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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 문일출판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잃어가는 희망에 대하여...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몇 권 구매를 해 놓았지만 이 책을 먼저 집어 들게 되었다. 분량도 111페이지로 부담이 없고 중간중간 이쁜 삽화가 넘 마음에 들었다. 앞 표이지의 그림처럼 이쁜 삽화들은 글을 읽지 않고 넘겨만 보아도 동심을 불러 일으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쁜 색감에 이쁜 그림, 부제로 <누구나 잃어가는 희망에 대하여> 라는 말처럼 파랑새 한마리가 날아 들어와 <희망>을 안겨 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다.
거품을 머금은 밀크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창문을 조금 열었는데 작은 새가 한마리 와서 불시착을 했다. 그 작은 새는 말을 하기도 하고 생각을 하는지 주인공과 대화가 가능하다. 주인공은 예전에도 작은 참새 한마리가 날아 들어와 키운 경험이 있기에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듯이 여기지만 이 작은 새는 사사건건 그를 쫒아 다니며 말을 걸기도 하고 보살펴 달라고 아픈척도 한다. 그에게는 일년여 사긴 여자친구도 있지만 둘사이에서 작은 새는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평범하게 받아 들였고 동거를 하게 된 작은 새가 점점 그에게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자기만의 새라고 여겼는데 욕실천장에서 물이 새서 윗층에 가보니 노부부와 함께 자기의 작은 새가 있는 것이다. 샐쭉한 그를 달래주는 작은 새, 여친과 스케이트 장에 가서 스케이트를 타던 중에 없어진 작은 새는 자신도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하여 스케이트를 만들어 주고 세수대야에 얼음도 얼려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해 준다. 기발한 상상과 함께 어른만의 동화처럼 이쁜 일러스트는 읽는 동안 <희망>을 간직하게 되는 것처럼 기분을 좋게 해 준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기가며 이쁜 일러스트와 함께 하다 보면 내 안에 어느새 작은 새가 들어와 둥지를 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만약에 내게도 어느날 갑자기 작은 새 한마리가 날아 온다면 나의 일상은 어떻게 변화할까...그에겐 늘 평범했던 일상이 작은 새로 인하여 새롭게 다가오고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늘 아무생각없이 돌리던 세탁기의 돌아가는 것조차 작은 새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여지고 급기야 세탁기 속으로 들어가 빨래와 함께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일게 만드는가 하면 주변의 평범한 것들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게 됨으로 인하여 좀더 자신의 마음을 문을 활짝 열 수 있게 된것 같다. 주인공처럼 변화가 필요할때 요긴하게 읽을 수 있고 부담없이 생각할 수 있는 ’나의 작은 새’ , 다 읽고 책표지를 바라보니 문득 청량한 새소리를 내며 새 한마리가 날아 갈것만 같다. 내 안에 머물던 ’희망’ 이 다시금 희망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날아갈 것만 같은 느낌. 깔끔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문체에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는 것처럼 잠시 행복에 젖게 만들었던 에쿠니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