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인데, C. G. 융과 친분이 있기도 한 리하르트 빌헬름의 <주역강의>(소나무)라는 책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책 내용이 좋다, 아니다를 떠나서, 그런 서양의 유명한 학자들의 주역에 대한 관심이 내 막연한 생각보단 더 깊을 수 있을 거 같은 예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호기심 정도론 하나의 책으로 엮어서 낼 순 없었을 것이다(주역에 조예가 깊은 서양인으로 구소련 슈츠스키도 있다. <주역연구>란 책이 예전에 국내에 나왔지만, 지금은 구하기 어렵다>.  

그러나 서양에서 주역의 영향력은 여전히 일부 학자들의 테두리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양과 동양의 사고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역전의 기운이 뻗치지 않는 한, 그 판을 바꾸긴 힘들 것이다.  

서양으로 갈 것도 없이, 동양에서도 주역을 우선 "점 보는 것"이라는 등식으로 받아들이는 단순하고 관습화된 생각도 큰 문제다. 즉, '주역은 미신이라는 (그) 미신'을 벗기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가? 역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과 접근들이 간혹 눈에 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점점 주역의 힘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나 역시도 어려서부터 동양학과 거리를 두려는 현대교육의 영향권에서 자랐기에, 이런 미신취급을 다시 학문적인 눈으로 진지하게 보는 태도를 갖기가 쉽진 않았다.  그리고 나서 가끔 주역 책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이것이로군!' 정도의 맛은 보지 못했다. 그러니 주역의 맛을 보기 위해 여러 책을 뒤적이는 여행은 계속 될 것 같다. 

 

 

 

 

 

 

 

 

 

 

우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역학의 감을 잡기에 좋은 책으로 두 권을 골라본다. 이 두 책은 역(학)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꼽기도 하거니와, 내가 본 바로도 큰 문제는 없을 듯 싶다. 먼저, 백운 한규성의 <역학원리강화>다. 이 책은 아주 오래 전 책인데(1957년),  구어체, 즉 서로 주고 받는 문답식으로 이루어져 딱딱한 감이 덜하며, 역의 핵을 중심에서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을 바탕으로 좀 더 간결하고 쉽게(한자를 되도록 자제하고 한글식으로)  자제분이  새롭게 다듬어 낸 책도 있다. <주역에 대한 46가지 질문과 대답>(동녘)인데, 초보자라면 먼저 이 책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동석의 <우주 변화의 원리>는 워낙 유명한 책이라 여기서 더 보탤 말은 없다.  

 

 

 최근에 나온 책인데, 아직 보진 못했다. 하지만 차례나 구성을 보니까,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꾸며졌다. 기회가 된다면 구해서 보고 싶은 책이다.

 

 

 

  

  

 

그 외 전에 쓴 [주역의 맛]에 넣지 못한 책들을 위주로 적어본다. 

 

 

 

 

 

 

 

 

 

여기서 소개할 몇 권의 주역 책은 쉽지 않지만 깊이가 있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품절이라 구하기 어려운 책도 있을 것이다. 

 

 

 

 

  <- <주역선해>는 좀 독특한 책이다. 명나라 고승에 의해 유교의 대표적인 경전 주역이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된 책이기 때문이다.

  

 

 

 

  

 

  여기 이 책들은 어느 정도 기본을 익힌 다음에 접할 단계의 책들이라 여기면 될 것 같다.

 

 

       

 <왕부지의 주역철학>

 

 

 

- 이 책의 부제를 보자, '역리와 내단학에 의한 서명응의 참동계 주해' 주역, 정화히 말하면 역리, 역학(주역은 엄밀히 말하면 주나라에 재정비된 역학 중 하나이므로..)과 단학의 만남이라는 이 기획은 동아시아에서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놀라운 책이 이렇게 아무 손길도 닿지 않는 곳에 얌전히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 역시 지금에서야 발견한 책이긴 하지만.. 어서 구해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군데군데 조금씩이라도 맛을 볼 생각이다.

