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건조하면서 간결한 문체속에 묻어 있는 무거움.... 


베트남에서 태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라고 현재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작가 남 레, 낯선작가이면서 베트남 작가의 글이라 그런지 바다와 관계된 단편들이 주를 이룬다. 표제작 <보트>는 보트피플에 대한 이야기로 간결한 문체이면서 건조한듯 한데 그속에 실제로 녹아 있는 무거움이란, 언젠가 이슈가 되었던 보트피플에 대한 이야기, 새 삶을 영유하기 위하여 바다로 향했던 사람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했던 이야기가 떠올라 영화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표현에 마음이 아렸다.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 변호사로 일하던 남은 그 경력을 버리고 작가가 되기 위하여 글을 쓴다. 아버지가 베트남에거 겪은 일들을 글로 옮기는 남, 그의 소설을 읽어가며 잘못된 부분들을 수정해 주던 아버지는 그가 남을 세워 소설을 마무리지자 그 소설을 들고 나가 한줌 재로 날려 버리고 만다. ' '아버지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았으리라. 아버지는 분명히 다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아버지가 한 일을 용서하지 않겠다.' 고 말하지 않았으리라.' '애당초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아니 내가 아버지 아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으리라.'  아버지의 삶을 글로 이해하려 했지만 소설로는 다 풀어내지 못하는 자존심.

카르타헤나,스페인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하지만 이 소설은 청부살인업자가 된 론과 헤르난도의 슬픈 삶을 그리고 있다. 로망이면서 도피처인 카르타헤나, 이 단편을 읽으면서 소설 <집으로 가는 길>이 생각났다. 소년병들을 다룬 이야기였는데 그들이 처음부터 소년병의 삶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굶어 죽지 않기 위해,살아남기 위해 어쩔수없이 택해야 했던 삶이 그들의 삶은 모두 지배해버려 그 악몽에서 헤어나오기 위한 재활훈련이 필여했던 이야기가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이 났다. 표적을 찾아내어 그들을 죽임으로 인하여 자신을 삶을 영위할 수 있던 그들이 표적이 되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영혼만이 가 닿을 수 있는 곳 카르타헤나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와 청부살인업자가 된 소년들의 비극적인 삶이 대비가 되어 가슴을 아프게 했던 소설이다.

보트, 작가의 자전적 경험담처럼 보이는 사실적인 단편이다. 작은 배에 많은 사람들이 육지를 찾아 배에 몸을 실었다. 마이라는 소녀는 배에서 자신의 동생 나이 또래의 트렁과 그의 엄마 퀴엔을 만난다. 다른사람들은 이틀이면 바다를 건넜다고 하는데 이들은 열사흘정도가 되어도 육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생명의 연장의 기본인 물마져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게 죽어 나간다. 그런 가운데 동생처럼 보살폈던 트렁이 죽게 되고 그의 죽음과 함께 사람들은 멀리 육지를 발견한다. 이 단편도 간결한 문체로 쓰였지만 글이 주는 전체적인 무게감은 대단하다. 실제적이면서 삶과 죽음을 나 또는 너, 우리가 경험할 수 있고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사실적 묘사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한방울의 물과 육지를 갈망하게 만든다. 

'밤하늘에는 별도 없었다. 달빛만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낮게 뜬 노란 달, 조금 기운 달은 지금껏 마이가 본 달 중에서 가장 컸다. 달 표면은 계곡에서 본 산등성이처럼 선명하고 가깝게 보였다. 진주광택 달빛이 갑판에 나온 수백 명의 겁먹은 얼굴을 적셨다. 죽음을 맞을 줄 알았던 사람들은 이 일시적인 평화를 고마워하고 있었다. '

작가의 데뷔작인데 신선하면서 앞으로 그를 주목하게 만든다. 그의 출생때문일까 폭넓고 다양한 이야기의 전개가 그의 내재된 무한 가능성을 말해주듯 풍랑을 이겨내고 망망대해를 만나 순항을 하게 될 그의 '보트'를 지켜보게 만드는 깔끔하면서도 놀라운 작품이었다. <보트> 한 작품만을 읽어도 단편이 아닌 장편을 읽을 듯한, 영화를 한 편 보고 난 것처럼 긴 여운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앞으로 그의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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