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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명백한 증거와 증인이 있어도 권력앞에서 무참히 짓밝히는 '부총리 유희서 살인사건'을 읽으며 선조의 아들을 비호하는 편협함을 보고는 지난 역사의 이야기지만 부모가 자식을 두둔하는 잘못된 사랑에 대해 너무 안타까웠다.바른길이 무엇이며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왕마져 자식을 감싸며 오류를 범하는 것이 지금도 행해지고 굵직한 사건을 장식하는 이야기들처럼 한참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거기에 '안협 구 소사 살인사건'은 소문이 나쁘다 하여 본인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무참하게 친형제와 문중의 사람들이 합세를 하여 구 소사를 죽인이야기는 여자이므로 당해야 했던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었나 싶다.사람의 목숨보다 일개 문중의 명예가 더 값진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아무리 여인의 절개가 중요한 시대라 하지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그렇게 죽어간 여인들도 많을 것이다. 안타깝게 죽은 영혼은 죽어서도 자기의 안타까움을 말하듯 과학수사,<무원록>에 의거하여 자기 죽음의 억울함을 말해주었으니 갇힌 사회,유교와 남성의 사회에서 여인들이 당해야 했던 말못할 억울함이 어떠했을까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노비 덕금 살인사건'에서는 노비는 일개 물건취급을 당하며 주인에게 개죽음을 당해도 누구하나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참견하지 못함이 정말 안타까웠다. 권력을 가지고 재산이 있는 양반들은 여종을 자기의 물건처럼 취급하다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듯 죽음에 이르게 하고서도 뉘우침이 없이 권력과 재산을 남용함이 얼마나 파렴치한가.
조선은 남성들의 나라
아호탐육 ㅡ 굶주린 호랑이가 고기를 탐내듯이
백로규어 ㅡ 백로가 물고기를 노리듯이 여종을 훔쳐보고
노호청빙 ㅡ 여우 같은 늙은 아내가 잠들었는지 확인한 뒤에
한선탈곡 ㅡ 추운 날 매미가 껍질을 벗듯 여종의 옷을 벗긴다.
영묘농서 ㅡ 고양이가 쥐를 놀리는 것처럼 희롱하고
창응포치 ㅡ 무서운 매가 꿩을 낚아채듯 여종을 덮친다.
옥토도락 ㅡ 옥토끼가 방아를 찧듯이 사랑을 나누고
여룡토주 ㅡ 용이 구슬을 토하듯이 정액을 배설한다
오우천월 ㅡ 소가 달을 쳐다보듯이 헐떡거리면서
노마환가 ㅡ 늙은 말처럼 집으로 돌아온다.
조선 중기의 문신 성여학의 <속어면순>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ㅡ188,189p
그시대에도 과학수사를 위한 바탕이 되는 책이 있었던듯 하다.<무원록>에 따랐다지만 자세한 기록과 그 기록이 지금까지 잘 보전되지 못한것들이 많으니 조선뿐만이 아니라 우리 역사는 기록이 너무 부족하면서도 보전이 미흡한 면이 너무 크다. 지금처럼 기계의 발달은 아니어도 억울함을 없애고자 초검,복검,삼검으로 나누어 시행을 하고 초검과 복검의 결과가 일치해야 그로써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니 선조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