 

 

 

방금 위에서 소개한 책들 외에도 다양한 역학 책들이 보인다. 

 

 

 

 

 

주역이 점과 무관하지 않지만, 후기로 갈수록 그러한 원시적인 상황을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점(치기)에 대해서 저급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도 뭔가 심상치 않다. 동양학에 결부된 (되도록) 망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천지와의 소통이라는  행동은, 굳이 융의 동시성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손쉽게 물리치기 어려운 중핵을 이룬다. 다만 속된 점과 미신과 구별이 중요해진다. 

점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책을 보자면, 소강절이나 우리가 익히 아는 시인 소동파의 이름도 만나게 된다. 주역 공부는 갈수록 태산이고, 취미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뭔가 얻기가 힘들 것 같다. 

 

 

 

 

 

 

 

 

 

 

 

 

 

 

 

 

 

 

끝으로 주역을 실증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접근한 책, 건강, 한의학은 물론 첨단과학, DNA와 함께 엮은 책들도 보인다. 

 

 

 

 

 

  

 <역으로 본 현대과학>은 역을 현대과학에 맞추어 접근한 책인데, 전문적인 내용은 아니라서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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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터 2010-11-1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역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dydqud@gmail.com 답 한번 주세요

TexTan 2010-12-08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접속해서 답신이 늦게 씁니다. 저도 공부하는 단계라 시원하게 드릴 말은 별로 없습니다. 거기다 주역은 단박에 깨칠 방법은 없겠죠.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각오하고 가야할 길이라 여깁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주역에 대한 46가지 질문과 대답'입니다. 아마 절판이라 구하기는 어렵지만, 헌책방에서 찾으실 수 있다면 보기실 권합니다. 그리고 강진원의 '알기 쉬운 역의 원리'도 입문서로 적당해 보입니다. 좋은 책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억만장자 2016-04-20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감사..

TexTan 2016-06-21 0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랜만에 들어왔네요. 그래서 이렇게 답신이 늦었습니다. 여름인데, 건강하게 보내세요^^
 

주역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도전 했는데, 영 신통치가 않다. 그러고 보니 도전이라고 할 만한 노력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관심만 오래도록... 

라이프니츠가 주역에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는 아는 사람들은 안다. 정확히 말하면, 라이프니츠가 구상한 이진법 체계가 있었는데, 나중에 지인이 중국에서 보내 준 주역 64괘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보다 지나치게? 앞서서 고대에 이미 더 완전한 기호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라이프니츠의 이진법 체계는 사이버네틱스 연구에까지 이르렀으니, 현재의 컴퓨터와 주역은 이미 은밀한 내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역은 서양의 사상가들에게 우리가 아는 것보다 큰 영향을 준걸로 보인다. 헤겔도 주역에 문외한이 아니었는데, 직접 강의까지 했다는 얘기도 어디서 본 것 같다. 중국문명이 서양에 침투한 흔적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이라는 책에서 엿볼 수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완역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축약본(3권)으로 나온 책도 절판이라 이마저도 현재 읽기가 어려운 상태다. 일본에서는 아마 11 권짜리 완역이 있는 걸로 안다 

  

주역은 이렇게 첨단과학이라 일컫는 컴퓨터로까지 닿기도 하고, 미신이라 여기는 운명학이니 사주팔자 같은 곳에서 미심쩍게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극단적인 주역의 운명이랄까? 

 

 

 

 

우선 주역의 첫걸음에 적합한 책들이다. <주역의 과학과 도>는 정말 초보자가 볼 만한 책인데, 주역의 기본기를 익히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알기쉬운 역의 원리>는 주역의 맛과 기본을 다지는데 좋은 것 같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림으로 풀어쓴 역경>도 초보자가 보기엔 부담이 적을 것 같다. 

