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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중년 여성의 삶, 일상을 날카롭게 파헤친 그녀만의 언어의 힘..
돼지꿈, 청소년권장도서이면서 우화소설이라고 하여 등장이야기를 청소년의 이야기인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주된 여인들은 중년이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일상에서 한번쯤 겪어 보았거나 이웃의 이야기로 전해 들었을법한 이야기들이 그녀만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맛깔스럽게 요리가 되어 읽고 난 후의 쾌감을 주듯 한상 그득 잘 차려져 있다.
작가의 책은 몇 권 구매를 해 놓고 읽어보지 않았다. 왠지 선입견이라는 것도 있고 어쩌면 더 뜸을 들였다가 발효가 된 후에 읽고 싶은 생각도 들어서 이 책도 더 미룬후에 읽어보려 하다가 참지 못하고 집어 들었다. 200여 페이지의 적당한 분량은 드라마를 한 편 보는 시간에 드라마를 보듯 읽어도 좋을 단편들이 한 편 한 편 읽고 난 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퍼져나간다.
<돼지꿈>, 사별한 남편이 사준 넉넉한 코트를 그녀는 버리지 못하고 아끼듯 입고 있다. 예전에는 살이 쪄서 넉넉하던것이 지금은 살이 빠져 넉넉한 코트를 입고 그녀는 간만에 돼지꿈을 꾸어 떼인 돈을 단돈 몇 푼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믿고 길을 나섰다. 기차안에서 코트를 벗어 걸어 놓고 있는데 앞자리에 넉넉한 파카를 입은 애띤 여자가 안고 그녀의 품에서는 아기가 나온다. 그녀는 자신과 아기를 버리고 떠난 남자의 부모를 만나거 가는 길이라면서 아기를 능숙하게 다른다. 아기를 길러 본 경험이 없는 순옥은 아기 엄마가 잠든 후에 칭얼거리는 아기를 이상한 감정에 빠져 얼르고 먹을 것을 주며 아기를 달랜다. 그 모습을 본 아기엄마는 화장실에 간다며 나간후에 감감무소식. 얼마의 시간이 흐른후에 아기엄마가 사라진것을 알은 순옥은 앞가슴에 아기를 안고 넉넉한 코트를 걸치고 돌아온다. 간만에 돼지가 가슴을 치받는 꿈은 이런 횡재를 나타내는 꿈이었던 것이다.
짤막한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가 부딫히는 일상이 잘 들어나 있다. 청소년권장도서이기 보다는 중년여성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이렇게 날카롭게 잘 포착하여 썼다는 것이 우리 문학의 묘미인듯 하다. 네 파트로 나뉜 '몹쓸 사랑의 노래, 마흔에 다시 쓰는 일기, 이 웬수 같은 나의 가족, 세상이라는 놀이터에서' 에서도 들어나듯 마흔을 넘기거나 그부분의 나이게 걸친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더 가슴에 와 닿은것 같다. 마흔, 내가 걷고 있는 나이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더 실감나게 읽었고 작가 오정희를 처음 만나는 책으로 감칠맛 나는 그녀의 언어에 빠진것 같아 다른 책을 얼른 집어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