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필요한 주문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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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어서인지, 매일매일이 피곤해서인지...달콤하고, 애틋한 로맨스 소설을 많이 찾게 된다. 내이름은 김삼순을 무척 재밌게 읽고 또 드라마에도 열광했기에, 지수현 작가의 신작인 당신에게 필요한 주문을 처음 접했을 때는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실 표지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여려보이는 여자의 애틋한 눈낄과 파스텔톤- 사실 여리고 여린 여자와 (아님 병에 걸렸거나-) 모든 걸 다 가진 남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지레 짐작했다. 하하

하.지.만, 이 책 참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다. 쌀쌀해진 날씨에 움추리게 되는 요즘, 마음을 따뜻하게 뎁혀준다. 경주와 연서는 15년간 사귀어온 친구이다. 그 오랜 우정을 무릅쓰고 그들은 1년이라는 짧은 연애를 하게 된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지 않을까- 이 책은 구성이 독특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각각 따로 진행한다. 마치 좀 짧은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는 느낌이랄까. 생각과는 달리 연서는 여전히 발랄하고 재밌었고, 어리버리했으며 남자주인공은 까칠하면서도 멋졌다. 하하. 이런 구성 좋아한다.

작가는 친구가 연인이 되는, 그리고 다시 헤어지는 그 복잡한 변화들을 찬찬히 간단하게 보여준다. 너무 머리아프지도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읽게 된 그녀의 신작 결코 실망스럽지 않다. 오히려 그 동안 한층더 노련해졌다고- 이야기에 힘이 실린다고 해야할까.

당신에게 필요한 주문- 힘들 때, 약해질 때 누구나 주문이나 점 등에 의지하게 된다. 이러한 소재를 통해 나만큼 약한 주인공들이 힘을 내는 모습이 좋았다. 이 책을 덮고, 여전히 조금씩 피곤이 누적되어 지쳐가는 나에게 필요한 주문은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당신에게 필요한 주문에서 만난 칸타타 처럼, 불사조 처럼 낭만적이고 멋진 주문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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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개미지옥 - 2007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문학수첩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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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서점 나들이를 하다보면, 아무 이유없이 확 눈에 띄는 책들이 있다. 나에게는 '판타스틱 개미지옥'이 그런 책중 한권이었다. 계속 읽고 싶다고 생각하여,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를 얻어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얼마전에 읽은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을 떠올리겠다. 한정된 공간에서 그 안의 사람들이 각각의 이야기가 한데 엉켜 벌어지는 사건. 다만 '판타스틱 개미지옥'은 세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이 책의 시작은 청소부 아줌마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여성을 발견하는데서 시작한다. 도대체 그 여자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던 것처럼 이야기는 다시 백화점의 한 직원에게 맞춰진다. 그리고 그 직원에 연이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나간다. 여성들이 꿈꾸는 공간이니만큼,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 한듯 싶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지영, 어렵지만, 명품을 사서 어쩔 수없는 소영, 학력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미선과 이상한 유혹을 받는 정민.

각각의 이야기에 100%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회사생활을 한다면, 백화점에 간다면, 살이 쪘다면, 학교를 제대로 못다녔다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소용돌이 친다. 여기에 조금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만다. 그들의 욕심과 감정이 결코 비현실적인 것들이 아니기에- 이 책은 빠른 전개와 재미나는 에피소드로 책을 완성한다. 결국 그런 이야기들은 다 한데 모이게 되고-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높이 사고 싶은 점은 일상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다. 내가 얼마나 아무생각없이 사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은 사물을 보고 저런 생각을 하다니- 특히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매점 부부의 이야기. 백화점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야- 일어날법 하다 느꼈지만, 매점부부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저런 상상을 할 수 도 있구나.

오랜만에 재미있는 한국소설을 읽은 것 같아 기쁘다. 유명한 사람들 이외의 소설은 잘 접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마음에 드는 소설가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 책에서 등장한 한 명, 한 명의 직원이 언젠가 개미지옥을 빠져나올 수 있길 바란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모든 장소 역시 다른 모양의 개미지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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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학기 밀리언셀러 클럽 63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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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일본 추리소설에 빠져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등등... 유명한 작품은 한권 정도 읽었다. 그리고 기리노 나쓰오 역시 잔인하다, 불쾌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빠지지 않는 작가였기에, 그녀의 작품 역시 피해가지 않았다. [아웃] 이라는 작품을 읽고 싶었지만, 우선 기회가 되어 [잔학기]를 읽게 되었다.

