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엘리자베스 노블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엄마가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춘기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에 이 책에 스스럼없이 맘이 끌리게 된 것 같다. 과연 엄마가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나와 비슷한 두 딸이 있지만 칠순이 넘으신 엄마는 아직도 날 막내취급을 하며 시골에 내려가면 먹을거리를 제일 많이 싸주신다.그러면서 늘 손주보다 날 걱정하시듯 건강검진이며 애들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챙기라고 전화를 하시면 '잔소리'가 길다.내가 엄마를 걱정해야지 노모가 되려 날 걱정하니 무언가 바뀐듯 하면서도 부모에겐 자식은 언제나 자식으로 자리한다는 것을 부모님 앞에서 느낀다.
 
사춘기의 두 딸은 아직 엄마의 친구이기엔 철이 덜 들어서인지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쩔 수 없는 철부지의 맛이나서 '더 크면 너도 엄마맘을 알꺼야' 하며 지나치지만 그래도 두 딸이 옆에서 엄마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그런 딸들에게 난 엄마의 뿌리를 든든하게 내려 나의 그늘에서 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쉼터를 재공하고 있는지 나조차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의구심이 들었다.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지만 하느님에 가까운 보살핌을 발휘할 수 있는 있는 것이 '모성애' 인지라 나보다 더 강한 '엄마'라는 모성애로 이 책을 들여다 보았다.
 
엄마 바바라는 암으로 죽어가면서 네 명의 딸들에게 각기 다른 편지와 지난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일기'를 남긴다. 현대판 '작은 아씨들' 같다고 하여서인지 읽으며 그런 맛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암튼 한곳에서 나온 딸들이지만 서로 각기 다 다른 네 명의 딸들. 첫째 리사는 딸이 있는 이혼남과 동거를 하지만 '결혼' 앞에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 거린다.독립심이 강한듯 보이면서도 남자에 대한 믿음이 덜한것 같은 리사, 그녀를 좋아하는 앤디가 청혼을 하지만 결혼앞에서 방황을 하다가 자신의 의지인지도 모를 잠깐의 바람을 피우며 앤디와 서먹한 사이가 되지만 둘은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둘째 제니퍼는 스티븐과 결혼을 하여 잘 살고 있다고 남들 눈에는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무언지 모를 벽이 존재한다. 스티븐은 아이를 원하지만 제니퍼는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 피임을 하며 과연 스티븐의 아이를 낳는다고 둘의 사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들에게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강한 모습을 보이려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낸다.그런 그녀가 엄마가 죽고 힘든 시간속을 헤매이다 시어머니에게 맘을 털어 놓으며 서서히 마음에 '해빙'이 찾아오듯 한다.
 
아만다,그녀는 네 명의 딸들중에 가장 강한 모습처럼 비춰지지만 실상 그녀는 무슨 일인가에 부딫히면 도망치는 자신을 안다. 도망의 한 방법으로 그녀는 여행을 한다. 엄마가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여행을 하느라 옆을 지키지 못함을 늘 가슴아파 하던 그녀는 우연히 커피점에서 에드를 만남으로 인하여 에드가 그런 그녀의 삶을 변화 시킨다.엄마의 편지를 미루다 에드와 함께 있다가 읽어보면서 그동안 자신에게 숨겨왔던 엄마의 비밀을 알고는 에드곁마져 떠나려 하지만 그런 아만다를 에드는 가족의 사랑으로 따듯하게 붙잡는다.
 
사춘기소녀 한나,그녀는 엄마 바바라가 한번의 이혼후에 재혼한 열살 연하의 남자 마크 사이에서 나은 딸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와 언니들의 관계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과 언니들은 엄마가 다 커서 곁을 떠났지만 자신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면서도 엄마의 존재를 제일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빠 마크와 함께 엄마의 부재중에도 사춘기소녀로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행동들을 하며서 아빠 마크를 엄마의 역활까지 해야 하는,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존재 같다고 여기지만 실은 엄마의 부재가 가장 절실한 사람은 아빠라는 것을 둘의 여행에서 알고는 더욱 성숙함으로 돌아온다.
 
