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양장)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그래, 이것이 끝이 아니야! 바베트, 난 알아, 이게 끝이 아니야..
바베트는 천국에서 하느님께서 바베트를 지으신 그대로 위대한 예술가로 남을 거야! 오!..
 
 
처음 작가의 이름을 들었을때는 낯설었다. 하지만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모델이란 것을 알고 나서는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실은 이 작품은 EBS에서 언젠가 세계명작으로 본 것 같은데 제목을 잊고 있었다. 내용은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왜 제목을 잊어 버렸는지.. 그러다 만난 <바베트의 만찬>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도란도란 마주 앉아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주듯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책에 빠져 들게 하는 마력이 있음을 알겠다.그녀가 두번이나 노벨문학상을 놓쳤던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번은 헤밍웨이에게 밀리고 한번은 카뮈에게 밀렸다니 대단하고 천부적인 이야기꾼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것 같아 안타깝다.
 
바베트의 만찬은 노르웨이 한 해안근처의 어느 집, 가난한 노처녀 둘이 사는 집에 어느날 한 여인이 와서 쓰러졌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노처녀들은 그녀를 하녀로 거두었다. 하녀로 일을 하는 바베트는 무보수로 노처녀들의 식사를 담당했는데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노처녀들은 묻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목사였던 아버지 때문에 청빈한 삶을 사는 두 노처녀들은 지난 사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지만 목사였던 아버지 덕에 마을사람들과의 관계도 유지하며 살고 있다.
 
그런 어느날 돌아가신 아버지의 백번째 생일파티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데 마침 바베트가 프랑스에서 산 복권이 큰 금액에 당첨이 되었다며 그 생일파티를 자기가 차리고 대접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그녀를 걱정을 하며 옆에서 지켜보는 노처녀 마르티네와 필리파, 처음 보는 바다거북을 보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할 음식이 회개망측할것 같아 미리 경고를 하듯 하기도 하는데 바베트가 들여오는 술과 음식재료들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그릇들을 본적도 없고 오래된 와인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끊임없이 들여오는 회귀한 것들에 그저 걱정만 하고 있는 두 노처녀들과는 다르게 바베트는 열심히 음식을 준비한다.
 
드디어 돌아가신 목사의 백번째 생일날 초대된 사람들은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말로만 듣던 음식과 술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형언할 수 없는 맛에 매료되어 행복한 만찬을 즐긴다. 음식을 먹는 순간에는 흉측한 바다거북의 생각도 다 잊었다. 그렇게 만찬은 마을 사람들에게 흡족함을 안겨주며 끝이 나고 두 노처녀는 바베트에게 묻는다. 얼마나 들었는지.. 세상에나 자신들은 거금을 현금으로 보기도 처음인데 그 많은 돈이 모두 하루 한끼 만찬을 준비하는데 모두 들어갔다니.. 바베트는 프랑스 제일의 요리사 였던것. 그녀의 지난 과거가 밝혀지고 오로지 복권당첨금은 자신의 제일 행복을 느끼는 음식을 만들면서 다 써버렸다는 위대한 예술가 바베트, 그녀의 만찬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에는 <바베트의 만찬>외 <폭풍우> <불멸의 이야기> <진주조개잡이> <반지>등 다섯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모두 재밌다. 그녀는 타고난 이야기꾼인것 같다. 한편 한편이 모두 영화를 보는 듯한 이야기로 단편이지만 짧은 이야기속에 모든것이 다 실려 있듯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읽고 싶어졌다. 오래전에 영화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데 얼마전에 EBS세계테마여행에서 영화의 한 장면인 홍학이 사는 호수를 비행기가 나는 장면이 나왔는데 넘 보고 싶게 만들었다. 실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이며 그 이야기를 쓴 ’이자크 디네센(본명:카릭 블릭센)’ 그녀가 차린 만찬이 점점 궁금해진다. 


’베를레보그사람들은 잘 차린 음식을 먹을 때면 분위기가 진지했었다. 그런데 오늘 밤은 달랐다. 먹고 마실수록 몸과 마음이 점점 더 가벼워졌다. 사람들은 더이상 자기들이 했던 약속을 일부러 상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음식에 대해 잊는 것뿐만 아니라 먹고 마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면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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