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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저 가는 거야, 또 가는 거야.'
이 책을 읽기전에 '산티아고 가는 길' 에 대한 다른 책을 한 권 읽었고 스페인 순례자 길에 대한 여행다큐나 그외 다른 책들에서 접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까 처음 그 길에서 받은 느낌보다는 약간 덜한 감동이었다. 그 길을 따라 볼 수 있는 중세의 건물들이나 곳곳의 문화 혹은 생활 등을 언젠가는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삶이 나이를 먹고 떠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삼십일 혹은 사십일 어떤 이는 오십일을 이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더 빨리 단기로 혹은 속성으로 길을 걷는다면 시간이야 자신이 조절하기 나름이겠지만 '걷는다' 는 의미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 를 만난다면 속성 보다는 '느림' 으로 맘껏 시간의 여유를 가져보며 '노란 화살표' 만 따라가기 보다는 알베르게나 주변의 풍광도 함께 즐기며 걷고 싶어졌다. 그런 여유를 갖는 다는것도 어쩌면 큰 행복이겠지만 긴 시간동안 '자신과의 싸움' 에서 걷는다는 의미는 어쩌면 '시간의 단축'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산티아고 가는 길' 에서 믿음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자신속에 있는 '하느님' 을 만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타종교에 대한 믿음을 가졌다던가 아님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접하기에 약간은 껄꺼로울듯도 하지만 이 길이 워낙에 '순례자들의 길' 이었고 '자아찾기' 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정도는 이해해 주어야 할 듯 하다.
그녀 나이 65세,20kg 정도의 배낭을 메고 하루 20km 씩 몇 시간씩 길을 걷는 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 또한 지금 그렇게 행하라고 하라면 자신없어 포기하고 말 것이다. 가까운 산행을 가도 난 무거운 배낭을 메지 못한다.내가 메고 가는 가방의 무게는 '삶의 무게' 처럼 내 어깨를 누리고 나를 잠식하기도 하지만 그런 자신과 건강과 용기도 물론 아직은 없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대단한 용기이고 시작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누렸던 모든것을 벗어 버리고, 유서까지 남기면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런 여행이었으니 혼자가 아닌 둘이서 떠난 여행이고 자신은 첫번째 길이지만 동행자에겐 세번째 길이라 경험이 풍부하다면 당연히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내가 주체가 되어야 할 여행에 누군가의 힘에 의해 타동사처럼 끌려 가는 여행은 진정한 자신의 목적이 아니기에 자신에게 더 화가 날 수 있다. 그런면에서 자주 동행자에게 거론 되는 '불만' 은 어쩌면 자신에게 보내는 불만처럼 처음엔 거슬렸지만 어느순간, 하느님과 마주하고 자신만의 여행으로 삼아 동행자를 점점 좋아하게 되는 여행이 인생은 긴 마라톤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앞질러 가던 동행자가 어느순간 그녀의 뒤로 쳐지고 모든 것을 내버리듯 한 자신은 가뿐함으로 앞질러 갈 수 있음이 진정한 '자아찾기 성공' 처럼 작가가 찾은 희망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 했다.
오랜시간동안 걷다가 보면 정말 자신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으리라. 긴 산행에도 너무 힘들거나 지치고 내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이 될 때 그자리에서 모든것을 포기하고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미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 고비를 넘기고 나면 모든것은 '내 탓이요.' 처럼 모든것이 '사랑이고 희망이고 내 세상' 처럼 내게 안겨들때가 있다. 그런 맘에 나도 가끔 걷기의 일부분으로 산행을 한다. 그 순간 힘들었지만 돌이켜 생각을 해 보면 정말 값진 시간이었음을 앞으로 살아갈 날의 에너지처럼 그날들이 전부 내 삶의 앙금이 될 때가 있다. 그런 시간을,인생에서 너무도 값진 시간을 경험하고 오시지 않았을까 한다.
그 길에선 내가 전에 무엇을 했건 어느 지위에 있었건 필요한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방안에 든것조차 무거워 하나하나 비워 나가고 버리는데 내가 전에 지녔던 지위와 성공등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앞으로 살아갈 삶의 가방의 무게는 어느정도여야 살아갈 수 있을가? 하는 문제를 제기해 주는듯 하다. 그동안 줄기차게 쫓아 왔던 자신의 성공가도도 그 길에선 필요없다. 절실히 필요하다면 배고픔과 잠자리와 아픈 상처를 소독할 수 있는 약정도일터 우린 어쩌면 삶에 필요없는 사치품을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음식, 극도로 간소해요. 옷차림, 옛날 순례자들은 단벌이었어요. 잠자리,물론 불편하죠. 그나마도 얻지 못하면 노천에서도 잘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을 고생스럽다고 여기면 이 길을 걸을 필요가 없어요.' '순례자의 길' 을 걷는데 더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 와 내가 있는데. '산티아고는 길이며, 숲이고, 낙엽이며,바람이다. 길과 숲과 낙엽과 바람이 성당이다.' 조금 아쉬운점은 인용구처럼 풍부한 볼거리가 있는데 방향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 들이 가득찬 사진이 아쉬웠다. 함께 했던 자연경관이나 그외 주변의 풍경이나 성당등 좀더 풍부한 볼거리가 있는 사진이 있었다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 길에서 하느님을 만난것도 좋았고 자신을 찾은것도 좋지만 독자를 위한 볼거리가 약간은 부족한것 같아 아쉬웠지만 이런 값진 여행을 떠나는데는 '나이도 필요없다' 는 것을 알려주는 용기를 주는 책으로 보여진다. 타지에서 아프다는 것은 정말 서러운 일이다. 강골이 아닌듯 하신데 그 긴 걷기여행을 무리없이 잘 마무리 하시고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삶으로 돌아왔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아직 그 길에 서보지 못했지만 여행기를 읽는 것만으로 충분한 간접경험을 한듯 하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순례여행을 떠나고 싶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