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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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에도 힘이 있다,천지를 뒤흔들 힘이.
다도에서 절제의 미를 추구했던 ’센 리큐’, 짧으면서 강한 사랑의 여인이었던 조선여인에게 마지막 한 잔의 차를 끓여준것이 인연이었을까 그의 다도에는 그가 사랑했던 여인이며 그녀의 모두가 늘 담겨져 있다. 일본의 다성이라 불리는 센 리큐의 이야기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들이 일본의 것보다는 이도다완이며 조선여인 그리고 그녀가 말해준 ’무궁화’ 며 그녀의 유품인 ’녹유 향합’ 등 그들의 것보다 우리것이 ’최고’ 로 나와서일까 더 흥미를 가지며 읽게 된 소설이다.

그가 추구한것은 아름다움일까 두려움일까.
모든사람들의 눈에는 리큐가 추구하는 것이 ’아름다움’ 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절제의 미를 추구한 것은 아닌가. 세상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하지만 그가 하는 행동들은 모두가 완벽에 가까우리만치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미의 극치를 보여준 그를 적대적인 눈으로 언제나 늘 지켜보고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권력에서 최고인 그가 미에서 최고인 리큐를 제거하려했던 밑바탕을 이룬 ’녹유 향합’,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마지막 유품을 억만금과도 바꾸지 않고 마지막 자신의 생명과도 바꾸지 않았던 리큐, 세상에 두마리 호랑이가 존재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을 두려워 했던 남자 리큐, ’리큐라는 사내를 어떻게 보나? 내 보기에 그 사람만큼 여러 얼굴을 가진 사내는 없어.정중한가 하면 오만하고, 섬세한가 하면 바사라보다도 막돼먹었거든.실로 자유자래라 종잡을 수 없건만,어느 얼굴의 시선을 따라가도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 나오더군. 그것이 도무지 이상야릇하다는 말이지.’ 그는 그랬다. 어느날은 동백이 아직 피지 않을것을 원하고 어느날은 활짝 핀 것을 원하고 한송이 나팔꽃을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기 위해 정원의 모든 나팔꽃을 따는가 하면 그에게 있어 ’미’ 는 어쩌면 완벽을 파기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아름다움이 나왔는지 모른다. 다른이들은 많은 치장과 넓은 다실을 원했지만 그는 겨우 두어사람 앉을 만큼의 공간과 한사람 겨우 구부리고 앉은걸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면 족하다 했다. 모두에게 미를 보는 눈은 다르겠지만 남들보다는 독특하면서도 미를 보는 다른 눈을 가지고 태어난 그,그가 히데요시의 먹잇감이 되어 활복을 하는 그날부터 하여 소설은 거꾸로 그의 행적을 추적해간다. 그가 어떻게 다성이 되었는지.

’다도를 잘 아는 귀인은 물론이거니와, 그 어떤 사람을 초대하고 또 초대받아 동좌하더라도 명인을 받들듯 공경해야 한다.’ 진심을 다해 차를 끓였던 남자 리큐,그가 지닌 녹유 향합도 그가 연출하는 다실의 분위기도 모두에게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연스럽다’ 자신의 진심을 다해 ’최고의 차’ 를 끓여 내는 그,모두가 인정하는 아름다움이 아닌 자신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 더 사명을 가졌던 그가 목숨처럼 간직한 여인과 녹유 향합은 모든 이들의 눈과 마음을 멀게 만든것 같다. 자신의 것을 지킬 줄 알았던 그가 지키지 못했던 여인때문에 그자신 죽음에 이르는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형태가 있는 것은 모두 깨집니다.깨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법.
만약에 그가 일찍 녹유 향합을 깼다면 그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목숨처럼 아꼈던 녹유 향합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 않으려 했던 그, 죽음으로 대신 자신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지켰던 남자, 그런 남자의 곁에서 껍데기 같은 그를 바라보며 살아야 했던 그의 아내는 마지막 순간 녹유 향합을 깸으로 해서 자신의 원통함을 달랜다. 리큐 자신이 그 녹유 향합을 일찍 깼더라면 아마도 그 또한 범부에 지나지 않았을것이다. 그가 아름다움을 깨지 않고 지켰기 때문에 다성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름다움을 지켜려 했던 남자 리큐와 아름다운 것을 손에 넣으려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던 히데요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날마다 마시는 ’한 잔의 차’ 가 다시 보인다. 다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난 내 방식대로 날마다 기분에 따라 차를 마시고 늘 식사후엔 보약처럼 커피를 즐겨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좀더 다도의 깊이를 느껴보고 싶어진다. 차 한 잔에 사랑과 인생이 담겨 있던 리큐, 그를 통해 새로운 차의 세계를 경험해 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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