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우리 역사와 고서에 대한 대형추리소설을 만나서 너무 기뻤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많이 나와 주어야지 독자들이 우리 문학에 대한 '맛있는 비명'을 지를터인데 요즘 베스트셀러들은 자기계발서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독서의 깊은 맛은 그리 많지 않다.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을 무척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조완선의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도 흥미롭게 읽었다. 교양과 지식의 중심지 프랑스 국립도서관 서고에서 세상에 한번도 들어나지 않은 보물들이 잠자고 있는데 어느 날,병인양요때 그들이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70여권의 책들을 발견하게 된다.하지만 그 책들은 모두 비밀에 부쳐지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중국인 왕웨이,일본인 마사코,프랑스인 상트니이며 관장인 알렉스는 그 사실을 묵인한다는 사실아래 그들의 앞날을 보장해 주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어느날 왕웨이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고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관장 세자르에게 의문의 우편물이 발송된 후 세자르마져 심장마비라는 의문사를 당하여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다. 하지만 세자르의 죽음은 오래전 비밀리에 활동하던 단체인 '토트'라는 단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넥타이에 문양이며 엄지손발톱이 없는 세자르의 죽음에서 들어나지 않았던 단체인 토트라는 비밀단체가 들어나고 그의 죽음을 이상하게 여긴 프랑스 경찰과 정현선박사(로렌)은 그의 죽음을 파헤쳐 나가다가 세자르의 죽음이 왕웨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더 깊게 파고 들기 시작한다. 한편 토트라는 단체를 쫓고 있는 헤럴드 박사의 자문을 구하며 프랑스 경찰은 토트가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나가지만 모두가 믿지를 않는다. 세자르가 죽기 며칠전부터 한권의 책에 매달리고 있었으며 그것은 바로 한국의 고서라는 것이 들어난다. 독일과 프랑스의 문화재 협상에 부관장 피에르와 베르만은 한국의 고서를 이용하려 하였는데 갑자기 사라진 '한국의 고서'때문에 이들의 갈등도 들어나고 국립도서관에서 책을 비밀리에 마들렌 성당의 비밀의 방으로 옮긴 마사코와 진실을 알고 있던 상트니는 모두 죽음을 당하여 한국 고서 발견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고 만다.그들은 '한국의 고서'를 이용하여 무언가 하려던 사람들로 고서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마사코의 흔적을 쫓던 정현선박사와 헤럴드는 마들렌 성당의 비밀의 방에 갔다가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용케 빠져 나오고 정현선박사는 점점 세사람의 죽음과 한국의 고서가 엉켜 있으면서 1866년 병인양요때 강화도 외규장각 비소를 관리하던 '조경환'이라는 사람의 기록들에서 로즈제독이 이끄는 프랑스 함대가 귀중한 도서를 약탈해간것을 확인하고는 직지보다 더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옛날과 현재의 예의와 법규를 문장으로 상세히 정리한 책인 '고금상정예문'과 HCD+ 227이란 비밀코드같은 '왕오천축국전'을 찾아 나선다.하지만 박사의 바람처럼 책은 현존하지만 실체를 들어내지 않는 것으로 끝이난다.아마도 현존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이 잘 나타나 있는것 같다. 이 책은 한국의 고서를 가지고 살인과 비밀단체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지만 한국은 병인양요때 외규장각 비소를 지키던 인물인 조경환이라는 사람의 책에 대한 집념과 우리것을 지키려는 굳은 결심이 약간 버무려질뿐 모두가 해외의 이야기로 정현석박사의 실제 모델은 1967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여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우리의 금속인쇄술이 더 발전했다는 것을 증명한 박병선 박사가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작가의 바람처럼 책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우리 선조들의 훌륭한 유산인 '고서'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과 관심이 생겼다. 책의 내용은 <다빈치 코드>와도 약간 비슷한듯 하지만 다빈치 코드보다 우리것을 소재로 하고 구성이 더 치밀하면서도 긴장감이 잘 들어나 그보다 더 읽는 재미가 있다. 우리것을 가지고 이런 손색없는 대형추리소설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을 보는듯 하다. 읽는 내내 티비 프로에서 한참 방영하던 우리 문화재 반환에 관한 것이 생각이 났다.그때만해도 우리모두 하나가 되어 해외에 있는 문화재를 하나라도 더 돌려받기 위하여 하나로 단결하던 것이 어제일같은데 우린 벌써 잊어버리고만것 같다.이 작품을 계기로 해외에서 아직도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는 문화재에 좀더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며 앞으로도 이런 류의 소설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BNF의 방대한 장서 가운데서 한국의 금속활자본은 단연 눈길을 끈다.금속활자로 인쇄한 이 책의 연대는 1377년이다. 그런데 유럽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라틴어 성경의 연대는 1455년이다.이 한국의 고서는 고딕체 글씨의 우아함,새 것 같은 흰 종이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보다 더 정교하고 완벽에 도달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직지>를 바라보는 알렉스의 눈길에는 알 수 없는 희한이 복잡하게 스며 있었다. -47p 우리군이 철수하기 전날 왕실 서고 지하에서 이상한 동굴을 발견하였다.이곳은 사람이 대여섯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그안에는 대략 70여권에 이르는 책이 수장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오랜 선교활동을 벌였던 리델 신부는 이 책들이 한국에서 매우 오래된 고서라고 일러주었다. -97p 책이라 함은 인간의 생명과 달라 영혼과 육신이 하라로 된 효험한 영물이다. 그러나 이런 영생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본뜻을 저버리는 이가 있어 귀인의 경전을 해하려 하니 이 어찌 가만히 볼 수 있단 말인가.하여 이 책의 영생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피난의 길을 모색하던 바 강화 외각이 적당하여 이곳에 부득이 비소를 만들어 보관토록 한다. 그것이 세도의 칼날으로부터 벗어나 책을 아끼는 자의 책무이며 도리가 아니겠는가. -129p ☆외규장각 1782년 2월 정조(正祖)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치한 도서관으로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졌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는 지난 1975년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박병선 씨가 베르사유 별관 파손 창고에서 처음 발견, 세상에 알려졌으며, 92년 7월 주불 한국대사관이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요청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로 간의 입장 차로 합의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