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정리를 했다. 찾아야 할 책이 있어서, 하는 김에 정리도 한 것인데, 사 놓고 세워 놓기만 해서 얇고 얇은 먼지 옷을 입은 책들이 많았다. 그래서 손끝 지문(부위)에 거무스름한 먼지를 묻히고서야 일이 대충 끝났다. 볕과 공기가 잘 드나드는 커다란 서재를 한번 꿈꿔본다. 

 

 

 

 

 

 

 

 

 

루돌프 아른하임은 꽤 오래전부터 시각과 회화(예술), 시지각에 관한 연구로 어떤 수준의 단계를 대표하는 학자다. 지금은 새로운 이론들로 인해서 비판적인 (과거 연구로써) 검토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시각과 주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요즘, 한 번 제대로 겪어봄직한 텍스트의 저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각적 사고>와 <미술과 시지각>, <예술 심리학> 그리고 특이하게도 물리학적 접근(엔트로피를 중심으로 무질서와 질서, 구조)을 한 <엔트로피와 예술>이 있다.

시각과 결부된 주체가 회화에서 노니는 책을 잠깐 보았다. 이번엔 주체와 욕망 그리고 (문자)텍스트와의 진득한 엉킴을 구경할 만한 책이 보인다. <기호 주체 욕망>이란 책인데, 박찬부 씨는 전에 '라캉과 현대정신분석학회'를 이끌기도 했는데, 여기서 나온 얇은 학술지를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정신분석과 문학에 대한 연구는 예전에 주로 프로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이젠 라캉이 자연스럽게 어떤 유용한 도구로, 이러한 접근을 다시 한번 부추기는 것 같다.

마르틴 졸리의 <영상 이미지 읽기>는 얇은 책이긴 하지만, 이미지 기호에 대한 이론과 실제 분석까지, 하나의 과정을 담은 실용적인 책이다. 뒤에 참고문헌에는 달랑 책 이름만 있는 게 아니라, 간략하게 책의 특성을 설명, 초보자들에게 선택의 길잡이도 한다. 마르틴 졸리의 책은 이것 말고 동문선에서 나온 <이미지와 기호>도 있다. 

 

 

 

 

 

<남자를 보는 시선의 역사>는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보던 대상-여자에서 (반대로 전환만 하면 그뿐인) 남자라는 대상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룬 것이지만, 이러한 전환을 생각해낸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봐서도 매우 힘들었음을 알 수 있다.

 

 

 

 

여성과 미술에 대한 책들은 페미니즘 시각 등을 통해서 자주 다루어지고 있다.

 

 

 

 

 

 

 

 

미디어가 과거와 달리 비약적인 변화를 보이게 되면, 그 아찔한 격차 만큼 어떤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것이 예술과 화학 반응을 한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렇게 변화가 왕성한 시기(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 그것들을 몸소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메뉴얼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험 정신이 붙게 되고, 이것이 흡사 '실험 정신'이라는 칭송을 듣게도 한다. <뉴미디어 아트>란 바로 그러한 첨단 미디어가 예술에 흘러 들어가 여태 보지 못한 새로운 섬광(이미지)을 연출하는 모습들이 담긴 책으로 보인다. 

이젠 너무도 유행에 뒤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것이 책방에 떠돌고 있다. 이 사조가 한때는 젊은 두개골을 바싹 긴장시켰던 적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한 차이를 마치 도식처럼 암기하던 사람들도 있었을테고, 너무도 극단적인 외침들도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에 핑계를 대가면서 그칠 줄 모르는 사유의 광란을 즐기기도 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잠잠하고 아무도 건드려주지 않는 이 시기에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군불 지피기는 어떨까?