 

 

 

 

 

 

 

  

 

 

 

 

주역읽기에 대한 방법들은 정말 다양하다. <송재국 교수의 주역 풀이>는 전에 본 책인데, 어느 정도 괜찮았던 거 같다. <인문으로 읽는 주역>은 남회근 선생의 여러 책들을 번역하기도 했던, 신원봉의 책인데, 나중에 찾아 볼 생각이다.  

 

 

 

 

 

 

 

 

 

 

 

 

 

본격적인 주역공부를 시작하려면 이런 책들을 봐야하지 않을까. 여기서는 <대산 주역강의>가 유명한 걸로 안다. 그 외에도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 주역의 맛을 어느 정도 품고 있는 책들이라서 그런지 두께도 만만치 않다. 정말 주역을 제대로 공부할 마음이 아니라면 완독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원문 주역사전>

 공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주희의 역학은 봐야할 듯 싶은데, <역학계몽>이 다행히 완역이 되어 있다. 다산 정약용도 주역에 꽤 조예가 깊었다. 전에 <다산의 역학>이라는 책이 있었지만, 현재는 절판이라 구하기 어렵고, 대신 <다산의 주역 해석체계>라는 책으로 그의 주역사상을 볼 수 있다.  정약용의 <주역사전>도 8권이나 번역되어 나와 있다. 이 사전과도 연관이 있는 정약용의 주역사상이 담겨 있는 <주역반정>이란 책도 눈에 띈다.  주역 해석에 유독 뛰어난 중국의 천재 왕부지가 있는데, 이를 다룬 <왕부지의 주역철학>이란 책도 역시 절판이라 구하기 어렵다. 뭐 이런 책이 한 두권이겠냐만은.. 특히 역학 책들 중에는 오히려 절판된 책들 중에 좋은 책들이 더러 있다.  

 

 

 

 

 

주역이 우리나라에 와서 변형된 것이 있는데, 김일부의 정역이 그것이다. 정역은 이정호가 여러 책들을 썼는데, 최근 윤종빈의 <정역과 주역>이 눈에 띈다(전에 나온 <역학연구의 심법>의 개정판). 정역은 후천시대를 말하는데 조선말기에 민중들에게 큰 영향을 준 동학이나 강증산 같은 인물과도 연관이 크다. 정역을 다룬 소설도 있는데, <하늘 북 소리>가 그것이다.

 

 

 

  

최근에 나온 책이다. 위에서 소개한 송재국 교수의 <주역 풀이>가 나온 지 10년 만에 정역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주역 풀이>라는 책에도 뒤에 보면, 선천 후천과 관련하여 정역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책에서는 더욱 심화된 정역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주역에 관한 책들을 많이 보진 못했다. 입문서 비슷한 책들과 중급 정도의 책들인데,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은 남회근 선생의 <역경잡설>이었다. 남회근 선생은 역경 뿐만이 아니라 동양사상 전반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다. 전에 번역된 책들이 절판되고, 새로운 출판사에서 다시 나오고 있는데, 주역에 관한 책도 다시 나오길 기대한다.  

 

 

  

 

 

남회근 선생의  <주역계사 강의>는 전에 나온 <주역강의>의 개정판이다. 이 책을 먼저 본 후, <역경잡설>을 읽는다면 짝이 맞을 것 같다.

  

 

 

 

 

- 그 외 주역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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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회근 선생의 성명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을 닦아라" -
    from 책/공/장/부/키 2011-03-08 14:33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을 닦아나가십시오" 남회근 선생의 근황을 궁금해하시는 분은 여전히 많습니다. 남회근 선생의 저작을 읽고 한 번 만나 뵙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이 생겼고 만나뵐 기회가 없냐고 문의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출판사로 전화가 와서 남회근 선생을 뵈려면 비행기 타고 중국에 가면 되겠느냐, 고 하신 분이 계셨어요.
 
 
 

대칭이 주는 아름다움! 자연은 어찌하여 이러한 대칭을 곳곳에 품기도(숨기기도) 하고, 드러내 보이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지. 물론 인간적인 시선으로 훑는 호기심일지라도 말이다.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는 이러한 대칭을 과학적으로 흥미롭게 다룬 책이다. 이언 스튜어트는 자연과 수학, 그리고 패턴에 관한 여러 책들을 썼다.  

