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
한승원 지음 / 김영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차 보시로 맑고 고요하며 향기로운 삶을 전해주는 '초의' 


작가의 책은 한권 한권 연관이 있는 듯 읽어야만 하는 강렬한 무언가가 있다. 먼저 <흑산도 하늘길>이란 정약전에 대한 책을 읽고 난 후 잠깐 다른 책인 <시인의 잠>이란 연애소설을 읽었다. 그런 후에 다시 정약전의 동생이며 그가 흑산도에서 그렇게 그리워 하던 <다산1,2>을 읽고 나니 <초의>를 집어 들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나를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는 책은 <추사1,2>다. 다산의 제자로 알고 있는 '초의'를 제자이기 보다는 다산의 아들들과 긴밀한 우정을 나누며 추사와도 같은해에 태어나서인지 천재가 천재를 알아보듯 그들이 누린 삶은 '행복' 그 자체로 보였다. 

속명 '중부'인 초의는 시.서,화의 삼절을 만들려는 할아버지의 욕심도 있었지만 그가 지닌 천재성이 모든면에서 들어난듯 하다. 할아버지의 노력으로 그가 어린시절 누린 시서화에 대한 능력과 역병으로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고향집을 불사르며 떠나야 했던 고향 다음으로 그의 삶의 터전에 되어 버린 절에서  내재된 그의 재능이 모두 발휘되어 나오듯 범패며 바라춤이며 금어며 단청이며 못하는 것이 없던 그가 아홉번이나 덕으며 비로소 제 맛을 찾는 ''를 무서운 보릿고개를 넘으며서 곡우부터 입하전까지 찻잎을 따고 차로 되기까지의 과정을 땀과 배고픔으로 배우고 가마꾼으로 가마를 메지 않았다면 그 힘든 과정속에서 깨달음은 얻지 못할 수도 있었을터인데 일찍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법을 배운듯 하다.

왜, 자신이 힘들게 차잎을 따야하는지 배가 부르지도 않는 차를 마시는지 모르던 그가 차의 '다선' 이 되기까지 그의 삶은 아홉번의 덕음처럼 평범한 그의 삶이 물에 빠져 스님을 만난것부터 인연처럼 만난 향기로운 사람들, 벽봉스님이며 완당스님이며 정약용과 그의 아들들인 학연과 학유와 그리고 추사 김정희에서 소치 허련까지 그의 삶을 더욱 맑게 해준 사람들이 있어 그의 진가는 더욱 빛이 난 듯 하다. 작가는 초의스님의 '다선' 보다는 한인간의 고뇌와 삶을 조명하듯 역사속의 그를 추적하면서도 그의 파란만장한 행로를 그려내려 노력한것 같다. 역사속에 흩어져 있던 그의 퍼즐들을 한데 모아놓듯 '인간 초의' 를 그려내려 했기에 그와 함께 시,서,화를 논했던 풍류객들이 등장을 하여 그가 스님으로 보다는 삼절을 뛰어 넘는 사절 오절쯤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나른한 맛도 있지만 작가 한승원을 읽기에는 좋은 작품인듯 하다.

'차는 텅 빈 곳에 어리는 향기로운 모양새(공즉시색), 그 모양새 속에 어려 있는 텅 빈 것(색즉시공), 우주의 원동력과 순리와 평등을 가르친다.'  작가 또한 차밭을 직접 가꾸며 자신이 만든 차만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또한 '초의선사'와 무엇이 다른 삶일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차는 혼자 마시는 것은 제일 제대로 마시는 것이고, 둘이서 마시는 것은 잘 마시는 것이고, 3~4인이 함께 마시는 것은 그저 맛을 보는 정도이고, 5~6인이마시는 것은 제대로 마신다고 할 수 없고, 7~8인이 둘러앉아 마시면 차를 보시하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자신이 만든 차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려 노력하여 <다신전> 과 <동다송>을 쓴 초의선사. 시,서,화는 물론 차,사상,예술까지 아우르는 그의 재능은 정말 대단한듯 하다. 범인人으로 살았다면 그의 삶을 정리하기 쉬웠을테지만 스님으로 전국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셨기에 그의 행적을 찾아 나가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삼년여동안 '초의' 를 찾으려 노력했던 해산 한승원님 덕에 초의선사를 쉽게 만나고 헤어졌지만 아직 한승원을 알아가기엔 역부족인것 같다. 그가 '초의'와 함께 등장시킨 '추사'를 읽으면 갈증이 조금 더 줄어들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두 개의 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하나는 거울이고 다른 하나는 숫돌이다.거울은 올곧은 일을 하는 성인의 삶인데 거기에 몸과 마음을 비춰보며 살아가야 한다. 숫돌은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의 행실이다. 그것은 다른 산에서 나는 우둘두둘한 돌일지라도 내 심신이 성정을 벼리는 데 숫돌로 쓰면 된다.' 할아버지가 주신 말씀을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간 초의, 그 말씀처럼 어긋남이 없이 살려 노력한 그의 삶처럼 거울에 비추이며 잘못을 숫돌에 벼르듯 맑고 향기로운 삶을 전해 준 초의선사, 한 잔의 차를 마시고 난 후의 개운함처럼 맑은 향기가 나는 듯한 책 '초의' 는 마음에 때가 끼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읽으면 좋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