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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만덕아......, 고난은 행복의 시작이요, 행복은 고난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으니라. 현실이 고통스럽다고 좌절할 필요 없으며, 바랄 나위 없이 행복한 때일수록 고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잊지 말고 이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알았지?' 상인이던 아버지를 바다가 빼앗아 가고 어머니마져 호열자로 12살에 잃은 그녀 만던, 오빠 둘은 큰아버지댁에 머슴이나 마차가지 신세로 팔려가듯 가고 그녀는 혼자 집에 남아 있을수도 어머니처럼 물질을 하여 연명할 수도 없어 관기이며 이제 물러나 앉은 월중선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머니가 호열자에 걸렸을때 우연히 길에서 만난 도형과 을산 아저씨, 을산 아저씨의 도움에도 어머니를 잃은 만덕은 그녀의 인생에 큰 힘이 될 도형을 가슴에 간직하게 된다.
큰아버지댁으로 머슴살이를 하러 간 오빠들은 4년만 떨어져 살다가 만나서 함께 살가고 했지만 넉넉지 못한 살림에 그들의 집을 돌보지 못하고 겨우 살아가던 그들에겐 4년이 지나도 만덕은 그에게 짐이나 마찬가지이며 그들 또한 여유롭지 못한 삶을 보고 그녀는 관기가 될 것을 결심하고 월중선에게 춤과 노래등을 지도 받지만 관에 들어가는 날은 하루하루 뒤로 미루었다. 월중선의 집에 들어서기 전 그녀는 제주의 거상이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세웠기에 양민이었던 그녀에게 관기란 받아들여지지 않아 장사밑천으로 삼을 돈을 절약을 하며 모으기 시작한다.그런 어느날, 자신의 신분이 관기가 아님을 사또앞에 나가 고하고는 관기에서 양민으로 자유를 얻는다.
월중선이 죽으며 남긴 재산과 관기를 하며 모은 재산으로 포구앞에 마땅한 객주집을 얻어 성산 어멈과 함께 했지만 그녀가 바라는 도형과 작은 오빠인 만재가 필요했다. 그녀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그들이 찾아오고 객주는 번성하게 되고 많은 이윤을 남기지 않고 소매상과 제주민을 위한 장사는 잘 되어갔지만 그녀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옆에 있는 고병기의 그집 차인 최대식세력과 그리고 여자는 섬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도이다. 섬이란 특성상 쌀부족도 심하고 소금도 나지 않는 곳, 그녀는 여러사람들의 도움과 자신이 장사에 '정도' 를 지키며 모두를 위한 장사를 펼쳐 나갔기에 거상이 될 수 있었지만 그녀를 빗겨가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환난을 돕기 위하여 육지로 보냈던 그녀의 전재산과 첫사랑 도형과 작은오빠 만재를 바다가 삼켜 버리고 포기 하고자 했던 삶을 자신보다 못한 주민들을 보고 이어 나가기로 하는 그녀는 백성이 굶주리는 것을 더이상 보지 못하고 모든 재산을 털어 규휼미로 바꾸어 배고픔을 덜어주고자 한다. 그녀의 거상다운 면모,노블레스 오블리주. 있다고 있는 척이 아닌 돈이 꼭 필요한곳에 적절하게 사용을 한 그녀의 공을 임금 정조는 크게 상을 내리려 하지만 섬에 묻혀 조선의 여자로 갇혀 살던 그녀의 소망은 육지여행,임금이 계신 한양과 금강간 여행. 이 얼마나 멋진 여행인가.
'.... 부귀영화와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는 꼴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어디서 무얼 하든 다 자기 하기 나름이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그녀의 굴곡진 삶에는 어디 거상으로 맑은 날만 있었던가. 12살이 부모를 여의고 오빠들과 떨어져 기생집에 혼자 머무르게 된 것이며 양민이었으나 관기로 들어가 원하지 않는 삶도 살아야 했고 다시 양민으로 자유로운 삶은 부여 받아 객주를 열었지만 여자가 그것도 전직이 관기였기 때문에 그녀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먼저 그녀를 여자이며 관기라는 것으로 깔보았지만 그녀에겐 그 어떤 것도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바다의 거친 물살도 헤치고 당당히 육지를 향해 노저어 갔을 것 같은 그녀의 강건함과 혼자가 아닌 모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녀를 거상으로 거듭나게 한 것 같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깊이 빠져들기만 할 뿐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 늪,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늪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두려움 없이 발을 내딛는 것이리라.' 관기로 호의호식하며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좋은 옷 다 버리고 자신의 삶이며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 나가려 포부를 펼쳤던 그녀, 어느 남자 못지 않은 그녀의 당대함이 대단하다. '아암, 그래야지. 상인은 이득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을 팔아야 되는 거여.' 그녀의 말처럼 상인뿐만이 아니라 제주도민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던 그녀의 삶이 녹아난 소설은 어렵다거나 복잡함 보다는 그녀의 삶을 누군가 전설을 들려주듯 하여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다.섬과 조선이라는 특성상 여자인 그녀에겐 벗어나지 못한 <벽> 같은 존재들이었지만 그녀의 원대한 꿈앞에서는 모든 것들은 한낱 물거품처럼 부서져 내렸다. 자신의 이익보다 모두의 희망을 원했던 그녀의 삶이 오늘날, 자신이 주머니를 부풀리기에 바쁜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 제주 해녀의 거친 숨소리 '숨비소리' 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