슬픈 추리소설, 사회 추리소설...일본 추리소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은 아직 한 작품밖에 읽지 못 했고, 다른이들의 평만 접했을 따름이지만, '불쾌한 잔인함'이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는 10세 때 납치 감금을 당했던 여류작가가 자신에게 도착한 한통의 편지를 받고, 소설을 남긴채 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제목을 접했을 때는 여류작가가 납치 당했을 때의 일이 주류를 이루리라 생각했고, 실제 소설의 처음에는 그녀의 납치사건과 그 납치사건을 다룬 소설 [진흙처럼]의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그 뒤 숨겨진 이야기- 바로 '잔학기'의 이야기는 모든게 끝난 후 나타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년이나 감금되어있던 여자아이와 그 가족이 현실에 바로 아무일 없었던 듯 적응하리라고 보긴 어렵다. 그녀는 감금 뒤에도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이야기의 구성이 조금 독특하게 되어있고, 소재가 소재인만큼 감정이입이 어려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바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감금한 범인과의 공감- 서로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녀를 끊임없이 집요하게 괴롭히는 검사와의 이해- 그렇게 지독한 상황에 이르면 가능하려나, 살짝 짐작만 해볼 따름이다.

이 책에 관한 여러 평들과 소감을 읽고, 난 그들에게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찝찝함. 사건이 안 끝나서가 아니라, 끝났음에도 느껴지는 불쾌함. 과연 게이코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녀의 괴로움을 모두 잊고 없앴을까? 아니면 그녀를 이해하는 누군가를 찾아 떠난것일까? 명쾌한 결말은 아니지만...여전히 썩 기분이 좋진 않지만...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을 찾는 다른이들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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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까의 한국고고씽
고마츠 사야까 지음 / 미다스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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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서점에서 이 책을 통해 사야까씨의 블로그에 들락날락 거리게 되었다. 한국에서 살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어찌나 재미있고 조리있게 기록했는지, 그 많은 글을 금방 금방 읽어내려갔다. 그 뒤로 사야까씨의 블로그는 내 즐겨찾기 목록에서도 가장 많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 되었다. 그랬던 그녀의 이야기들이 책으로 나오다니! 너무 반가웠다.

최근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듯이 남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참 흥미롭다. 분명 똑같은 경험인데, 우리에게는 일상이기에 그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사야까씨의 글이 좋은 이유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도 (예를 들면 변비! 이야기~) 털어놓는다는 것이다. 목욕탕에서 아줌마들의 수다를 엿듣고, 남의 일에 발벗고 나서고, 어른들을 공경하는 한국인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나라를 비하하는 일 없이 양국을 존중하고 정말 진정한 의미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글을 통해 느껴진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재미없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그녀가 500만의 네티즌들을 끌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재미'이다.

삼겹살을 좋아하고, 급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또 거기에 무너지고, 게임에 중독되기도 하고, 그녀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녀가 들려주는 조곤조곤한 이야기 솜씨는 중독성이 있다. 그녀는 단순히 블로그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토로 마을 대책위원회로 활동하고 고 이수현씨의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는 등 진정으로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부산사투리를 쓰고,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문화적 차이를 웃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사야까씨 같은 한국사람, 일본사람이 많이 많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사야까의 블로그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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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올 에이지 클래식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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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미국이나 유럽쪽 연애소설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제목은 사랑한다. 어찌나 재밌고, 진부하지 않은 톡톡 튀는 제목들인지...'사랑이 지구를 돌게한다' 역시 아는 분의 글을 보고 제목을 칭찬했다가 얻게된 소중한 책이었다.

이 책은 사랑, 그것도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감성의 핀트가 조금 달라서인지 나는 미국이나 유럽 쪽의 사랑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 역시 별로일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하고 펼쳐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재밌었다.

작가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한 미국 여성이 프랑스 남자를 이스라엘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언뜻 들어보면 현실에서 일어났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만남과 사랑이다. 거기다가 그 둘은 열정적으로 사랑한다기보다는 여자가 더 열심이고, 남자는 어찌나 이성적이고 현실적인지...(한마디로 상당히 무뚝뚝하다.) 전혀 멋있지 않다! 하지만,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멋있지 않기에 이 소설은 그만큼 작가의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고 웃기게 표현된다.

이 책은 정말 경쾌한 사랑을 담고 있다. 서로에게 매달리지 않고, 각자 자기 삶을 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를 그리워하고...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최근에 로맨스 소설이 상당히 끌려서 이것저것 읽었는데, 이 책은 부담스럽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작가의 말처럼 평범한 사랑도 지구를 돌게 만들까? 내 사랑도 이 책처럼 유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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