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6-7군데를 10년 이상 다니면서 한 번 정도 있었던 비상사태, 책 분실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도서관 책이라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책을 주문했다. 새 책을 만난 기념으로 읽어주는 센스.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이만하면 역사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왜 멘델레예프의 생애에 그토록 큰 흥미를 느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기율표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그의 생애를 기억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멘델레예프의 업적은 다윈이 진화론에서 세운 업적이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서 세운 업적과 비교할 만하다. 이들 중 누구도 그 모든 연구를 혼자서 다 하진 않았지만, 거의 모든 연구를 했고, 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우아하게 했다. 이들은 그 연구 결과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뻗어나갈지 볼 수 있었고, 많은 증거로 자신의 발견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다윈처럼 멘델레예프도 자신의 연구 때문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보지도 않은 원소들에 이름을 붙인 것은 주제넘은 짓이었고, 그럼으로써 분젠의 지적 후계자를 분노케 했다. 그 사람은 ‘에카알루미늄’을 발견했는데, 그 원소를 발견한 공로와 이름을 붙일 권리는 과격한 그 러시아인이 아니라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72쪽)
천재는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생각한다. 천재들은 그 모든 연구를 혼자서 다 하진 않지만, 거의 모든 연구를 했고, 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우아하게 했다는 것. 혼자서 다 이룬 건 아니지만, 혼자서 거의 모든 부분들을 섭렵했다는 것. 연구의 결과들을 예측하고, 증거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는 것.
혼자서 다 한 건 아니지만, 거의 모든 부분을 손대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우아하게 해내다.
천재들은 그렇단다. 천재들은 혹은 천재들이란... 한숨 한 번.
옛날하고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중학교에 들어가니 ‘필독도서’라는 게 있었다. 3월 지정도서가 『안네의 일기』였고, 4월 지정도서는 한국단편 「감자」와 「배따라기」였다. 『안네의 일기』는 유태인의 암울함이 구체적으로 상상되지 않아 생각보다 무겁지 않게 읽어냈지만, 「감자」와 「배따라기」는 읽기 힘들었다. 일제의 수탈이 본격화, 가시화 되면서 고단해진 민중들의 삶이, 여인네들의 삶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아, 나는 그 때부터 한국 문학을 무서워하게 됐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리얼해서.
딸롱이 학교에서는 국어 수행 평가와 독서 골든벨, 독서 토론, 독서 논술 대회의 책을 겹치게 해서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몇 권의 책을 ‘필독’하게 했는데, 아래의 책들이 대상 도서다.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1,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2, 오늘의 민수
아몬드,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박사가 사랑한 수식
다른 책은 잘 모르겠지만, 『아몬드』를 읽고 나서는 엄마도 꼭 읽으라, 여러 번 권했다. 반 친구들도 『아몬드』가 재미있다고, 선생님이 책을 잘 정했다고 저희들끼리 이야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교 수행 평가로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책이 재미있다면 책 선정이 정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딸롱이에게는 「감자」와 「배따라기」의 아픔이 없을거라 예상된다.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1년 전쯤, 1년 정도 요가를 다녔는데, 정말/정말/정말 하기 싫은 것을 친한 언니가 접수해 주는 바람에 다니게 됐다. 요가를 다니면서는 내내 말하기를, 만약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된다면 그 운동은 요가일 거라고, 내게 제일 잘 맞는 운동은 요가라고 말하고 다녔다. 언니가 멀리 이사가는 바람에, 접수를 안 해 줘서, 혼자 다닐 수 없어서,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겸사겸사 나도 요가를 그만뒀다.
5월에는 야심차게 아파트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3개월 동안 10회를 채우지 못 했다. 그러던 중, 이런 신기한 앱을 발견하게 됐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Nike Training Club.
틈만 나면 빠지고, 여러 명이 하는 수업이라 동작도 대충대충 배웠지만 그래도 1년을 배워서 그런가. 몇몇 동작은 따라할 정도는 된다. 그래서 토요일부터 밤 9시가 되면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헬스장 다닐 때 입으려고 산 아디다스 운동복을 꺼내 입고, 요가를 한다. 토요일에는 <스트레칭 및 플로우 요가>를 15분을 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사바사나 자세를 취해버렸고, 어제는 <리치 앤 리차지> 28분을 그나마 무사히 마쳤다.
책 이야기 하다가 요가 이야기 하니 조금 이상한가. 요가를 열심히 해서 더 건강한 내가 되어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이렇게 마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