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 폴란드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외 지음, 정병권.최성은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비 세계문학 폴란드편인 <신사 숙녀 여러분,가스실로>는 처음 접해보는 작품들과 작가들로 신선한 충격이었다.우리의 근대사와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폴란드 사회상이 깃든 작품들은 '눈물과 감동'을 안겨주면서 어느 한 작품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네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시엔키에비치,레이몬트,미워시,심보르스카)를 배출한 '문학의 나라' 이지만 정작 많은 작품을 접하지 못하고 읽지를 못했는데 정말 좋은 기회가 주어진듯 하다.

폴란드 문학의 거장 헨릭 시엔키에비치의 <등대지기>는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도 영향을 준 작품이라니 첫 만남이 무척 기대되었다.스카빈스키 노인은 온갖 시련을 다 겪은 후 미국령 빠나마에 정착해 등대지기로 일하게 된다.그는 자신의 마지막 정착지처럼 등대에 불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등대섬에 대한 애착으로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폴란드 시집 한권을 선물로 받게 된다. 그 책 한권으로 인해 그동안 잊고 있던 모국어와 조국에 깊게 빠져든 그는 그날밤 등대불을 밝히지 못해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로 생각하게 된 '등대지기' 일에서 짤리게 되었다. '등대섬은 모든 죄악과 위험으로부터 노인을 보호해주는 안식처였다.' 하지만 노인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얻었으니 그의 방랑에 스스로 등대불을 밝히게 된 것이다. 

블레스와프 프루스의 <파문은 되돌아온다>는 어렵게 자신의 방직공장을 마련한 공장주 아들레르 고틀리프,그는 엄마를 잃고 혼자서 성장하는 아들 페르디난트에게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베인 돈으로 낭비와 방탕의 세월을 보내게 한다. 친구이며 뵈메 목사의 조언도 무시하면서 자신의 부를 위해 노동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던 그는 마침내 아들의 방탕한 생활의 종지부처럼 그를 잃으며 모든 것들을 잃게 되는데 산업사회로의 전화기의 자본가와 노동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으로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면 종지부는 어떤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뵈메목사가 아들레르에게 보여준 '연못의 파문' 처럼 파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자신에게로 돌아옴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마리아 코노프니츠카의 <우리들의 조랑말>은 읽으면서 가슴이 정말 아려왔다. 집은 너무 가난하고 엄마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죽음에 이르고 아버지는 직업조차 없어 일거리가 없으니 집안의 살림을 하나하나 팔아서 그날 하루를 연명하는 가족에게 개구장이 아들들은 모든것이 그저 장난스럽고 재밌고 신기하기만 하다. 자신들이 처한 가난과 어려움보다는 가구를 파는 일에 더 재미를 느끼는 그들에게 마지막 재산처럼 여겨지던 '애꾸눈 조랑말' 까지 팔게 되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시신을 운반하기 위해 집에 온 조랑말을 멋지게 장식해주며 친구처럼 대해주는 그들의 천진함이 가난과는 대조적으로 잘 그려진 작품이다. 어머니의 죽음도 바닥까지 치달은 가난도 그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대수롭지 않았던 개구장이들, 이 작품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쓴 작품이라 하는데 읽으면서 아이들이 있어서일까 제일 가슴이 아렸던 작품이다.

야로스와프 이바시키에비츠의 <빌코의 아가씨들>, 삼십대 후반인 빅토르는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지면서 젊은시절에 추억이 있는 빌코 농장으로 여행를 가게 된다. 그시절 십대와 이십대였던 아가씨들은 십오년이 지난 지금은 결혼을 하여 아이들을 거느린 부인들이 되기도 하고 막내는 젊은 아가씨가 되었지만 그에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젊은날의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잠시 자신의 현재의 삶을 망각하기도 하던 그는 어느날 지금 현재의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는 다시는 빌코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길을 떠나게 된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그 추억이 영원하지는 않다. 모든것을 소유할 수 없듯이 추억 또한 자신의 일부이지 전부이지 않듯이 현재의 삶 또한 지나고 나면 그에게 추억이 될 것이다. 빌코의 추억이 성장기의 한 추억이었다는 것을 알고 현재가 중요함을 느낀 빅토르를 통해 잠시 전원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나간 일들,다시 돌이킬 수도,수정할 수도 없는 일들은 더이상 되살리지 않았다. 그는 오늘 이순간만을 생각하면서,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직 젊다. 그 혈기로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고,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 허송세월로 흘려보낸 청춘은 구슬픈 유행가와 무수한 속담 들이 뭐라고 하든 다른 모습으로 구체적인 형상으로 얼마든지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타데우쉬 보로프스티의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만행을 정말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자신들의 마지막 죽음의 장소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마지막 재산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의 알량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고하고 선과 악이 사라지고 약육강식만 존재하는 곳 아우슈비츠, '이봐,앙리,우리는 좋은 사람들일까?' 하는 질문에 '이봐, 친구, 난 그냥 저 사람들한테 자꾸만 화가 나.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저들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화가나서 견딜수가 없어. 저들이 가스실로 끌려가는데도 동정심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저 사람들이 땅속으로 꺼져버렸으면 싶기도 하고.주먹으로 실컷 패주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이건 정말 병적인 현상인데 말이야.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어..' 하는 대답처럼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목격자로 수용소 문학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내서 소름이 끼칠 정도인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는 영화 '피아니스트'를 생각나게 했다. 폐허에서 울리던 피아노 선율,살기위해 몸부림치던 주인공의 처철함이 오버랩되며 '인간의 존엄성' 을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다.

낯선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너무도 값진 작품으로 탄생을 한것 같다. 한권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소장을 하고 읽고 싶게 만드는 '창비 세계문학전집' -폴란드편은 번역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고 작품에 대한 해설과 작가의 소개가 함께 담겨져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 빠르게 해준 작품집이다. 폴란드 문학의 걸작을 이렇게 한권으로 만나게 되어 기쁘고 한 편 한 편 모두 다른 감동이 오래도록 간직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