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과연 이게 왜 재밌을까?라고 생각했다. 사건도 너무 단순하고 거기다가 범인까지 밝혀진다. 범행을 숨겨준 것으로 과연 이 두꺼운 책 한권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라고 괜한 걱정도 했다. 하지만 괜한 우려였다. 작년 추리소설계를 휩쓸었던 책, 결코 실망스럽지 않다. 올 여름 읽었던 여름 추리소설 중 단연 최고다! 천재적인 수학자 이시가미는 옆집 야스코에게 반한다. 야스코는 뜻하지 않게 자신의 전남편을 살해하고 만다. 수학자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도와 범행을 철저히 숨기는데 도움을 준다. 그의 천재적인 머리와 철두철미함은 점점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린다. 하지만, 이시가미의 동기인 유가와가 등장하면서 이시가미의 수식은 점점 복잡해진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대충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머리에 그렸었다. 아마 그래서 더 시시하고 썩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역시 내 머리에서 생각한 것은 한계인가 -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의 상상과는 다른 식으로 두 천재의 대결을 풀어나간다. 분명 쉽게 풀어나가는 것 같고, 모든 힌트는 다 주어지는데 마지막까지 트릭을 생각하지 못했다. 끔찍한 사건이나 복잡한 트릭이 아닌 정말 단순한 이야기. 하지만 한 사람의 정말 헌신적인 사랑과 맞물려 더 마음아픈 이야기. 뛰어난 추리소설임이 분명한데, 추리나 미스터리 외의 2%가 더 느껴지는 것은, 사건 배경에 있는 한 사람의 감정이 절절이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조금 늦게 만났지만, 정말 멋진 추리소설을 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