 

 

 

 

  

무더운 여름인데, 멋진 이미지들과 함께 눈이라도 여행을 떠나볼까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오스카 애니메이션>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여러 작품에 대한 소개가 아닌, 인터뷰 형식을 통해 현장감을 살린 것이 큰 장점으로 보인다. 그러한 속살에는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표현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지도 담겨있을 것이다. 

<상징과 비밀>과 <이콘과 아방가르드>는 딱 내 취향의 책이다. 이미지 안에 의도적으로 새겨진 상징, 그러나 쉽게 들춰지지 않는 비밀스런 위장. 그러나 결국은 (미래 누군가에게는) 보이기 위해 감춘다는 것 아닌가? 대중의 초점을 비켜가면서도 누군가에게는 다가서려는 그 중층적인 위장과 힘은 꽤 매력이 있다. 

출판사 예경에서 나온 -아트 라이브러리 시리즈-에는 갖고 싶은 책들이 많다. 그래서 옮기다 보니 꽤 양이 많아졌다. 이 중에서 <20세기 정치선전 예술>, <사진에 나타난 몸>, <오늘의 미술>은 우선 보고픈 책들이다.  

 

끝으로 위의 책들과는 사뭇 다른 분야의 책을 골라본다.

-요가수트라- 최근에 학문적인 무게를 갖춘 <요가수트라 주석>이란 책이 나왔다. 그 전에 나온 책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요가수트라가 단순한 번역과 어원과 철학적인 깊이까지 고찰하면서 다룰 때,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요가수트라'는 서양이 갖지 못한 (동양-인도에서 보여지는) 몸-마음 사다리를 내성의 힘으로 탐구, 구성하려는 의도를 가진 체험의 텍스트다.  불교의 유식학파도 출발점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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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한 권을 고르다가, 예전에 들춰보던 책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간단히 추려본다. 그리고 새로운 기법?을 소개하는 책들도 곁가지로 붙인다. 

 <애로우 잉글리시>는 같은 지은이의 책, <사진기사 50개로 끝내는 영어>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시점 이동'이라는 발상을 통해서 그 과정을 이미지화하는 방법이 독특했고,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아마 독자들한테 반응이 괜찮았는지 '애로우 잉글리시 시리즈'가 제법 나왔다. 먼저 <애로우 잉글리시>를 통해 시점이동을 통한 순간적인 이해방식의 감각(원어민식 사고?)을 익히고, 실전용을, 즉 <애로우 잉글리시 : 실전편>(<사진기사 50개로..>의 개정판으로 보임)을 보면 된다. 그리고 전치사나 영단어까지 확장된 방법들이 포진해 있다. 나는 시간이 난다면, <팝송으로 배우는 영어>로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어공부를 해볼까 하는 상상을 잠시 해 본다.

 

 

 

 

 

 

 

 

 

 

 

 

 

 

 

 

 

 

나는 아무래도 교과서적인 방식보다는 우회적인 걸 더 선호한다. 영어공부도 그러했는데, 그래서 결과가 신통치 않았나? 

 

 

 

 

 

 

 

 

영어의 길을 잘 따라 가려면, 문법과 동사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고들 한다. 죽은 동사가 아닌 팔팔한 동사의 율동을 엿보려고 <동사를 알면 죽은 영어도 살린다>를 접했었다. 그때만 해도 이러한 방법으로 영어를 소개하는 책들이 적었는데, 빠른 시간에 핵심적인 걸 얻고자 하는 욕심을 비켜가지만, 동사의 감을 맛보는데는 효과가 있었다. 단, 꾸준히 그 두툼한 책을 완주해야 하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영문법에서는 <뒤집어 본 영문법>이 이와 유사한 자극을 주었다. 

