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기 전에 작가 연보를 읽는 오래된 버릇이다. 작가와 작품을 인과관계로서만 이해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작품을 이해할 작가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 것에도 끌리지 않는다. 작품은 작가에게서 나와 스스로의 길을 찾아 떠나지만, 작품을 작가가 낳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메리 셸리 연보 , 메리의 삶이다. 



1801


윌리엄 고드윈이 메리 제인 클레어몬트를 만나 재혼함. 계모는 아버지와 특별한 유대관계에 있던 메리를 질시해 사생활을 침범하기 일쑤였고, 자신의 제인 클레어몬트는 기숙학교로 유학을 보내면서 메리는 방치함. 따라서 메리는 가정교사였던 루이자 존슨에게서 글을 배우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독학함.



1806


... 윌리엄 워즈워스, 찰스 , 토머스 홀크로프트, 윌리엄 해즐릿 당대 최고의 사상가들이 나누는 대화를 어깨너머로 들으며 지적인 성장을 일구어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윌리엄 고드윈과 결혼하면서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패니 임레이를 데리고 오는데, 메리 셸리 출산 직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산욕열로 사망한다. 윌리엄이 메리 제인 클레어몬트와 재혼해서 제인 클레어몬트를 얻었으니, 윌리엄에게는 딸이 셋이다. 중에서도 윌리엄은 메리 셸리에게 각별한 마음이 있었던 하다. 계모는 바로 이유 때문에 메리 셸리를 미워했는데, 그래서 자신의 제인 클레어몬트는 기숙학교로 보내고 메리 셸리는 집에 남겨 방치한다. 메리 셸리는 가정교사를 통해 글을 배우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독학을 한다.  



메리 제인 클레어몬트가 전혀 이해 되는 아니다. 결혼을 했는데, 남편에게는 딸이 둘이나 있다. 같은 엄마, 다른 아빠를 아이들이다. 남편은 자신이 낳은 제인보다 아이에게 신경을 쓰는 듯한데, 메리에게 각별하다. 메리는 영특하고 예쁘다. 그녀는 메리가 밉다. 



메리 제인 클레어몬트가 자신의 딸만 기숙학교로 유학을 보냈을 때는, 제인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을 것이다. 좋은 환경,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하리라, 아름답고 지적이며 당당한 숙녀로 성장하리라 고대했을 것이다. 제인이 기숙학교로 것과는 달리, 메리는 집에 머물며 가정교사와 시간을 보낸다. 시간은 남고, 혹은 시간이 남아 돈다. 메리는 아버지의 책을 읽는다. 그리고는 아버지 친구들의 대화를 어깨너머로 듣는다. 어깨너머로 듣는데 말하는 사람들이 당대 최고의 사상가들이다. 어깨너머로 들으니 당연 무료다. 



제인이 다녔던 기숙학교와 기숙학교 선생님들을 무시하는 아니지만, 제인이 다녔던 학교의 선생님들은 기숙학교에서 가르칠 정도의 교양과 지식을 가졌을 것이다. 정도, 그만큼의 선생님들이다. 어쩌면, 기숙학교는 당시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생각, 몸가짐, 습관을 학습하는신부 학교였을지도 모르겠다. 제인은, 엄마의 열심으로, 당대 최고 사상가들의 친구인 아버지를 떠나 여기 기숙학교에 있다. 메리는 새엄마의 질시 때문에 원하는 교육, 당시 여성이 받을 있는 최고, 최상, 최선의 교육을 받지 했다. 그냥 집에서 책이나 읽고 있을 밖에 없다. 그런데, 그녀가 있는 서재는, 당대 최고의 사상가들이 놀러 오는 사람의 서재다. 여성으로서의 제약이 제일 느슨한 지점에 그녀가 있다. 주인의 . 메리는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지적으로 자극 받았을 것이다. 



메리 셸리의 삶이 행복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테고, 새엄마도 메리 셸리를 예뻐했다면 좋았을 테다. 새엄마가 메리와 윌리엄 부녀 사이를 질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테고, 메리 셸리도 기숙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처의 딸이자 눈엣가시 같은 메리 셸리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집에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는데, 오히려 메리 셸리는 최고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어 버렸다. 

 


당시로서는 불행 혹은 불편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나중에는 좋은 것이 되어 돌아왔다. 최선의 것을 선택했더라면, 많이 행복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했고 아무튼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시간들이 좋은 것으로 변했다. 어쩌면 메리 셸리의 삶은 이런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힘든 시간들은프랑켄슈타인』이라는 좋은 결실로 손에 돌아왔다. 적어도 내게는 해피엔딩이라 한다면, 나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인 걸까. 



작가 연보를 읽으면 해피해지고, 

작가 연보를 읽고 나면 해피 엔딩이 된다. 

작가 연보 해피 엔딩. 








댓글(4) 먼댓글(1)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다락방의 미친 여자] 메리 셸리와 일기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1-22 17:51 
    꼭 작가의 생애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작가의 삶과 그의 작품이 맺을 수밖에 없는 관계를 고려할 때, 작가의 삶은 작품을 읽어갈 때 주요한 나침반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2개월 특별 프로젝트인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은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읽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긴 그 책만 그런 건 아니고, 실패를 인정하고 오늘 반납해버린 『실낙원』 2권이 그렇고, 65%에 머물러 있는 『교수』가 그렇고
 
 
2018-03-29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9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3-29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기억이 나서 바로
유투브로 찾아 봤습니다.

괴물이 닥터 프랑켄슈타인에게 한 번이라도
(창조의 결과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느냐는
질문이 압도적이네요.

연초에 한 번 읽어 보겠다고 하고서 사두고
는 아직까지도 못 읽고 있네요.

단발머리 2018-03-29 17:21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의 토니 모리슨 리뷰 잘 보고 있어요. 전 <술라> 하나 읽고 미뤄두고 있는데, 레삭매냐님 리뷰 볼 때마다
토니 모리슨이 호출됩니다.ㅎㅎㅎㅎ

괴물의 독백을 들을 때마다 전 괴물보다 프랑켄슈타인이 더 밉더라구요.
괴물의 질문은 정말 압도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