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균형>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냥..... 아무것도 바뀌질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세월은 가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서요.. '
'그게 무슨 소리냐? 얼마나 많은 게 변했는데,네 삶과 내 삶.네 직업이 가죽세공일에서 재봉사로 바뀌었고, 그리고 네 집과 네..' 맞습니다. 그런 건 바뀌었죠.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건 어떻게 됐습니까? 정부에서 새 법을 만들어서 더 이상 불가촉천민은 없다고 하지만 모든 게 다 똑같잖습니까.카스트가 높은 놈들은 아직도 우리를 동물보다 천하게 여깁니다.'....
'그런건 바뀌는데 시간이 걸린다.'

적절한 균형은 책만으로도 대단하다. 870여 페이지나 되기에 다른 책으로 하면 두권의 분량이 한권으로 되어 있는 페이지의 압박을 느끼면서 여러모로 집어 들기 힘든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읽다 보면 재미도 있고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어 읽는 재미로 한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올해는 인도를 책이나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인도하면 카스트 제도이며 힌두교와 이슬람등 계급과 종교적 갈등으로 인하여 불가촉천민들의 삶은 '동물' 이란 표현하였듯이 어느 책에서보면 동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면서 씁쓸함을 느낄때도 있었다. 불가촉천민들은 다른 사람들과 물도 마실 수 없고 그들을 쳐다보는 것 또한 죄 취급을 받기도 하는 것들을 보면 아직도 법 보다는 그들속에 자리한 '관습' 이 더 무서운 현실인듯 하다. 

이 소설은 불가촉천민들인 이시바와 옴프라카시 그리고 디나,그녀의 집에 하숙을 하게 된 그녀의 동창생 아들 마넥의 간디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 체재인 1975년 1977년의 그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며 역사나 국가가 개인의 삶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지는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인 제목으로 쓰고 있다. 국가,정부는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한 방법처럼 그들을 거세시키기도 하고 카스트 제도를 없앴다고 하지만 오랜 역사속에 잠재해 있는 카스트 제도는 그 뿌리를 완전하게 뽑지 못하였기에 이시바와 옴은 카스트 제도의 제물처럼 그들 가족은 무너지고 만다. 동물의 가죽을 다르는 무드질을 하던 그들이 다른 직업인 재봉일을 선택한것 또한 그들의 눈을 벗어나는 일이었고 그들보다 더한 재산을 누리는것 또한 죄처럼 여겨져 가족은 일순간 몰살처럼 카스트 제도의 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만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하여 택한 재봉일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카스트 제도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족이 고향에서 몰살당하고 이시바와 옴만 겨우 목숨을 유지하지만 그들 삶 또한 질곡의 터널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들의 고용주인 디나 역시 결혼후 3년만에 남편을 잃고 살아가기 위하여 재봉사를 고용하고 하숙을 치게 되지만 그녀 삶 역시 변한것은 없다. 그들의 삶은 변하는듯 하다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부에 적절한 균형이 있었다면 그들이 거리를 누비는 거지가 되어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노숙자의 삶이 되었을까.

'시간은 환상적인 것을 평범한 것으로 바꿔 놓았다.' 태어남조차 죄가 된 옴,그가 카스트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밤이면 자신들을 먹이기 위하여 도둑질을 하는 엄마와 자식들을 다른 일을 배우게 했다고 하여 눈에 난 아버지가 아닌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삶은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불가촉천민이었고 그가 해야 할 일이 아닌 재봉일을 선택했으며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고향을 돌아가긴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에는 거지가 되고 마는 삶에 적절한 균형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거리의 잠자리마져 층층이 돈을 내야 하는 약육강식이 철저하게 자리한 사회에서 그들의 평범한 삶은 그야말로 거세 당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들의 대단한 삶은 계속된다.

종교와 계급제도의 마찰로 인한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너무 많은 진실을 견디어 낼 수 없는 존재들.' 이라며 엘리엇을 시를 인용하여 진실을 받아 들이기를 두려워 하는 독자들을 질타하는 이 소설은 소설과 영화로 본 '슬럼독 밀리어네어' 에서 그려졌던 불가촉천민들의 삶과 함께 연장하여 읽는 다면 더 많은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네 명의 삶이 대하드라마를 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세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으며 '불편한 진실' 을 너무도 차근차근 풀어 놓아 독자들이 인도의 거리 어디쯤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시바와 옴의 삶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좀더 나은 삶을 찾기를 바래 보았지만 결국에 그들이 선택해야만 했던 끝이 너무도 비참하여 마음이 아픈 소설 '적절한 균형' 은 인도나 인간의 삶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페이지의 압박을 견디며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권하고 싶다. 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신도 버린 사람들> <슬럼독> <나 누주드,열한살 이혼녀>등과 함께 읽는다면 좋을 듯 하다. 

'국가비상사태 때문에 모든 게 엉망이에요. 검은색이 흰색으로 바뀌고 낯이 밤으로 변했죠. 제대로 된 연줄과 돈만 조금 있으면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건 아주 쉬워요. 모든 절차를 간단하게 만들어 버린 국가보안법이라는 새 법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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