이젠, 독해로 넘어가자. 어쩔 수 없이 영어 원서를 접할 일이 많은데, 늘 애를 먹는 형편이다. 그나마 아래 책들 중 몇 권의 도움으로 지렁이가 도랑에 살짝 고개를 내미는 숨고르기 정도는 되었나.. 

 

 

 

 

 <영어독해! 너는 끊어서 생각하니, 나는 한번에 이해한다>는 쉬운 영문을 독해하면서, 문법의 감도 어느 정도 익힐 수 있는 책이다.  <영문독해 기법 100>은 스기노 다카시라는 일본인의 책인데, 특유의 일본식 집중공략법이 눈에 띤다. 마치 검도와 유사한.. 그러나 처음 타격에서 오는 열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식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적당한 수준에서 들춰보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1분에 끝내는 완벽 독해법>도 제목만 다르지 내용은 같은 것 같다. 

 

 

 

 

 

 

 

 

      

영어 독해에 대한 여러 기법들이 있는데, <스피드 리딩>과 <영어 리딩 무작정 따라하기>에서 보여주는 것들이 왠지 그럴듯해 보인다. 독자 반응도 미지근해 보이지 않는다.    영어로 속독이라니? 이런 놀라운 일이 있나!  영어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아마 이런 책들도 찾게 되지 않을까? 

다시 영어책... 정도의 길이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놓지 않은 책이 있으니, <영어순해>라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사고습관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다른 책들과 다른 장점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영어순해>를 제대로 마치면, 영어의 흐릿한 구름도 살짝 걷히지 않을까? 

 

 

 

 

 

 

 

어휘책 보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그래도 몇 권 정도는 봐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단어는 외롭지 않다>는 보던 책인데, 다른 어휘책하고는 약간 다른 맛이 있다. 시스템적인 구성을 갖췄다고 해야 하나?

<능률 VOCA 어원편>은 뭐 꽤 유명한 책이다. 예전부터 판을 거듭하면서 계속 많은 시람들과 만나는 대표적인 어휘책 중 하나다.

 

 

 

 

끝으로, 영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발음, 그리고 고급스런 단어책? 하나를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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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과 하이데거를 동시에 스치는 책이 보인다. 카자 실버만의 <월드 스펙테이터>, 서양철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뿌리인 시각(성)을 다룬다. 데리다는 음성중심주의을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시각과 음성(목소리) 둘 다 큰 몫을 가진게 아닌가?  어떤 철학자는 서양의 전통에서 시각에 비해 소리(음성)를 소홀하게 취급했다는 볼멘소리도 한다. 음성(소리)이 텍스트에 한해서만 우위를 가지고, 다시 시각과 비교해서는 차별을 받는다?  그럴수도 아닐수도..

 

 

 

 

다시 <월드 스펙테이터>로 돌아오자. 이 책을 곧 구해서 볼 생각인데, 책소개글을 보자이 이런 말이 나온다. "저자는 시각의 행위가 존재와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보는 주체인 우리 스스로에게 세계의 존재가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자신이 보지 않으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 자신이 보지 않으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늗다-라는 말이 정말 저자가 진정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미끼인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나만의 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라캉의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정점을 찍은게 아닐까? 한때 라캉을 후끈하게 몰던 지젝도 이젠 어느정도 목적을 달성했는지 헤겔과 (정치적인 문제로) 연락을 더 자주하는 눈치다.  라캉에 관한 책이 꽤 많이 나왔는데, 임상에 대한 책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 부족함을 채웠던 책이 <라캉과 정신의학>이었는데, 이 책의 역자 맹정현이 스스로 라캉의 임상을 보강하고 나섰다. <리비돌로지>라는 책인데, 왠지 라캉에 대한 충실한 되먹임 역할을 해줄 거 같다.  

 

  

 

 

 

글쓰기에서 속도와 이상한 과잉을 몸소 보여주는 지젝, 한번 쓰면 엄지와 검지가 쫙 벌어져야 잡을 수 있는 두툼한 책의 질감과 무게까지 선사한다. 전도자이기도 하지만, 스승 뒤에 얌전히 숨지 못하는 본성! 그것이 지젝이 우리에게 주는 큰 매력이 아닐까.  