 

 

 

 

 

 

<이성의 파괴>

 

 

잠깐 잊고 있었던, 루카치.. 전에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와 <이라크>를 읽으면서 "맞아! 루카치가 있었지"라며 속으로 중얼거리던 기억이 난다. <역사와 계급의식>은 판을 거듭하면서 여전히 살아 있는 그의 책이고, <이성의 파괴>도 그 도도한 제목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 다만 <청년 헤겔>과 <레닌>, <영혼의 형식>, <미와 변증법> 같은 책들은 보이질 않는다.  하여튼 루카치에 대한 약간의 불씨에 자극을 받아 찾아보니까, <루카치 미학>이란 4권짜리 책이 눈에 띈다. 나는 '미메시스'라는 말이 들어가면 약간 지적 흥분을 느끼는데, 1, 2, 3권에 걸쳐 이 '미메시스'가 퍼져 있다. 어서 이 책부터 차근 차근 모아야겠다.

 

-DVD-

스탠리 큐브릭

 

 

 

 

 

 

 

 

스탠리 큐브릭의 박스세트(Stanley Kubrick Collection)가 곧 나올 모양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후기 작품인 <2001 : A Space Odyssey, 1968>부터 실린 거 같은데, 구태여 이 감독의 영화들에 대해 "봐야 한다, 이것만을 피해야 한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킬링>은 큐브릭의 초기 영화에 속한다. 나는 여태  <킬러스 키스 ,1955>를 맨 처음 영화로 알았는데, 찾아보니까 그 전에 <공포와 욕망 ,1953>이 있다. <공포와 욕망>에 대해선 금시초문인지라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하여튼 큐브릭 감독은 <영광의 길>에서 마이클 더글러스의 아버지인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와 만나면서 뭔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커크 더글러스를 주연으로 대작 영화 <스파타커스 , 1960>를 만들었는데, 영화는 지금봐도 상당히 잘 만든 영화지만, 정작 감독 본인은 그렇게 좋아하질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커크 더글러스에게 있다. 아무래도 힘과 돈이 있는 배우라서 간섭이 심했다고 하는데, 이를 계기로 큐브릭 감독은 그 후에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의 독자적인 힘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영화 만드는 걸 꺼려했다고 한다. 하여튼 이 영화에서, 수많은 전투병들이 열을 맞추어 진을 짜는 풍경은 다른 데서는 보기 힘든 광경 중 하나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1964>는 대단히 현대적인 시각이 깃든 영화로써, 그의 독특한 영화적인 풍자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하늘에서 추락하는 카우보이는 압권이다. 거대하고 지루한 우주 묵시록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최근 <썬샤인>에도 그 영향력을 확인 할 수 있고, 너무도 유명한 그의 대표작 <시계태엽 오렌지>의 엽기성은 카메라의 과감한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안에서의 '빛(조명)'에 대한 실험적인 탐구가 돋보였던 <배리 린든>과 미친 아버지와 복도의 피바다가 인상적인 <샤이닝>도 빼놓을 수 없는 큐브릭의 영화다. <폴 메탈 쟈켓>은 더 한층 현대적인 영화의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렇게 빼어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즈 와이드 샷>도 그러한 주제나 분위기는 다른 영화에서도 맛볼 수 있기에, 약간 시기적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무거운) 잔영을 남기기엔 불리했다고 보여진다.  

하여튼 그가 누구인가? 스탠리 큐브릭..  이렇게 건성 건성 그의 영화를 건드리기엔 너무도 탁월한 감독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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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든 뭐든 대체로 풍성했던 추석도 지나고, 다시 평상의 시간이 이 짙은 밤을 넘기면 찾아 올 것이다. 며칠 동안 배는 팽팽하게 계속 채웠지만, 머리와 마음, 그리고 몸은 게으른 리듬으로 흘러 들어갔었다. 맥주도 많이 마셨고..  이젠 또 여러모로 긴장된 일들을 마주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난케 출판사에서  무게감 있는 정신분석학 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조엘 도르의 임상에 관한 책들을 통해서 라캉(그리고 프로이트)에 대한 좀 새로운 맛(접근)을 보여줬는데, 이번에 '아난케 정신분석 총서 5'로 <강박증: 의무의 감옥>이 나왔다. 이 책 역시도 홍준기 씨가 번역했는데, '강박증'에 대한 깊이감 있는 내용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알라딘에는 같은 총서 시리즈 4권에 해당하는 <멜라니 클라인 정신병 모친살해 그리고 창조성>이 보이질 않는다.

