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든 뭐든 대체로 풍성했던 추석도 지나고, 다시 평상의 시간이 이 짙은 밤을 넘기면 찾아 올 것이다. 며칠 동안 배는 팽팽하게 계속 채웠지만, 머리와 마음, 그리고 몸은 게으른 리듬으로 흘러 들어갔었다. 맥주도 많이 마셨고..  이젠 또 여러모로 긴장된 일들을 마주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난케 출판사에서  무게감 있는 정신분석학 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조엘 도르의 임상에 관한 책들을 통해서 라캉(그리고 프로이트)에 대한 좀 새로운 맛(접근)을 보여줬는데, 이번에 '아난케 정신분석 총서 5'로 <강박증: 의무의 감옥>이 나왔다. 이 책 역시도 홍준기 씨가 번역했는데, '강박증'에 대한 깊이감 있는 내용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알라딘에는 같은 총서 시리즈 4권에 해당하는 <멜라니 클라인 정신병 모친살해 그리고 창조성>이 보이질 않는다.

 

 

 

 

 

 

 

 

<프로이트 예술미학>은 문학과 예술 등에 관한 프로이트의 생각과 그의 정신분석학과 관련지어 서술된 책이다. 역시 프로이트와 깊은 관련이 있는(그러나 진전된 논의로 우리가 알 만한 사람으론 멜라니 클라인) '대상관계 이론(Object Reatons Theories)'에 대한 책들도 보인다. 유아 성장 과정에서 대상(타자, 특히 엄마)과의 관계성에 주목한 이론인데, 결국 개인 내면의 독자적인 구성력보다 타자들의 이미지, 힘에 의한 영향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라는 책이 그렇게 어렵지 않게, 기본적인 이론과 실제에 대해서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대상관계 이론과 정신병리학>은 좀더 세부적으로, 대표적인 학자들의 연구을 중심으로 꾸며진 책이다.

 

 

 

 

 

 

<액션 시어터>는 독특한 책이다. 무대 위에서의 '즉흥 몸짓'과 관련해서 그러한 것들을 산발적이지 않게 모아서 개념으로 묶어 엮은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책인지는 감이 오지 않는다.     <열린 예술작품>에서 에코의 비판적인 미학 냄새(아방가르적인 것도 포함해서)를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기호학과 정보이론은 물론, 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에 대한 그의 견해가 실렸다고 한다. 나는 에코의 책들이 어떤 건 재미있는 반면, 의외로 진도가 안 나가는 책들도 있는터라, 약간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위대한 영화>는 영화의 역사적인 순서로 꾸며진 책이 아니다. 그래서 왠지 지리한 시간의 순서도를 견디는 투쟁과도 비슷한 독서는 아닐 것 같다. 저자인 로저 에버트는 영화와 관련된 글로 퓰리쳐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인정받는 영화에 대한 글쓰기는 어떠한 것인지 궁금하다. 흑백 초기 영화에서부터 대중 영화에 걸친 200 편의 목록들이 눈에 우선 들어온다.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와 같은 작가주의 영화도 있는데, 이 영화를 과연 어떻게 평했을지 우선 보고 싶어진다.    지금도 우리 시대에 여린 뿌리가 박혀 있을 '전자시대?', 이때의 인간을 그럼 '전자인간'이라 부르기라도 할까?  <전자시대의 예술(Art of the electronic age)>은 '테크놀로지와 예술'에 주목한 책으로 보인다. 결국 당분간은 예술에 새로운 (첨단 과학) 기술이 적용되는 탄력이 어느 정도 유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기에 그냥 기술에 정묘한(정신적인 것들?) 살(질)들이 붙으면서 생겨난 예술에 이제는 새로운 뼈대(기술)가 이식되는 순간인가?

 

 

 

 

 

 

 

 

약 150쪽에 가까운 분량을 가진 대중들을 상대로 한 <예술 교양서 시리즈>를 찾았다. 나온 지는 몇 년이 흘렀는데, 이제야 알게 됐다. 그래도 쪽수가 많지 않음에도 목차를 보니까, 다루는 항목들은 알차고 엄선한 느낌이 난다. 나는 기회가 되면, 미술, 사진, 영화, 음악, 재즈를 다룬 걸 골라 볼 생각이다.

 

-DVD-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대단히 밀도가 높은 편이다. 빈 공간들도 그냥 빈 것이 아니라, 뭔가 표현되지 않는 잡음 형태의 입자들이 채워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두 시간 걸리는 길을 버스 안에서 서서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특전 유보트>로 유명한 볼프강 피터슨 감독의 <트로이> 확장판이 곧 나온다고 한다. 30분 정도가 추가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의 브래드 피트의 이미지는 마음에 든다.    예전에 로마 시즌 1(롬)을 거침없이 보긴 했지만, 뒤로 갈수록 처음보다 재미가 점점 줄어든단 느낌이 있었다. 요새도 케이블 TV에서 나오는데, 진한 장면들도 있는터라, 삭제나 작은 안개 출몰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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