아마 내가 지젝의 책 중에서 하나를 선뜻 잡지 못한다면, 그 책은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이 될 것이다. 오페라를 잘 모르는데, 거기다 지젝의 현란함을 어찌 견디겠는가?  그렇다면, 지젝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나의 대안을 찾아야겠다. 이때,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라는 책이 붉게 반짝거린다. 그러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어수선하게 흩어져 놀이에 열중인 철학동네에 대한 선전포고같은데.. 포스트모더니즘이 된통 혼날거 같은 예감이다.  지금 막 <시차적 관점>을 읽는데, 이것을 마치기 전에 이 책으로 갈아탈지도 모르겠다.  

지젝이 나온 김에, 잠시 가라타니 고진을 불러오자. 지젝과 고진은 상당히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스타일은 꽤 다르다. 지젝이 양각(양, 돌출)이라면, 고진은 음각(음)에 가깝다. 지젝이 역동적이고 텍스트를 비트는 것을 좋아한다면, 고진은 정적인 바둑 한판처럼, 마주보고 대화하는 듯한 착각까지 주면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다. 그러면서도 둘은 반복성이 뒤따른다. 비슷한 내용이 여러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그 반복에서 다시 새로운 버전과 내용을 추가하는 동력을 가진다. 그리고 이 둘(지젝과 고진)은 서로를 지그시 응시하는 것 같다. <시차적 관점>이 <트랜스크리틱>에 대한 하나의 반응인 것처럼 말이다. 

 

 

 

 

 고진의 책도 참 많다. 여기서 고른다면, <탐구>시리즈가 쉽고 괜찮았던 거 같다. <언어와 비극>은 고진의 여러 책에 담긴 것들을 잘 갈무리하고 있다. 고진의 야심작이라 할 만한, <트랜스크리틱>은 스스로도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히지만, 원래 글을 쉽게 쓰는 스타일이라서 겁을 먹을 필요는 없겠다.  참고로, 이 책은 여기 알라딘에서는 품절로 나오지만, 다른 서점에선 판매중이다. 

  

 

 

 

 

로널드 보그의 <들뢰즈와 가타리>는 전에 나온 책인데, 이번에 출판사가 바껴서 나왔다. 번역자(이정우)도 그대로고 쪽수도 엇비슷한데, 아마 큰 차이는 없나보다. 로널드 보그도 들뢰즈에 대한 책을 꾸준히 내는 사람인데, 우리나라에도 여럿 번역되어 나왔다. 나름대로 어렵지 않게 들뢰즈의 진의를 전달하려고 애쓰는 흔적이 보인다.  

   

오랜만에 프로이트에 관한 흥미로운 책을 찾았다. <프로이트가 꾸지 못한 13가지>라는 제목을 가졌는데, 최근 뇌과학이나 신경과학의 입장에서 과거 프로이트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라 하겠다. <굿바이 프로이트>도 이와 유사한 책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현상을 단지 시각에 호소하는 물리적인 인과관계로만 해석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젠 좀 가벼운 마음으로 살필 책이 한 권 있다. <해인의 진실>이란 책인데, 최근에 소설 <해인의 비밀>을 읽었는데, 이 책과 연장선에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해인은 의상대사의 '법성게'와도 관련이 있지만, 자연이 품고 있는 기, 에너지의 상징기호(회로)를 가리키기도 한다. 상식의 차가운 경계와 합리적인 시각을 벗어난 지점을 간지럽히는 소설이다.  

 

 

 

 

 

끝으로 최근에 고른 언어학, 기호학 책들이다. 

 

 

 

 

 

 

 

 

 

 

  

 

위 책에서 가와다 준조의 책이 묘하게 눈길을 잡는다. 일본어 특유의 것들을 건드리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자칫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언어(학)에 대한 새로운 색깔과 바람기를 느끼게 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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