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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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들, 진실로 올바른 갱생이란 무엇인가..


에도가와 란포상 작품이라 읽고 싶었지만 조금 미루었다. 하지만 손에 들고는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에도가와 란포상 작품인 <샤라쿠 살인사건>을 읽었을때도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 또한 한가지 사건을 잡아 들고 보니 줄기를 잡고 뽑은 감자처럼 줄줄이 달려 오는 보이지 않는 사건들, 진정 어느것이 진짜 실체의 사건이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면서 하나 하나 파헤쳐 가는 기법이 잘 짜여진 한 장의 천처럼 읽는 재미와 ’생각’ 해 봐야할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진정 죄를 미워할 것인가 사람을 미워할 것인가.. 만약에 히야마가 쇼코가 예전에 범죄를 저질렀던 여자라면 과연 그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선택을 했을까? 더불어 사랑과 결혼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14세 미만인 소년범이라 하여 그들의 미래를 위하여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인이라 해도 갱생을 위하여 보호를 해야할까? 어느 편에 서서 피해자편인지 가해자편에 서야 하는지 의문을 던져준다. 살인사건은 아니어도 가까운 사람이 몇년전에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람은 얼마 다치지 않았지만 차는 폐차를 시키는 큰 사고였는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나 보험사측은 가해자편을 옹호하듯 사고당한 자가 불쌍한 것처럼 일이 흘러가고 말았다.이 소설을 읽으며 그때 생각이 불현듯 났는데 히야마, 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피해자이면서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고통을 온몸으로 감수해야만 하는 그에게 엄마를 잃고 남겨진 딸에겐 누가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지, 법은 가해자 우선처럼 그들의 범죄를 합법화 해주고 있는것과 같다. 

쇼코의 죽음은 전초전인것처럼 사건은 시작된다. 그녀를 죽인 세명의 소년들. 하지만 법은 그들을 처벌하기 보다는 갱생을 위하여 보호를 하고 나선다. 하지만 피해자인 히야마는 힘든 날들을 남겨진 딸 마나미 때문에 잘 견뎌 나가던 중 소년B가 그의 가게에서 가까운 공원에서 살해됨으로 인해 4년전 죽은 그의 아내 쇼코의 사건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며 그가 용의자로 올라서게 된다. 소년B의 죽음이후 소년C의 열차사건이 다시 일어나고 히야마도 사건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조사해 나간다. 점점 들어나는 사건과 사건의 실체는 쇼코의 어릴적 사건까지 파헤져 들어가게 되고 그녀가 저지른 사건까지 알게 되면서 점점 가닥을 잡아 나간다. 서두르지 않고 독자와 함께 풀어가듯 사건을 파헤져가는 작가, 쇼코의 유품처럼 남겨진 만화경과 통장에 담긴 비밀이 풀리면서 소년법의 가해자측도 피해자측도 아닌 중립에 서 있던 누쿠이를 만나면서 마지막 열쇠를 푼 히야마, 그는 소설로 소년법은 고쳐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덮어두려 했던 한 사건이 얼마나 많은 파장을 일으키며 피해자들을 만들어 냈는지 또 그 소년법을 악용하여 얼마나 큰 범죄들이 저질러졌는지, 그들은 갱생이 아닌 범죄를 은폐하여 더 큰 범죄를 저질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죄를 미워할 것인가 사람을 미워해야 할 것인가? 모두가 법을 악용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런 예로도 법이 악용될 수 있고 충분히 그런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가해자의 인권도 소중하지만 피해자의 인권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말해주는 소설이다. 티비 뉴스를 보며 굵직한 사건들에서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며 가려주는 행위는 가해자의 인권이 우선인지 우리가 알권리가 먼저인지 참 의심스럽다. 히야마처럼 자신이 아내를 죽인 세명의 소년들을 인터뷰처럼 그들을 정말 죽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당연히 가질 수 있고 한번쯤 내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아픔을 한번 겪은 피해자들은 그의 말처럼 또 다시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기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그가 가해자들을 죽이고 싶다고 하였다고 그가 용의자가 될 수는 없다. 탄탄한 구성과 끝까지 독자를 배신하지 않고 믿음직스럽게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치밀함이 좋았던 소설이다. 에도가와 란포상 작품들은 정말 탐이 난다. 죄를 덮어두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란 것을 강조한 마나미의 목에 걸려있던 <만화경> 속을 들여다 본것 같은 느낌을 준 소설이다. 

’소중한 사람이 생명을 빼앗은 자를 밉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 ’소중한 사람이 당한 것과 같은 괴로움을 맛보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분을 억누르고 있지. 이 이상 소중한 것을 잃고싶지 않으니까. 범죄 피해자는 평생을 찢어질 것 같은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것라고,그렇게 말해 줬다네.’

히야마가 강하다고 감탄하며 부럽게 생각했던 쇼코의 열정 넘치는 눈도 한 꺼플 벗겨보면 절박한 마음의 외침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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