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 2007)으로 맷 데이먼의 '(버림받은) 특수요원 정체성 시리즈'(내 마음대로 지은 말임)는 3부작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나는 <본 슈프리머시(The Bourne Supremacy, 2004)>를 먼저 보았다. 그걸 보고 반한 나머지, 그 전에 만들어진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를 찾아서 보게 된 경우이다. 그러니까 순서대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제일 먼저 본 것이 제일 재미가 있었고, 그 다음이 <본 아이덴티티>다. 본 얼티메이텀은 어쨌든 완결을 지으려는 회귀성이 짙은 결과물로 보이는데, 그 대신 공간 스케일과 진행의 굴곡은 전편들보다는 작다.
만약 본 얼티메이텀을 그 전편들을 보지 않고 접한다면, 더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모로코(항구도시 '탕헤르')에서 거무스름한 요원과 벌이는 일대일 결투는 압권이다. 아마 이 시리즈(세편)에서 일대일 대결 장면에서 가장 긴 시간과 대등한 실력의 몸싸움을 보여줬던 것 같다. 특히 서로 맞서기 전에 허름한 주거 건물들과 빽빽한 골목에서 세 명이 쫓고 쫓는-이동 장면은 감각적인 카메라 움직임이 돋보였다. 이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자동차 추격신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특히 건물 옥상 주차장에서 뒤로 떨어지는 장면과 도로에서 벌어지는 본격적인 추격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자동차가 교각에 쭈욱 밀려가다가 공중에서 회전하며 뒤집히는 건 상당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장면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시각적인 흥분을 자극하는 것으로만 보자면, 자동차 추격 장면도 역시 본 슈프리머시가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그래픽에 의지하지 않고 도로 주행을 복잡한 연결 고리들(충돌)을 감안해서 실감나게 잘 담아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건, 단지 액션이나 고단수 첩보 영역의 비밀을 제공해서만은 아니다. 바로 주인공의 정체성-그 기억의 뿌리를 건드린다는 데 있다. 그것이, 겉으로는 그토록 강한(훈련된 육체와 정신) 그에게 어떤 인간적인 결핍을 만들어주고, 거기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무언가를 채워서 좀더 진지한 공감을 하게 된다. 관객에게 이중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것인데, 시각적인 재미, 긴장감과 더불어 주인공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더듬는 그 과정에서 쓰린 무언가를 염두해 둘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어떤 무게감도 함께 가지게 되고, 그 재미와 무게의 벌어진 사이에는 두터운 질감이 채워진다.
본 아이텐티티의 덕 라이먼(더그 라이만, Doug Liman) 감독은 최근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가 있고, 과거에 고(Go, 1999)라는 영화가 유명하다. 그 이후에 만들어진 시리즈에는 기획으로 참여한 것 같다. 이번 영화 본 얼티메이텀와 본 슈프리머시의 감독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는 <블러디 선데이(Bloody Sunday, 2002)>라는 영화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유혈진압(영국군이 시위하는 시민들에게 총기를 사용)을 다룬 것으로, 비슷한 아픔을 겪은 우리에게도 공감가는 바가 있다. 이러한 배경을 잘 알려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맷 데이먼이 나온 영화들-
우리의 멋진 친구? 맷 데이먼(Matt Damon)은 하버드에서 공부를 했었다고 한다. 요새 학력위조로 곤혹을 치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졸업은 안 한걸로 알고 있다. 다른 영화들에선, 이렇게 강하고 고독한 캐틱터를 보여주진 않았던 거 같은데, 꽤 훌륭하게 제이슨 본 역을 소화를 했다. 개인적으로 이미지가 약간 마크 웰버그(Mark Wahlberg)와 비슷해 보인다.
영화 <스쿨 타이>에서는 어려서부터 절친한 친구 벤 애플렉과 함께 나온다. 둘은 <굿 윌 헌팅>에서 같이 출연은 물론 각본을 쓰기도 했는데, 이 각본으로 아카데미에서 상을 거머쥔다. 밴 애플렉이 보기보다는 똑똑한 친구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