 

 

 

 

 

 

 

 

<프로이트 예술미학>은 문학과 예술 등에 관한 프로이트의 생각과 그의 정신분석학과 관련지어 서술된 책이다. 역시 프로이트와 깊은 관련이 있는(그러나 진전된 논의로 우리가 알 만한 사람으론 멜라니 클라인) '대상관계 이론(Object Reatons Theories)'에 대한 책들도 보인다. 유아 성장 과정에서 대상(타자, 특히 엄마)과의 관계성에 주목한 이론인데, 결국 개인 내면의 독자적인 구성력보다 타자들의 이미지, 힘에 의한 영향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라는 책이 그렇게 어렵지 않게, 기본적인 이론과 실제에 대해서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대상관계 이론과 정신병리학>은 좀더 세부적으로, 대표적인 학자들의 연구을 중심으로 꾸며진 책이다.

 

 

 

 

 

 

<액션 시어터>는 독특한 책이다. 무대 위에서의 '즉흥 몸짓'과 관련해서 그러한 것들을 산발적이지 않게 모아서 개념으로 묶어 엮은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책인지는 감이 오지 않는다.     <열린 예술작품>에서 에코의 비판적인 미학 냄새(아방가르적인 것도 포함해서)를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기호학과 정보이론은 물론, 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에 대한 그의 견해가 실렸다고 한다. 나는 에코의 책들이 어떤 건 재미있는 반면, 의외로 진도가 안 나가는 책들도 있는터라, 약간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위대한 영화>는 영화의 역사적인 순서로 꾸며진 책이 아니다. 그래서 왠지 지리한 시간의 순서도를 견디는 투쟁과도 비슷한 독서는 아닐 것 같다. 저자인 로저 에버트는 영화와 관련된 글로 퓰리쳐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인정받는 영화에 대한 글쓰기는 어떠한 것인지 궁금하다. 흑백 초기 영화에서부터 대중 영화에 걸친 200 편의 목록들이 눈에 우선 들어온다.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와 같은 작가주의 영화도 있는데, 이 영화를 과연 어떻게 평했을지 우선 보고 싶어진다.    지금도 우리 시대에 여린 뿌리가 박혀 있을 '전자시대?', 이때의 인간을 그럼 '전자인간'이라 부르기라도 할까?  <전자시대의 예술(Art of the electronic age)>은 '테크놀로지와 예술'에 주목한 책으로 보인다. 결국 당분간은 예술에 새로운 (첨단 과학) 기술이 적용되는 탄력이 어느 정도 유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기에 그냥 기술에 정묘한(정신적인 것들?) 살(질)들이 붙으면서 생겨난 예술에 이제는 새로운 뼈대(기술)가 이식되는 순간인가?

 

 

 

 

 

 

 

 

약 150쪽에 가까운 분량을 가진 대중들을 상대로 한 <예술 교양서 시리즈>를 찾았다. 나온 지는 몇 년이 흘렀는데, 이제야 알게 됐다. 그래도 쪽수가 많지 않음에도 목차를 보니까, 다루는 항목들은 알차고 엄선한 느낌이 난다. 나는 기회가 되면, 미술, 사진, 영화, 음악, 재즈를 다룬 걸 골라 볼 생각이다.

