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빙화
이선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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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를 바탕으로한 사랑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소설이라기엔 뭔가 부족하고, 사랑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와닿지 않는 배경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아름다운 표지 때문에 욕심 내었던 것과는 달리, 왠지 멈칫 거리게 되었다. 하지만 읽기시작한 이야기는 역사도, 사랑 이야기도 아니었다. 다만 여린 여인이 자신의 삶을 강하게 개척해나가는 이야기였다. 생김새는 물론, 인생 자체가 아름다웠던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이야기는 고구려의 황녀와 고대문 장군의 딸이 대조영의 손에 맡겨져 길러지며 시작한다. 이들을 둘러싸고, 황녀를 지키는 무사 무, 대조영의 아들 대무예, 그리고 고구려를 위협하는 수많은 적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황녀로서의 강한 의지와 성격, 그리고 분위기를 지닌 학아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자신의 위치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미령은 그와 반대로 여리디 여리게 크고 그녀 역시 학아를 향한 대무예의 모습에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수도 없이 많은 적들을 만나고, 학아는 강하게 자신과 다른이들을 지켜나간다. 

줄거리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이야기에는 사랑이야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녀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우리에게 강하고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을 선사한다. 자신보다 남 때문에 더 아파하고,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는 강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나 역시 더 안타까웠고, 마음 아팠다. 이 책은 비단 주인공인 학아 뿐 아니라 다 서로에게 상처입히면서도 서로에 대해 아픈 마음을 감추고, 위하는 그런 마음 아픈 사람들로 가득하다. 현재에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서로를 위해하는 우리들의 아픔과는 다른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이 책은 5년전에 출간된 책을 재출간 한것이라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났음에도 스토리의 빠른 전개와 매력적인 인물들은 결코 퇴색하지 않았다. 현재와는 동떨어진 시대이지만, 학아의 강인함은 본받고 싶은 매력이다. 항상 남의 행복만 바라고, 끝까지 강인했던 그녀가 이 책의 끝에서만큼은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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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화자는 와세다대 앞의 허름한 하숙집 (너무 작고 낡아, TV나 신문에 실릴정도임)에 거주하는 다카노군이다. 이 책은 아무래도 저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여, 실화라는 느낌이 강하다. 노노무라에 사는 사람들은 어찌나 하나같이 다 특이한지, 바퀴벌레 소리에 잠을 설치는 수전노, 하나도 엄격하지 않은 주인 아줌마, 냉정하지만, 어느순간 프로레슬링에 빠져버리는 나카에. 이러한 사람들이 펼치는 일상의 나날들은 나와는 달리 어찌나 재미나고, 신기한지. '무슨 재밌는 일 좀 없나'라고 투덜대는 나에게는 정말 부러운(?) 곳이었다.

일부 소제목들을 살펴보면 '신종 마약 도전기', '열다섯 시간 의식 불명', '주인아줌마는 명탐정' 하나같이 어떤 일들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들 뿐이다. 버섯, 식물들을 채집, 시식하여 환각효과를 살펴보고, 묵은 쌀과 햅쌀이 바뀌는 사건을 해결하고- 정말 언뜻보면 어이없기만하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내가 과연 저런 사람들 혹은 저런 사건들을 대했더라도, 이 사람처럼 유쾌하게 받아들였을까? 였다. 나였다면, 짜증을 내지 않았을까, 귀찮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사건들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보통' 시간의 흐름과 '대세'에 따르지 않는 노노무라 주민들을 나름대로 이를 즐겁게 그리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지 않나 싶다.  

다른 사람들이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다카노는 책의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노노무라를 혼자 지킨다. 그런 그의 모습을 노노무라를 떠나간 사람들이 부러워하듯이 나 역시, 그의 모습을 현재의 용기없는 내 모습과 비교해보면,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태평한 성격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와세다 1.5평 청춘기]에서 만난 사람들과 벌어진 일들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런 일들 뿐이었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순수함에 잠시 전염될 수 있었던 시간은 무척 즐거웠고, 기뻤다. 다카노군은 책의 마무리에 못다한 이야기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다. 그의 이야기처럼, 언젠가 그가 못다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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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가계부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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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실 이 책을 보기 전에 같은 저자가 쓴 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란 책을 먼저 읽었다. 작게는 가계부, 크게는 삶에 대한 자세의 중요성을 배웠고, 현재 우리가 믿고 있는 부동산, 신용카드 등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배웠다. 이 시리즈는 다 읽어봐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기회가 되어 '아버지의 가계부'를 얼마 안지나 펼쳐들게 되었다.

