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해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클럽 도서로 몇 권을 구매해 놓고 쳐다만 보다가 겨우 <13계단>을 들었다. 재밌는 추리소설들이 많지만 이 '13계단'은 작가의 첫작품이면서 에도가와 란포상을 몇 시간도 안되어 만장일치로 받았다는 극찬도 있지만 표지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이 구미를 당기는 책이다. 사형제도, 인간이 인간을 벌하는 제도인데 그들의 목에 죽음의 올가미를 당당하게 씌울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교도관이었던 난고마져 자신이 교도관 시절에 두번이나 형장의 이슬로 보낸 470번과 160번의 기억때문에 가정생활도 파탄에 이르고 그의 삶마져 온전히 못하게 흔들리고 마는, 직업이지만 벗어날 수 없는 무게감이 다른 죄들과 얼키고 설킬 때 그 죄의 값은 얼마가 되는 것인지. 준이치는 고등시절, 10년전의 가출과 그로 인하여 벌어진 일로 살인을 하게 되고 감옥에 가지만 2년형을 마치고 가석방을 하게 된다. 내가 보기엔 정당방위인 듯 하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살인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자리했기에 그를 살인자라고 칭한다. 한편 교도관이었던 난고 역시 두번의 교수형에 참여하게 되고 그 괴로움으로 교도관일도 그만두게 되면서 가석방을 하는 준이치와 함께 어느 누군가의 부탁으로 인한 교수형에 처하게 될 사카키바라 료 라는 살인자의 원죄를 밝혀 내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사카키바라는 불우한 어린시절로 인하여 강도와 살인이라는, 그의 보후사 역할을 해주던 우츠기 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자신은 오토바이 사고로 근처에서 우츠기 부부의 자식에 의해 목격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사고로 인하여 그때의 기억을 말끔히 잃은 상태라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런 그가 갑자기 <계단>을 생각해 내고는 미궁속에 빠졌던 사건은 난고와 가석방자 준이치의 활동으로 인하여 묻혀졌던 사건들이 밝혀지면서 감추어졌던 용의자들이 들어나게 되면서 준이치 또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의 목숨은 사카키바라의 목숨과 바뀌게 되는, 자신이 찾아낸 증거로 인한 살인자가 되지만 그와 함께 3개월여 동안 원죄에 대하여 조사를 벌였던 난고는 그를 굳게 믿는다. 과연 사카키바라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그들이.... 준이치 또한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갱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소설은 사형수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서 사형제도에 대하여 비판 하기도 한다. 살인죄로 사형수가 된 사카키바라처럼 누군가에 의해 증거가 들어나고 <무죄> 가 들어난다면 사형의 올가미에서 풀려날 수 있지만 올가미 앞에서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죽어간 무고한 목숨들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목숨을 과연 벌할 수 있을까... 진실과 거짓을 떠나서 인간이 목숨을 벌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소설은 묻고 있다. 죄는 미워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 처럼 소설은 죽음의 문턱에서 선을 넘으려던 살인자라 칭했던 그들을 구해내지만 정작 살인자는 버젓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활보하고 있다. '자, 보라고. 이건 양자 택일이야.지금 우리 눈앞에서 두 사람이 물에 빠졌어. 한 명은 죄없는 사형수, 또 한쪽은 강도 살인범이야. 한 사람밖에 구할 수 없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나?' 살인자를 구할것인가 강도 살인범을 구할 것인가도 문제이지만 사형제도 또한 문제이다. 사회가 그들을 갱생시키지 못한 다면 그 또한 문제인것처럼 우츠기 노인은 보호사로 있으면서 그들의 원죄를 이용을 했다. 비밀에 부쳐야 할 문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함으로 인하여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단순한 죄를 저질러 감옥에 갔다 와도 따갑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그들이 설 공간은 줄어 든다. 그들은 다시 죄를 번복하여 감옥으로 향하고 반복되는 생활을 하게 된다. 사형제도 또한 문제이면서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문제임을 제시하고 있다. 탄탄한 구성과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과연 준이치의 십여년전에 있었던 일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누가 진범일지 하나 하나 들어나는 인물들이 모두 진범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작가의 트릭이 숨어 있다. 그래서일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나 황금가지 밀러언셀러클럽 도서를 읽다보면 빠져들게 된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소설처럼 한권을 읽으면 다음권을 집어 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숨어 있어 매니아가 되게 만드는것 같다. <천사의 나이프>러 시작한 밀리언셀러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더불어 더위를 잊고 싶은 사람이라면 열대야에 <13계단>을 집어 드는 것은 어떨까. 스피드도 있고 구성도 좋아 읽는 맛을 느낄 수 있으니 더위가 한껏 물러갈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