 

-DVD-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대단히 밀도가 높은 편이다. 빈 공간들도 그냥 빈 것이 아니라, 뭔가 표현되지 않는 잡음 형태의 입자들이 채워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두 시간 걸리는 길을 버스 안에서 서서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특전 유보트>로 유명한 볼프강 피터슨 감독의 <트로이> 확장판이 곧 나온다고 한다. 30분 정도가 추가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의 브래드 피트의 이미지는 마음에 든다.    예전에 로마 시즌 1(롬)을 거침없이 보긴 했지만, 뒤로 갈수록 처음보다 재미가 점점 줄어든단 느낌이 있었다. 요새도 케이블 TV에서 나오는데, 진한 장면들도 있는터라, 삭제나 작은 안개 출몰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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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Budda)'는 보통명사이지만, 여기서 붓다는 석가모니 부처, 즉 고따마 붓다(가우따마 붓다)를 가리킨다.

붓다의 호흡수행이 담긴 경전은 <안반수의경(佛設大安般守意經)>과 <대념처경(大念處經)>이 있다. 안반수의경은 '아나파나사티'를 한역한 것으로, '아나'는 들숨을 말하고 '아파나'는 날숨 그리고 '사티'는 집중을 뜻한다고 한다. 특히 호흡의 수를 유념하고 깊이 들어간 상태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집중하여 '보는(觀)' 수식관(數息觀)을 강조한다. 따라서 단순한 명상하고도 다르고, 정신을 잃는 망아 상태의 엑스터시하고도 차이가 있음을 알겠다.

<대녀처경(아나파나사티)>은 <안반수의>보다 더 나아간 수행으로 볼 수 있는데, '대상을 그 자체로 관(觀)'하는 것을 담고 있다고 한다. 처음을 사념처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사념처(四念處)'란 몸(身), 감각(受), 마음(心), (정신적-물질적) 대상(法)을 말한다. 그리고 번뇌, 오온 등으로 점차 확대되어(깊이 꿰뚫고 들어가는) 나가는 식이다.

 

 

 

 

                                                                      <붓다의 호흡과 명상>

이와 관련된 책으로는 대념처경을 다룬 <붓다의 호흡법 아나빠나삿띠>가 가장 눈에 띈다. 최근에 나오기도 했지만, 이론과 실제 수행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로 옮긴 김열권 씨는 예전부터 위빠사나 관련 책들을 꾸준히 소개, 번역해 오기도 했다.   <붓다의 호흡법>은 안반수의경을 해설한 책이고, <붓다의 호흡과 명상>은 두 권으로 나왔는데, 원래부터 두 권을 염두한 것 같지는 않고, 후에 추가할 것들이 생겨서 새로 한 권을 따로 내 놓은 것 같다. 여기에는 다행히 <안반수의경>과 <대념처경>이 함께 다루어진다. 나중에 나온 <붓다의 호흡과 명상 2>에는 <안반수의경> 나머지 하권을 마저 다루고, <입출식념경>도 덧붙였다.

<붓다의 호흡과 명상>은 한역을 해설한 것이기 때문에, 빨리어를 토대로 한 <붓다의 호흡법 아나빠나삿띠>나 <들숨 날숨에 마음 챙기는 공부>와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남방불교의 위빠사나도 역시 위의 경전에서 생겨난 것이고, 요새는 이러한 수행법 혹은 비슷한 것들을 우리말로 '마음챙김'이라 부르는 것 같다. 

 

 

 

 

 

 

 

 

 

 

 

 

 

 

 

-최근에도 불교 명상, 호흡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전을 쉽게 우리말로 해설한 것들도 있지만, 호흡을 통해 마음을 챙기는 방법을 설명한(가령, <들숨 날숨에 마음 챙기는 공부>) 책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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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 2007)으로 맷 데이먼'(버림받은) 특수요원 정체성 시리즈'(내 마음대로 지은 말임)는 3부작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나는 <본 슈프리머시(The Bourne Supremacy, 2004)>를 먼저 보았다. 그걸 보고 반한 나머지, 그 전에 만들어진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를 찾아서 보게 된 경우이다. 그러니까 순서대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제일 먼저 본 것이 제일 재미가 있었고, 그 다음이 <본 아이덴티티>다. 본 얼티메이텀은 어쨌든 완결을 지으려는 회귀성이 짙은 결과물로 보이는데, 그 대신 공간 스케일과 진행의 굴곡은 전편들보다는 작다.

