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Josee, the Tiger and the Fis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이누도 잇신(일본)
주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심야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 요즘 그곳 사람들이 제일 화제거리로 여기는 것은 할머니가 밀고 가는 유모차였다.그 유모차에 무엇이 실려 있을까에 대하여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들은 내어 놓고 마약,돈,손주.. 그러면서 한번 그 유모차를 보기를 원하다.그런 어느날 츠네오 앞에 유모차가 지나가고 유모차를 쫓아오는 할머니와 만나게 된다.쓰러진 유모차에는 다리를 못 쓰는 할머니의 손녀딸이 있었던것,하지만 그녀는 세상과 벽을 쌓고 있는지 츠네오가 위험인물인줄 알고 칼을 들이민다.
 

 
그런 인연으로 츠네오는 유모차를 밀고 할머니집에 가게 되고 밥까지 먹고 가게 되는데 쿠미코(조제)한 밥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었던 것. 츠네오는 날마다 쿠밍코와 할머니를 찾아가고 세상과 담을 쌓고 있던 그녀를 조금씩 베일을 벗기듯 알아가게 된다. 할머니는 그녀가 장애인이기에 세상에 내놓여지는 것을 몹시 싫어하여 밤이나 새벽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갔던것.츠네오가 왜 산책을 나가는냐 물으니 쿠미코는 '봐야 할게 너무 많아.. 꽃이랑 고양이랑...' 우리가 흔히 보는,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들이 그녀에게 소중한 세상이었던 것.
 

 
그녀가 방안에서 유일하게 세상과 만나는 것은 할머니가 주워다 주는 교과서나 헌책들,책들 속에서 사강의 소설을 발견하는데 그녀는 '일년후에'란 작품의 속편을 보고 싶어 한다. 츠네오는 그 책을 구입하기위해 책방에 가지만 이미 절판,헌책방에서 그 책을 구입하여 가져다 주니 미소를 지으며 책을 읽는 조제,조제란 이름은 사강의 작품속 등장인물 이름이었던 것.....
 

 
 
'언젠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게 다 그래.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 (소설속 문장이 나레이션식으로 나오는데 가만히 보니
츠네오와 쿠미코의 앞날을 이야기하는 복선이다.)
 
'몇살때였을까..열넷. 열다섯 무렵..
그녀는 포플러 나무 아래에 누워 두 다리를 나무에 얹고
바람에 흔들리는 수 많은 잎사귀를 보았다.
바람은 높은 곳에서 나랑갈 듯 가느다란
가지를 살짝 흔들어 인사를 하게 했다..' -소설속 문장.
(그녀는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거일거야.. 아마도)
 


 
츠네오에게는 최근에 사귄 애인이 있었다.사회복지를 희망하는 그녀의 도움과 사회복지과의 도움으로 조제의 집을 고쳐 주어 좀더 생활하기에 편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시골에서 부모님이 부쳐주는 반찬거리를 조제의 집에 가져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한다. 츠네오의 동생은 그런 형의 애인을 이해하고 형의 편이 되어 주는데 취직을 하기 위하여 회사를 알아보던중 조제의 집을 고쳐준 사람들을 만나던날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녀가 혼자 남겨졌다는 말을 듣고는 츠네오는 다시 그녀를 찾아간다.
 

 
다시 찾아온 츠네오를 보고 '가'라고 하였는데 그 말은 강한 부정이었던것. 그녀에겐 그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가는 그에게 영원히 이곳에 있으라며 츠네오를 붙잡는 조제,그들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고 애인도 그를 떠나간다.어느 날,제사가 있어 부모님께 조제를 인사드리러 가는 길에 그녀는 처음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 동물원에 가서 호랑이도 만나고.. 호랑이는 그녀가 남자 친구가 생기면 제일 무섭운것을 보고 싶었다며 보러 간것... 그녀는 부모님을 보러 가는것 보다는 여행에 목적이 있었던 것처럼 여행의 필수품인 찐계란,전병,귤,녹차등을 준비해 가지고 왔다.
 

 
가는 길에 수족관에도 들리지만 휴관일이라 못보고 그냥 가려 하는데 그녀가 문득 바다가 보고 싶다며 바다로 가자고 한다. 가는 길에 그의 등에 엎혀 바다에 간 그녀에겐 바다는 새로운 세계처럼 비추이고 그들은 '물고기의 성'이란 단지 물고기 그림이 있어 모텔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맘에 묻어 있던 말들을 쏟아 낸다,물고기 영상들이 환상처럼 비춰지던 곳에서...
 

 
 
'있잖아 눈감아봐.. 뭐가 보여..
아무것도 안보여 그냥 캄캄할뿐..
거기가 옛날에 내가 살던 곳이야..
어딘데..
깊고 깊은 바다 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왜..
너랑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하려고..
그랬구나..조제는 해저에서 살았구나..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 와 정적만이 있을뿐이지..
외로웠겠다..
별로 외롭지는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뿐이지..
난 두번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 물고기 성에서-
 
 
츠네오는 그렇게 그녀의 집에서 일년을 산 뒤 그녀와 헤어졌다. 왜... '내가 도망쳤다'... 츠네오에게는 그녀가 감당하기 힘든 사랑이었을까.. 그는 다시 옛날 애인을 만나고 그녀가 말을 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길가 난간을 붙잡고 속에 감추어 두었던 울음을 터뜨린다. 아마도 그는 그녀와의 사랑을 끝내지 못한것일까... 한편 조제는 그녀가 물고기성에서 말한 것처럼 세상속으로 헤엄쳐 나온듯 활달하게 전동스쿠퍼를 타고 혼자서 장도 보고 집도 말끔하게 치워 놓고는 예전에 그녀가 아닌 다른 평범한 일상속 그녀로 돌아가 있다.
 

 
바람둥이처럼 츠네오의 성생활이 비추어져 약간은 우리와 다른 문화권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잔잔한 '러브스토리'로 이어져 진한 감동을 안겨준 영화이다. 외모와는 다르게 순진한듯 하면서도 여심을 울리는 그의 연기도 괜찮았지만 '조제'역으로 분한 연기는 차가운듯 하면서도 슬픔이 깊게 배인듯한 무표정함이 섬뜻 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겨준것 같다. 할머니의 연기도 눈에 쏙 들어오고... 제목만으로는 그것이 무얼까 했는데 그녀가 좋아하는 소설속 주인공이름,남자 친구와 함께 보고 싶던 가장 무서운것,그리고 그녀 자신을 표현한 물고기들..해저에 갇혀 있지만 자유로운 유영을 하는 물고기들..나름 괜찮았던 영화이다.
 

 
☆ 영화의 원작은  76세의 여성 작가 타나베 세이코가 쓴 소설이다. 타나베 세이코는 전후 일본의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러브 스토리는 그녀가 즐겨 다루던 장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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