마크, 어쩌면 이 소설에서 엄마의 편지나 일기보다는 마크가 아내가 죽고나서 네 딸들과 소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현명하게 네 딸들과 그리고 그녀들의 남자들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가교역활을 잘 해 주었기 때문에 네 딸들이 엄마의 부재중에도 '엄마'와 바른 길로 접어들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녀들의 곁에서 묵묵히 잘 지켜준 남자들이 있어 행복을 다시 찾는 것이 가능했으리 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것은 어쩌면 '엄마의 일기' 덕분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엄마가 살아온 이야기들이 딸들에게는 밑거름처럼 작용을 하여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었기에  아만다가 출생의 비밀이라는 늪에 빠져서도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가족의 사랑이 있다면 무엇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는것 같다.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더라도 뭉치면 정말 큰 힘을 작용하는 '가족' 일부분인 '엄마'를 잃었지만 서로가 '강인한 덩굴'처럼 얽혀 엄마의 부재를, 가시밭길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엄마가 서로의 삶에서 차지하는 '엄마'의 비중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없다고 내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삶은 연속되는 것이기에 좌절하고 앉아 있기엔 네 명의 딸들과 마크에겐 바바라가 남기고 간 현실은 너무 값진 것이고 더욱 가꾸고 보듬어야 할 그녀의 정원과 같은 것. '인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고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과 같단다' - 62p
'너희들이 태어난 날은 내 생애의 최고의 4일이었고, 너희들을 낳은 것은 내 생애 가장 잘한 일이었고, 너희들은 내가 만든 네 점의 예술 작품이야'  -255p
너희들 네 명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란다. 나에겐 꿈들이 있었다. 어떤 꿈은 이루었고, 어떤 꿈은 이루지 못했지.하지만 그건 내 꿈이었어. 너희들은 너희들만의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을 갖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절대 포기하지 마라. 너희들이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 89p 
'부모가 자식에게 주어야 할 게 두 가지 있다고 쓰여 있었어, '뿌리와 날개'.' -333p
 
'내가 너희들을 무조건적으로 정말 사랑했다는 사실을 너희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너무나 강렬한 사랑이어서 , 내 죽음과 함께 그 사랑이 사라져버릴 거라고는 믿을 수가 없어.나는 죽지만 그 사랑은 생명체처럼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내 죽음을 덩굴로 삼아 그 사랑이 너희들에게 계속 뻗어나갔으면 좋겠어. 뿌리가 깊고 절대 부러지지 않는 하지만 너희들이 힘들 때 너희들을 세워줄 수 있는 강인한 덩굴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517p
 
그들이 다시 '가족'으로 뭉쳐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마크의 한 말은 깊게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난 세상 어느 것보다 그녀를 사랑했어.최악의 상황은 그녀를 잃은 거였어' 딸들에게 조명이 맞추어져 있지만 실은 마크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고 바라본다면 어떨까.. 새로 맞이할 가족의 일원이 될 사람들이 있고 태어날 손주가 있고 앤디의 딸이 손주로 들어오게 되지만 그는 '아내'를 잃었다. 아내가 남기고 간 공간이 너무 커서 다른 이성에게 다가서다가 머뭇거리는 아직은 바바라의 존재를 의식하는 마크, 바바라는 그에게만은 길을 제시하지 않았다. 내겐 그가 제일 외로운 존재로 들어왔다. 딸들은 의붓아버지라도 엄마의 부재를 그로 채울수는 있지만 마크에겐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책을 덮는 순간에도 남아 있음이 아쉬웠다. 그렇다면 엄마 바바라가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너희들은 너희들만의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을 갖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절대 포기하지 마라. 너희들이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  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간 것 같다. 엄마가 없어도 자신감을 잃지 말고 엄마의 삶을 자양분 삶아 자신들이 사랑하는 삶을 살라는 메세지..손수건보다는 담담하게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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