 

 

 

 

만약 본 얼티메이텀을 그 전편들을 보지 않고 접한다면, 더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모로코(항구도시 '탕헤르')에서 거무스름한 요원과 벌이는 일대일 결투는 압권이다. 아마 이 시리즈(세편)에서 일대일 대결 장면에서 가장 긴 시간과 대등한 실력의 몸싸움을 보여줬던 것 같다. 특히 서로 맞서기 전에 허름한 주거 건물들과 빽빽한 골목에서 세 명이 쫓고 쫓는-이동 장면은 감각적인 카메라 움직임이 돋보였다.   이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자동차 추격신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특히 건물 옥상 주차장에서 뒤로 떨어지는 장면과 도로에서 벌어지는 본격적인 추격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자동차가 교각에 쭈욱 밀려가다가 공중에서 회전하며 뒤집히는 건 상당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장면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시각적인 흥분을 자극하는 것으로만 보자면, 자동차 추격 장면도 역시 본 슈프리머시가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그래픽에 의지하지 않고 도로 주행을 복잡한 연결 고리들(충돌)을 감안해서 실감나게  잘 담아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건, 단지 액션이나 고단수 첩보 영역의 비밀을 제공해서만은 아니다. 바로 주인공의 정체성-그 기억의 뿌리를 건드린다는 데 있다. 그것이, 겉으로는 그토록 강한(훈련된 육체와 정신) 그에게 어떤 인간적인 결핍을 만들어주고, 거기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무언가를 채워서 좀더 진지한 공감을 하게 된다.   관객에게 이중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것인데, 시각적인 재미, 긴장감과 더불어 주인공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더듬는 그 과정에서 쓰린 무언가를 염두해 둘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어떤 무게감도 함께 가지게 되고, 그 재미와 무게의 벌어진 사이에는 두터운 질감이 채워진다.

 

 

 

 

 

본 아이텐티티의 덕 라이먼(더그 라이만, Doug Liman) 감독은 최근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가 있고, 과거에 고(Go, 1999)라는 영화가 유명하다. 그 이후에 만들어진 시리즈에는 기획으로 참여한 것 같다.   이번 영화 본 얼티메이텀와 본 슈프리머시의 감독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블러디 선데이(Bloody Sunday, 2002)>라는 영화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유혈진압(영국군이 시위하는 시민들에게 총기를 사용)을 다룬 것으로, 비슷한 아픔을 겪은 우리에게도 공감가는 바가 있다. 이러한 배경을 잘 알려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맷 데이먼이 나온 영화들- 

우리의 멋진 친구? 맷 데이먼(Matt Damon)은 하버드에서 공부를 했었다고 한다. 요새 학력위조로 곤혹을 치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졸업은 안 한걸로 알고 있다. 다른 영화들에선, 이렇게 강하고 고독한 캐틱터를 보여주진 않았던 거 같은데, 꽤 훌륭하게 제이슨 본 역을 소화를 했다. 개인적으로 이미지가 약간 마크 웰버그(Mark Wahlberg)와 비슷해 보인다.

 

 

 

 

영화 <스쿨 타이>에서는 어려서부터 절친한 친구 벤 애플렉과 함께 나온다. 둘은 <굿 윌 헌팅>에서 같이 출연은 물론 각본을 쓰기도 했는데, 이 각본으로 아카데미에서 상을 거머쥔다. 밴 애플렉이 보기보다는 똑똑한 친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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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2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잘 읽었습니다. 본 얼티메이텀, 이번에 볼까해요^^

TexTan 2007-09-2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재미있게 보시길 바래요. 아 그리고 추석 잘 보내세요..^^
 

