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형식. 극중극. 현실과 거짓의 경계선. 개인적으로 온다리쿠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호텔정원에서 생긴 일' 역시 그 매력을 어김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극 중 극이라는 포맷이 여러 겹 포개져 있어, 한번에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한 꺼풀씩 드러나는 연결고리는 훌륭하다. 우선 하나씩 일어나는 사건을 정리해보면...(그냥 기억나는 순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호텔 정원에서 극작가가 살해되는 사건 2. 같은 호텔 식당에서 식사하던 두 여인 중 한 명이 죽는 사건 3. 극작가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되는 사건 4. 빌딩 안에서 한 여성이 죽는 사건 이렇게 4가지 사건이 일어납니다. 왠지 연결되어 있을 법한 사건도 있고, 별 상관없어보이는 사건들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사건은 하나가 해결되고 하나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 복잡한 사건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서 생각하고 결말을 보면 누구나 다 '아~ 이렇구나!' 라고 무릎을 칩니다. 이 책을 처음 들고서는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진행되는 사건과 극 중 사건, 그리고 극 밖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이런 애매모호한 배경 속에서 여배우와 작가라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각각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분명 지극히 현실적인 살인 사건임에도 극박하고, 현실적인 끔찍함 보다는 신비스러운 느낌이 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단순하게 이 극의 구성을 생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주 틀린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독자가 이 구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수수께끼를 정리해 나갈지 여지를 남겨둔 것 역시 이 책이 의도한 바가 아닐런지요. 독자들에게 정답을 주면서도 뭔지 모를 미묘함을 남겨주는 멋진 수수께끼였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과연 이게 왜 재밌을까?라고 생각했다. 사건도 너무 단순하고 거기다가 범인까지 밝혀진다. 범행을 숨겨준 것으로 과연 이 두꺼운 책 한권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라고 괜한 걱정도 했다. 하지만 괜한 우려였다. 작년 추리소설계를 휩쓸었던 책, 결코 실망스럽지 않다. 올 여름 읽었던 여름 추리소설 중 단연 최고다! 천재적인 수학자 이시가미는 옆집 야스코에게 반한다. 야스코는 뜻하지 않게 자신의 전남편을 살해하고 만다. 수학자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도와 범행을 철저히 숨기는데 도움을 준다. 그의 천재적인 머리와 철두철미함은 점점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린다. 하지만, 이시가미의 동기인 유가와가 등장하면서 이시가미의 수식은 점점 복잡해진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대충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머리에 그렸었다. 아마 그래서 더 시시하고 썩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역시 내 머리에서 생각한 것은 한계인가 -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의 상상과는 다른 식으로 두 천재의 대결을 풀어나간다. 분명 쉽게 풀어나가는 것 같고, 모든 힌트는 다 주어지는데 마지막까지 트릭을 생각하지 못했다. 끔찍한 사건이나 복잡한 트릭이 아닌 정말 단순한 이야기. 하지만 한 사람의 정말 헌신적인 사랑과 맞물려 더 마음아픈 이야기. 뛰어난 추리소설임이 분명한데, 추리나 미스터리 외의 2%가 더 느껴지는 것은, 사건 배경에 있는 한 사람의 감정이 절절이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조금 늦게 만났지만, 정말 멋진 추리소설을 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