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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유령
밀로스 포먼.장 클로드 카리에르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토마는 문득 이 세상의 주인은 유령인 것 같다는 말을 툭 내뱉었다..
유령들은 집요하고 끈질기고 더구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욱 기세등등할 테지...
이 책은 영화를 위한 책으로 집필이 된 책이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고야의 삶과 그 시대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스페인의 역사등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고야>라는 책을 구매를 하긴 했지만 4권이 아닌 아직 1권밖에 소장하지 않아 이것으로 만족하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고야의 삶보다는 종교재판소의 로렌즈 신부와 이단자라고 하여 잡혀 들어가 15년여동안 감옥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갇혀 있던 불쌍하고 안타까운 이네스의 삶이 스페인의 혼란스런 역사와 버무려져 스릴감 있게 읽을 수 있다.
고야는 궁정화가로 왕이나 그외 초상화를 잘 그린다고 소문이나서 부유층들의 그림을 그려주며 살고 있는데 어느날 그의 화실로 로렌즈라는 신부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와서는 고야가 그리고 있던 ’이네스의 초상화’를 보게 된다. 그녀의 18번째 생일선물로 그의 갑부아버지인 상인 토마가 부탁한 초상화를 보는 순간 그들의 운명은 엮이고 만다.
18번째 생일잔치를 집에서 하라는 엄마의 말을 안듣고 오빠들과 처음으로 외출을 하여 시내를 나갔다가 그녀는 이단자라고 몰려 종교재판소에 끌려가게 된다. 그녀가 종교재판소에 들어가면서부터 상인 토마의 집은 쑥대밭처럼 뒤집어진다.많은 재물로 그녀를 구출해내려는 아버지 토마의 계획에도 끄떡없는 로렌즈, 심문에 넘어간 그녀를 생각하며 토마는 로렌즈에게 그와 비슷한 육체의 아픔을 주며 집안에서 심문을 하며 어처구니 없는 각서에 서명을 하게 한다. 고문에 누구나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도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로렌즈를 비롯한 종교재판소에서는 그녀를 내보낼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그일로 인하여 로렌즈는 수도복을 벗고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때 프랑스나 스페인이나 혼돈의 시대였기에 전쟁속에서 그들의 삶은 한치앞을 내다 볼 수가 없다.
왕이 바뀌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고야는 궁정화가로 자리매김을 하여 그의 위치는 든든하지만 딸 이네스를 종교재판소에 뺏긴 토마의 집안은 쑥대밭이 되어 그의 아내도 일찍 죽게 되고 그의 오빠도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고 아버지도 급기야 전쟁통에 죽고 만다. 겨우겨우 풀려난 이네스는 정신병을 얻어 그녀가 감옥에서 로렌즈와의 사이에 가지된 딸 ’알리시아’를 찾는다. 내 아기를 찾아 달라는 말에 고야는 그녀의 아기를 찾아 나섰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스페인으로 오게된 로렌즈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의 딸 알리시아도 겨우 만나게 되지만 그들의 질곡의 삶은 파란만장한 역사처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엇갈리고 만다. 정신병원에서도 치료가 되지 않은 이네스는 겨우 고야의 집에 머무르며 생활을 해 나가지만 ’아기’에 집착을 한다. 다시 정권은 바뀌고 로렌즈는 역사의 재물이 되어 처형되고 그가 처형되는 순간, 그 장소에는 이네스도 그의 딸인 알리시아도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그리고 있는 고야도 있었지만 하나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가끔 어떤 얼굴에서는 왠지 설명할 수 없지만 첫눈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 그것은 더 이상 하나의 정물이 아니라 눈앞에 삶의 한 조각으로 나타났다. 그럴 경우 그가 추구하는 것은 형태의 정확성이나 비율이 아니며 유사성조차도 무시되며 오로지 생명 그 자체를 그리려고 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불가능을 구추하고 화폭에 생명을 담으려고 했다. ..
프란시스 고야, 혼돈의 역사 속에서 <진실>을 담아내려 했던 그가 이 소설속에서 표현된 듯 하다. 옆에서 그에게 다른 사람들의 맘을 붙잡도록 그림에 더하거나 거짓으로 그리라는 충고를 했지만 자신만의 믿음으로 사실적으로 그리려 노력하고 그 시대를 잘 반영하듯 전쟁의 잔혹함이나 바닥에 떨어진 인간의 처절한 생명력을 표현해낸 고야, 그의 그림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지만 흥미가 생겼다. 좀더 집중적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다. 이 영화도 보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책이 아닌 영상으로 표현된 <고야의 유령>을 보고 싶다.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라지만 그들이 영상으로 처리하려 했던 표현이 약간 부족한 면도 있지만 역사와 맞물려 있는 로렌즈와 이네스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