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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신간이 나온다고 다 찾아 읽지는 않는데, 이번 신간은 유독 눈길이 간다. 집 근처 도서관을 검색해보니 모두 <대출중>인 데다가, 허용인원 초과라 읽을 날짜를 가늠할 수 없다. 기다릴 수 없어 주문했다.
“ ... 전 누구나 인생에서 그렇게 대담한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포인트가 찾아오면 재빨리 그 꼬리를 붙들어야 합니다. 단단히 틀어쥐고, 절대 놓쳐서는 안 돼요. 세상에는 그 포인트를 붙들 수 있는 사람과 붙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다 도모히코 씨는 전자였죠.”
대담한 전환. 그 말을 듣자 문득 <기사단장 죽이기>의 광경이 떠올랐다. 기사단장을 찔러 죽이는 청년. (175쪽)
대담한 전환. 이라는 말을 듣자 나는 하루키의 삶이 생각났다. 대담한 전환의 시기에 그 꼬리를 붙들고, 단단히 틀어쥐고, 절대 놓치지 않아 소설가가 되었다. 오늘에도 소설을 쓰는, 팔리는 소설을 쓰는, 소설 때문에 독자를 줄 세우는 그런 소설가가 됐다.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틀고, 알라딘 샤르트르 글라스에 오미자를 한 잔 따르고, 얼음을 동동 띄우고, 군옥수수맛 꼬깔콘을 꺼낸다.
하루키 읽을 준비 끝.
2017 여름,의 중간쯤이라고 할 때,
현재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