 어찌나 눈물을 흘렸던지, 우린 고통이 나에게 닥치면 무척이나 큰 일인것처럼 하늘이 무너지듯 한다고 표현을 하고 남의 일이면 그냥 한번 흘려 말하는 것으로 고통을 가볍게 여긴다. 타인에게는 고통이라고 말을 할 수 없을 것처럼 가볍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만약에 누군가와의 이별이 내게 닥친다면... 이런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서일까 소설은 더욱 내게 큰 고통으로 자리했다. 작년 여름에 알게 된 아버지의 중병, 폐암2기. 발견을 일찍 한 편이라 했지만 어찌 손을 댈 수가 없는 장소에 종양은 자리를 잡았다. 그 종양 때문에 아버지는 그토록 아팠던 것이다. 하지만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고통의 십분의 일도 말씀하지 않으시고 표현하지 않으셨던 아버지, 그 시간동안 종양은 점점 아버지의 폐에서 더욱 큰 둥지를 틀었다. 본인에게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지만 그 고통이 너무 커서일까 지금은 어느정도 당신의 병을 짐작하고 계신 듯 하다. 자식이 옆에 있어도 그 고통을 나눌 수 없음이 무척이나 가슴이 아프다. 애써 외면해보지만 그 고통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찌른다. 날마다.

그래서였을까 소설은 언젠가 내가 겪어야 할 이야기들 처럼 정말 가슴을 저미게 했다. '연수는 그런 아버지도 낯설었지만 자신의 병보다 할머니 걱정을 앞세우는 엄마가 새삼 처연하게 느껴졌다. 그게 엄마였고, 그런 엄마를 당연하다고만 여겨왔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아파도 아프지 않아야 하고 가정의 모든 고통을 혼자서 감내하듯 수퍼우먼처럼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는 만능적이면서 초인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여긴다. 그런 엄마가 아프다고 하니 아버지는 동네 약국에나 가서 약을 조제해 먹으라면서 성화다. 본인이 의사이지만 당신의 병원에 나타나는 것조차 꺼린다. 그런 엄마의 증세가 이상하고 정밀검진후에 뭔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고서야 현실을 외면하듯 인정하려 들지 않는 아버지, 자신이 그동안 닦아 온 울타리는 무엇인지 새삼 되돌아보게 하지만 아내없는 삶은 받아 들이고 싶지 않다. 진정으로 이제서야 아내가 본인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느껴보지만 시간은 아내에게 많은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희망인지, 새삼 아내라는 존재가 무척 거대하게 느껴진다.

치매에 걸려 엄마없이는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는 할머니,요강을 던져 지린내를 풍기고 갖은 욕설을 퍼 부으면서도 당신의 며느리가 곁에 있어야 안심을 하고 잠을 청하는 할머니,그런 할머니가 당신의 죽음보다 더 걱정이 되는 엄마는 할머니를 자신보다 앞세우고 고생을 덜하게 하려고 죽이려 힘을 쓰지만 끝내 아들의 손에 이끌려 허사로 돌아가고 만다. '사랑은 책임이야.적어도 책임지려고 하는 노력이야. 그게 사랑인 거야. 책임 없는 사랑은 가벼워서 봄바람에도 날아가 바람 되고, 먼지 돼. 넌 먼지 되고 바람 될 거야. 흔적도 없이. 그렇게 될거야. 그 사람은 엄청난 책임과 무게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갈 거구.' 바람같은 사랑을 하는 연수, 자신이 사랑하는 유부남인 영석의 집에 가 눈으로 아내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의 사랑이 잘못되었음을 뉘우치고 아픈 엄마를 위해 남은 시간을 모두 바치기로 다짐하는 착한 딸.그런 딸의 결혼하는 모습도 그 후의 모습도 궁금하지만 엄마에게는 그런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바로 눈 앞에서 자신이 알려준 비법대로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것으로 만족을 하는 엄마, 죽음이 바로 당신의 발등에 떨어져 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남편과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자식들 걱정이고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과 올케 걱정뿐이다. 

'엄마란 존재는 그런 것 같다.' 대단하지만 막상 곁에 있을 때는 그 가치가 제대로 파악이 않되는 존재. 우린 그런 존재의 그늘아래에서 하루하루 수액을 빨아 먹듯 엄마의 모든 것을 빨아 들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엄마란 존재는 무엇일까?' 과연 자신의 삶은 제대로 있는 것일까. 그녀도 한때는 아리따운 여자였고 사랑의 울림이 있었지만 '엄마' 라는 존재로 거듭나면서 그 존재가치는 거대해지고 그야말로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스러져 가는 순간까지 '여자가 아닌 엄마' 로 존재하는 그녀 엄마, 그녀의 종양조차 덩어리가 아닌 꽃잎처럼 흩어진 존재로 있어 손을 댈 수 없는 것처럼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는데 과연 그녀의 존재가 사라진 후 그들은 온전할까.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로 심금을 울리는 '엄마표' 가 영화나 소설로 많이 나온듯 하다. 딸들과 벼르고 영화 '친정엄마' 를 보려 했는데 너무 시간을 지체했나 기숙사에 있던 딸들이 나오고 나니 영화가 끝났다. IMF이후로 김정현의 <아버지> 로 인해 '아버지' 란 존재가 부각되었다면 요즘은 '엄마' 라는 존재가 그동안 잠잠히 있다 수면으로 떠오른듯 하다. 타인이 아닌 우리곁에 있는 존재나 가족, 개개인들에게 혹은 잊고 있던 존재를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은 좋은 일인듯 하다. 행복을 전해준다는 파랑새를 멀리가 아닌 집에서 발견하듯 우리안에 숨쉬고 있던 존재의 가치를 확인한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현상인듯 하다. 그만큼 가정이 중요하고 개개인이 소중한 현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은 내 묵은 감정의 찌꺼기를 청소해주고 가정의 소중함을 한번더 되새기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처럼 후회되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부모님이 계시는 동안에 좀더 잘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했던 소설이다. 

'네가 두부 주면 두부가 먹고 싶었던 것 같고, 네가 버섯 주면 꼭 그게 먹고 싶었던 것 같아.' 하는 엄마의 말처럼 자신의 죽음앞에서 더이상의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엄마의 숟가락 위에 반찬을 올려주는 아들을 보며 하는 말을 읽는 순간,겁잡을 수 없는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나 또한 아버지에게 못다한 일들을 한가지라도 더 해드리려고 노력을 하지만 아버지의 고통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있어서일까 그게 잘 안된다. '세상이 무섭다고 지레 겁먹지 마라. 너희 부모도 나도 즐거이 살아온 세상이다. 세상은 너희의 생ㄱ가보다,훨씬 더 아름답단다. 겁내지 마라, 사랑한다.' 작가의 마지막 울림처럼 아버지에게 혹은 부모님께 '사랑해요' 라는 말을 더 늦기전에 한번 더 해드려야 할 듯 하다. 가족의 소중함과 더불어 '엄마' 라는 존재로 인해 부모님을 다시 보게 했던 소설이다. 더 늦기전에 잘해드려야 겠다. 아버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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