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해..? 성석제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는데 느낌이 좋다. <지금 행복해>라는 제목때문에 정말 행복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그 속은 있고 없음을 떠나서 정말 바닥이라고 생각할 그런 단계인데 작가가 선택한 '반전' 이 독자에게 행복감을 심어 주는것 같다. 9편의 단편들 속의 주인공들은 많이 가지지 못한 약자들이며 여행에 관한 에피소드처럼 젊은 시절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주인공이 겪었을 법한 아님 그시대를 겪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에 공감이 간다.한편을 읽고나니 '아하' 하는 작가를 이해할 수 있어 화자들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아니 마지막 반전에 크게 웃을 수 있었다. 그는 '행복해'라는 단어를 쓰면서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을 법한 화자들의 이야기에서 반전에서의 통쾌함으로 행복을 전해주는 행복전달자 같다. 처음 이야기 <여행>에서도 세 친구는 무작정 무전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뭉치게 된 이야기도 기차를 타게 된 이야기도 어딘가 아슬아슬 하다. 반찬이 없어서 오이서리를 해 먹고 신발이 다 떨어져 승려의 신발을 슬쩍 해서 신기도 하고 그러다 만난 무리들, 나와는 별개의 세계에서 사는 것 같은 있는 자들의 여행과 그들은 너무 비교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것을 깨닫은듯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 '너희가 위면 나는 아래, 너희가 아래면 나는 위로.' 그들이 만들었던 삼각형은 다시는 생겨나지 않았다.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지만 여행이란 비우고 다시 채우는 것,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행복해> 두번째 이야기이며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이야기다. 한량이나 마찬가지인 아버지,학교다닐 시절에 사고를 쳐서 아들을 낳고 온갖 사고란 사고는 혼자 치고 다니듯 집안의 문전옥답이며 모든 것들을 없앤 일등공신. 감옥에까지 들랑달랑 아내는 새로운 삶을 헤쳐나가듯 남자라면 진저리를 치며 남자들로 인한 수입을 얻는 미용실을 운영하여 넉넉해지지만 아버지는 빈털털이다. 아내가 해준 아들의 집에서 기거하며 아들과 친구하자는 아버지,그런 아버지에게 엄마와 쿨하게 이혼을 하라는 아들. 비록 모든 재산을 말아 먹고 지금은 곁에 아들뿐이지만 그 아들로 인하여 아버지는 행복하다. 스스로 알콜중독 치료를 위해 아들 곁을 떠나면서도 그 아들로 인해 다시 새로운 삶을 다짐할 수 있기에 그는 행복하다. 알콜중독자에서 눈물중독자가 된 아버지를 가슴에 담으며 뜨거운 무언가가 내게도 올라오는 듯 했다.행복은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받아 들이고 생각하느냐의 차이인듯 하다. <설악풍경>의 이야기도 생각하고 있던 결말을 완전히 바꾸며 작가는 웃음을,행복을 전달한다. 여자라고 생각하며 목욕하는 것을 훔쳐 보았는데 그것이 여자가 아닌... 난 혼자서 실실 웃었다. 작가의 반전에 이젠 나도 동참하듯 되버린 흡입력에 말려들고 말았다. <기적처럼> 똥물을 뒤집어 쓰고 오른 산에서 그는 길을 잃고 있다가 조난을 당하듯 한다. 하지만 극적으로 살아나 아무일도 없었던듯 집에 들어서 그렇게 실어하던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웃다가 눈물을 찔끔찔끔 흘린다. 비로소 현실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눈물이 나기 시작하는데 그와 비슷한 사고를 겪어봐서인지 가슴이 뭉클하다. 아홉편의 단편들은 웃다가 울다가 하게끔 독자를 그만의 블랙홀로 끌어 들인다. 책을 덮고 나니 소소한 내 일상이 '행복'이란 것을,나도 현실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책 속에서 화자들과 하나가 되어 길을 잃고 헤매이다 내 일상에 돌아와 나의 지금이 행복이란 것을 새삼 깨닫고는 다시 제목을 보게 된다 <지금 행복해..?> 책은 내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