남부지방은 하늘에서 많은 비가 내렸다. 그리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도 거세다고 한다. 늦더위 탓에 어떤 잔여의 힘들이 이렇게 다시 기승을 부린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 중부지방의 하늘은 얌전하기만하다. 창 밖은 너무도 짙고 차분해서 진한 커피와 함께 책을 펼칠만하다. 그러나 같은 땅, 아래쪽 사람들에게 은근히 걱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스 사유의 힘은 무엇일까? 느닷없이 그리스에 전혀 새로운 사유가 솟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중동이나 이집트에서 지식의 전수가 있었다고 하는데(그래서 그 묘한 경계가 되는 '밀레투스 (학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것들이 단지 실용적인 차원뿐만이 아니라 추상으로도 뻗쳤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로써, 그리스인들은 수학과 논리학에서 체계적인 사유의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것(자체적인 수학과 논리학의 발달)이 가능했던 지역은 그리스와 인도가 유일하다고도 한다.

하여튼, 우리가 아무리 동양인이고 거기다 민족주의자라고 외친다한들, 우리 머리 속에는 어쩔 수 없이 새겨진(이식된) 서구 사유의 그림자가 꿈틀댄다. 그러니 그리스 사유는 우리에게도 (서구인들보다는 약하겠지만) 유일하진 않지만 하나의 기원이 될 수 있다. <그리스 사유의 기원>은 그러한 전 지구적으로 파급되어 있는 이성의 모델을 고안해 낸 그리스 사유를 역사라는 사실을 기초로 해서 접근한 책이다. 이쪽에서는 전문가라고 칭할 만큼, 많은 책들을 쓴 장 피에르 베르낭이 저자인데, 짝이 될 만한 <그리스인들의 신화와 자유>도 보인다. 요새는 어렵고 딱딱한 분야도 감각적인 재미를 살려서 쓴 책들이 많이 있는데, 이 책은 어떤 학문적인 무게를 가진 방식 그대로를 따른 듯이 보인다. 좋은 주제를 가진 책들을 많이 냈던 출판사 까치에서 나온 <정신의 발견>도 이와 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이다. 그러나 앞의 책보다는 좀 부드럽게 접근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나 헤시오도스, 아리스토파네스 등과 같은 문학의 시간적 발달과정을 통해서 신화적인 것, 미학적인 것 등을 추적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서사학의 입문서라고 밝히는 <서사란 무엇인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기본적인 (서사 텍스트) 이론을 통해서 문학을 해석하는 도구의 기능까지도 염두했음을 말하고 있다. 잠깐 훑어봤는데, 기본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구성이 보이고, 여백이 많은 편집이라서 300쪽에 가깝지만 읽기에 부담스러운 양은 아닌 것 같다. 최근에는 이러한 서사 이론과 영화에 관한 책들이 많이 보인다. <서사의 영상 영상의 신화>도 그러한 책이고, <영화와 소설의 서사구조>와 같은 모범이 되는 책도 있다. 이 외에도 기호학, 이데올로기와 관련해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형이상학에 대해서는 독자적이고 철저한 깊이를 가진 학자로 알려진 고 박홍규 교수의 책이 전집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에 나온 것이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강독>이다. 나도 아직 제대로 이 분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다. 오래 전에 어떤 분의 소개로 알게 되어서, 기억에만 담아두고 아직 경험을 못해봤다. 빠른 시간 안에 정직한 독서로 그 깊이를 챙겨야겠다.

 

 

 

 

오랜만에 데리다와 관련된 책이 보인다. <T.S. 엘리엇과 쟈크 데리다>인데, 제목처럼 엘리엇과 데리다가 두 줄기를 이루는 책이라기보다는 해체비평을 통해서 엘리엇을 접근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은 저자가 기존의 비트겐슈타인 책들과 달리 더욱 그의 독특한 논리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 같다. 제목이 같은 <언어의 시간>이 두 권 보인다. 볼프강 클라인의 책은 말 그대로 언어의 시간표현-시제에 관한 전문적인 책으로 보이고, 다른 책은 소쉬르 언어학을 중심으로 훗설과 라캉의 문제까지도 다룬다.