나는 단순해서 그런지 '아버지의 가계부'처럼 우화형식을 띄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각각 다른 재무상황에 처한 네 부부가 여행을 떠나서 각자의 인생설계를 다시 하게되는 이야기이다. 사업을 하기도 하고, 맞벌이부부도 있고, 가장이 한 가족을 먹여살리는 가족도 있다. 그들의 문제는 아마 다른 모든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라고 생각지도 않았을법한 내용들이 더 많았다. 거품 가득한 부동산, 지나친 사교육비 등등. 일부 나와는 아직 관련이 없어 확 와닿지는 않았지만, 체크카드 사용, 가계부 적기, 통장 쪼개기 등 내가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는 조언이 많아 도움이 되었다. 책이 한 부부가 다른 부부들을 도와 생활을 반성하고, 계획하는 1~2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니, 오히려 더 알아듣기 쉽고 직접적으로 조언을 얻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당장 실행하기도 더 쉬운듯 싶고...

분명 우리의 소득은 늘어나고, 잘 살게 된것 같은데, 왜 과거보다 우리가 행복하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걸까? 왜 우리 부모님들은 과거를 그리워하시는 걸까?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기 전 다른 책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생활에 변화를 주긴했었으나,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말 제목처럼 따뜻한 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기분이다. 책 내용에 독자들에 대한,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한 애정이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우선시 되는 그러한 재테크(?), 아니 재무설계를 생각하게 된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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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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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주간문춘' 선정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을 읽기 직전 그 목록의 일부 작품들을 읽고, 도대체 어떤 작품이 이들을 제치고 1위를 한거야?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증폭되어있었다. 처음 책을 보았을 때는 왠지 동화같은 표지와 요약된 내용이 내가 기대한 바와는 조금 다르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그리고, 대유괴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았으나, 그 나름대로 좋았다.

이 이야기는 세 명의 유괴단 '무지개동자'가 한 부자 할머니를 납치하면서 시작된다. 왠지 긴박하게 인질 구출작전이 펼쳐지고, 이 유괴단과 경찰들이 펼지는 숨막히는 대결이 나와야 할 듯 싶은데...그리고 인질은 크게 다치거나 능욕당해야- 그러나- 아니다. 분명 숨막히는 머리싸움이 펼쳐지는데, 뭔가 다르다. (그 이유는 책을 통해서-!)

이 책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비판적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든, 사회비판적 소설이든 이 책은 재미있기만하다-. 딱딱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아! 하고 무릎을 치며 이해하게 만든다.

최근 이 책을 원작으로 한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 개봉했다. 사실- 나문희씨가 어떻게 도시씨를 연기했을지 상상이 안 간다. 왠지 더 차분하고, 명석해보이는 할머니일 듯 싶은데, 영화 자체가 코믹한 분위기가 더 강조되지 않았을까 싶다.  

추석 연휴에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지- 라고 다짐했었는데, 즐거운 소설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한 추리소설과 너무 달라 당황했지만, 이러한 '대유괴'라서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기에, 20세기 추리소설 1위를 차지 하지 않았나 싶다. 79년쯤 쓰여졌음에도 현재까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읽히는 소설- 역시 100억엔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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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테러리스트
애니 최 지음, 정경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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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교포2세 혹은 이민자들이 쓴 책은 왠지 어려움과 고난 겪고 꿋꿋하게 일어나 성공한 스토리일 것 같다- 라는 선입견이 무색해진 책이다. 패션테러리스트는 표지 부터 일반 Chic lit 처럼 밝고 명랑하다. 하지만, 내용은 분명 우리 교포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분명 애니 최처럼 이민가 생활하면서 한국 문화와 맞부딪히면서 이렇게 재밌고 웃긴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듯한 어머니와 미국문화를 대표하는 듯한 애니의 충돌과 화합 등을 크게 다루고, 그에 곁가지로 다른 가족들과 친척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제목에서도 나왔듯이 옷입는 방법, 채식주의 등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일부는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부모와 자식관계는 다 비슷비슷한 법인지, 엄마와 나의 모습이 떠올라 킥킥대면서 읽었다.

책의 도입부분은 책이 너무 가볍고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웠는데, 책이 진행될 수록 맛깔스럽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안심했다. 설악산에 간다거나, 큰절 올리는 법을 배우는 에피소드는 나와는 좀 거리가 멀었지만,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받아쓰기를 매일 연습해야했던 이야기들은 충분히 공감이 갔다. 왜 내가 연습하면 안되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지- 도무지 거역할 수 도 없다.

솔직히 패션테러리스트라는 제목과 책내용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아쉬었다. 기대와는 조금 달랐지만, 엄마와 딸의 사랑이 팍팍 느껴지는 이야기들은 다른 의미에서 기대를 넘어 재밌었다. 갈수록 힘이 붙는 이야기- 애니와 그녀의 엄마가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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