 

 

 

 

 

<한국 철학의 역학적 조명>은 역학의 관점을 통해서 한국 철학을 재구성하려는 책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부분적으로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정말 하나의 뼈대로 꽂는 모양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읽어 볼 생각이다. <역과 탈현대의 논리>와 <수운과 화이트헤드>는 김상일 교수의 책들이다. 김상일 교수는 예전부터 서로 다른 영역의 접붙이기식 책들을 써왔다. '한'철학으로도 유명하며, 화이트헤드에 관한 책을 우리나라에서 이른 시기에 다루기도 했다(동양철학과 과정신학과 관련하여). 그리고 현대물리학(양자역학, 불확정성 원리, 카오스 이론, 퍼지 이론)이나 '판비량론'을 통해 원효와 괴델에까지 그 지식의 영역은 상당히 넓어 보인다. 요새는 전문적이고 두꺼운 분량의 책들이 나오는데, 일반 독자들이 쉽게 감당할 주제는 아닌 것 같다. 수운에 대해서는 도올(그도 역시 주역이나 화이트헤드에 큰 관심이 있다. 다만 과학쪽엔 약한? 편이다)도 큰 관심을 보였던 인물인데, 이번에 나온 김상일 교수의 <수운과 화이트헤드>는 (주제) 접근으로만 보자면, 매우 독창적으로 보인다.  동학, 기철학, (화이트헤드의) 창조성과 과정신학 그리고 시스템 과학의 '맴돌이'의 적용도 살짝 보인다.

 

 

 

 

 

로렌스 M. 크라우스는 <스타트렉의 물리학>과 <스타트렉을 넘어서>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스타 트렉의 우주선(엔터프라이즈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물리학을 적용해서 풀어 낸 이야기인데(그것이 과연 가능한가?식으로), 그냥 심심풀이로 볼 정도로 쉬운 책은 아니다. 올해 나온 <거울 속의 물리학>은 '차원'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룬 책인데, 역시나 기발하게도 플라톤, 피카소, 끈이론에 걸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초공간>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치오 가쿠<아인슈타인을 넘어서>도 한번 눈여겨 볼 책으로 보인다. <초공간>은 끈이론에 대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그리고 양자역학의 어긋난 대비와 결국 그 누구도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는 엇갈림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아인슈타인을 넘어서>는 <초공간> 전에 쓰여진 책인데, 역시 이쪽 분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실려 있다. 그외 <평행우주>나 브라이언 그린의 책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최근에 지젝이 지은 <HOW TO READ 라캉>의 4장 '실재의 수수께끼'도 <초공간>을 읽었다면 좀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뇌과학에 관한 <새로운 뇌>는 대중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로 엮은 책으로 보인다. 우리와 가까운 문제들을 중심으로 풀어 낸 것이라서 가볍게, 그러나 쏠쏠한 정보들도 얻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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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은 강한 동성애 코드가 있지만, 이상하게 왜곡된 과잉의 열정이 지독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프랑스 흑백 고전으로 유명한 <금지된 장난>은 영화로도 음악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하도 오래전에 본 영화라 가물거리긴 하지만, 어떤 이미지 하나는 애매하게 늘 머리 속에 저장된 영화이기도 하다. <차탈레 부인의 사랑>은 <개인 교수>와 함께 소년들에게는 이쪽 분양의 양대산맥과도 같은 작품?으로 통한다. <개인 교수>는 지금 보면, 살짝 웃기기까지 하는데, 에로 영화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O의 이야기>는 문제작 중 하나다. 단순한 에로 영화가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새롭게 살펴 볼만한 것들이 있다. 나중에 시리즈로도 계속 만들어지는데, 그것들은 굳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흥미로운 다큐 시리즈 <고대 성경의 비밀>도 흥미를 돋운다. 총 6편인데, 여기서 제2편 바벨탑과 소돔과 고모라가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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