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다. 그게 내 결론이다.
성매매의 본질을 흐리는 여러 논의를 안드레아 드워킨은 실로 간단하게 깨부순다.
우리가 기본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성매매란 무엇인가? 섹스를 목적으로 남성이 여성의 몸을 이용하는 것이다. 구매자는 돈을 내고 원하는 걸 한다. 성매매가 진정으로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에서 멀어지는 순간 관념의 세계로 옮겨간다. 기분 좋게 더 나은 시간을 보내며 재밌는토론을 하겠지만 결국 토론하는 건 관념이지 성매매가 아니다. 성매매는 관념이 아니다. 성매매는 입, 질, 항문이고, 주로 남성 성기, 때로는 손, 때로는 물건들이 삽입되는데 한 구매자에 이어 다음 그리고 그다음 그리고 그 다음 그리고 그다음 구매자에 의해 계속된다. 그게 성매매다. (- 안드레아 드워킨", 『성매매와 남성우월주의』, <페이드포>, 292쪽)
성매매는 입, 질, 항문이다. 성매매의 근본은 여기에 있다. 남성의 욕구, 가장 동물적이고 근원적인 욕구를 위해 여성의 몸을 사용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노동 혹은 노동의 결과물이 아니라, ‘몸’을 ‘직접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성매매는 다른 어떤 인간의 경제 행위와 구별되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성매매에 나섰던 여성의 인간성은 훼손을 당한다.
성매매에 발을 디디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다. 이 세상 어떤 사람도 ‘돈’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성매매를 통해 여성에게 지급되는 ‘돈’은 파괴적인 성행위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지옥 같은 현실에서 성매매 여성이 탈출할 수 없도록 막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 된다. <레이디 크레딧>을 읽고 요약해 두었던 글을 가져온다.
부채 조절 과정을 통해 여성들은 교환 가능한 몸, 즉각적으로 화폐화 가능한 몸을 갖게 되었다. 여성들은 급하게 빌린 고리의 부채를 갚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나를 믿고 빌려준 돈을 모른 척할 수 없으며, 남의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는 ‘부채의 도덕률’에 의거, 여성들은 자신이 빌린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의 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다. 포주와의 억압적, 폭력적 관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여성 몸의 ‘증권화’를 통해 합법적인 금융 활동을 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몇 겹의 부채에 대한 ‘담보물’이 되어 성매매 산업 안에 더욱 중층적으로 결박당하고 영영 탈출할 수 없게 된다. (<레이디 크레딧>, 393쪽)
돈 때문에 시작할 일을 돈 때문에 그만둘 수 없을 때, 성매매 여성은 영영 그 지옥을 탈출하지 못한다. 몸과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품고, 사회에서 완벽하게 유리된 채, 더러운 욕망의 제물이 된다. 성산업은 이런 여성들, 젊은 여성들을 계속 필요로 한다. 어쩌면, 이 사회가 이런 여성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의 더러운 욕망과 부의 축적을 위해.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복지 사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논리인데, 아주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 국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다시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 국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외적의 침입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거기까지인가. 그게 다인가. 물론 통신 기술의 발달로 국가의 기능이 심각한 수준으로 비대해지고, ‘감시 사회’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의해야겠지만, 그건 이번 논의와는 좀 별개로 하고. 내가 궁금한 건, 개인의 삶에서 국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개인의 삶이 현재 뿐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도 예측가능하도록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교육, 주거, 의료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문제는 부의 재생산과 증여와 상속, 수도권 과밀화 등의 문제와 얽혀있어서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여러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과 경기권의 아파트 값의 미친 폭등을 잠재우지 못했다. 부동산으로 돈 벌겠다,는 사람들의 욕망 앞에서 국가 정책은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가하기는 하다. 능력 있는 정부가 묘책을 내놓아 ‘부의 재분배’ 방향으로 끈기 있게 밀고 나가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건강 보험은 이미 전 세계적인 수준이다. K-장녀이며 큰며느리이기도 한 내가 특별히 감동 받은 지점은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요양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부담하는 부분이다. 부모를 돌보는 일은 자식의 당연한 도리이지만,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는 일에 국가도 함께할 수 있다. 당연히, 함께 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처럼, 부모님을 돌보는 일도, 나의 일이며 또한 이 사회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다시 기본소득.
추운 거리를 방황하지 않아도 되고, 안전한 거처가 있었다면, 그 남자친구가 절망적인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레이첼 모랜을 속이지 않았다면, 레이첼 모랜이 성매매에 나서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돈, 아주 적은 돈만 있어도 ‘성매매’라는 온 사회가 비난하면서도 수요가 항상 넘치는 성산업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여성은 없을 거라는 뜻이다. 아주 적은 돈, 일정하게 지급되는 아주 적은 돈이, 튼튼하게는 아니더라도, 사회의 마지막 ‘안전망’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성매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채팅앱을 통해 가출 청소년들에게 접근할 때, 일정 시간 채팅앱에 들어온 아이들에게 커피 쿠폰, 케잌 쿠폰을 보내 주는데, 그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유인 요소’가 되는지를 설명한다. 지금 당장 머물 곳이 없어서 찜질방, 피씨방을 떠도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커피 쿠폰, 케잌 쿠폰. 성매매와 관련된 또 다른 사항을 차치하고서라도. 돈이 필요해서, 그것도 아주 적은 돈이 필요해서 성매매에 발을 디디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마지막 ‘안전망’이 필요하고, 그 안전망의 시작점이 ‘오히려’ 기본소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일하지 않고 받는 돈’이라는 부분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이다.
결론적으로, 가부장제 착취는 여성들에게 특수하고도 핵심적인 공통 억압을 만들어낸다. 이때 억압이 '공통적'인 까닭은 이 억압이 모든 기혼 여성(시기에 상관없이 여성의 80퍼센트)에게 적용되기 때문이고, '특수’한 까닭은 가정 내 무급노동을 제공할 의무가 여성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며, '핵심적'인 까닭은 여성들이 '밖’에서 일을 할 때조차, 이들이 속한 계급은 여성으로서 겪는 착취에 의해 조건화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1: 주적>, 63쪽)
일에 대한 정의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 그 처지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의미에 대해서 정확히는 아닐지 몰라도 어렴풋하게는 안다. 나는 아이를 낳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었는데, 내가 하는 ‘일’은 일이 아니었다. 남편이 가사와 육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는 이 부분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내게 돈을 주지 않았다. 첫째는 둘째를 임신했을 때 잠깐 어린이집을 다녔고, 유치원은 1년을 다녔다. 둘째는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고, 유치원만 2년을 다녔다. 고만고만한 아이들 둘과 계속 지낸다는 게 어떤 일이라는 건, 겪어본 사람은 잘 안다. 엄마, 이모, 시어머니, 교회 언니, 교회 동생이 가까이에서 매우 자주, 매우 능동적으로 도와주는 환경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둘 다 학업과 관련된 학원에 다닌 일이 없다. 피아노와 영어를 내가 가르쳤다. 하지만, 엄마, 이모를 제외하고는 나의 이 노고를 ‘알아준’ 사람은 없었고, 나는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노는’ 사람이었다. 내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계산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수십억 명의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이웃이 서로를 보살피고, 시민들은 공동체를 조직하는데 이런 가치 있는 활동들이 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고를 전환해, 단언컨대 아이를 돌보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컴퓨터와 로봇이 모든 운전사와 은행원과 변호사를 대체하더라도 일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문제는 누가 새롭게 인정된 일을 평가하고 대가를 지불하느냐는 것이다. 6개월 된 아이가 엄마에게 봉급을 지불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부가 이 일을 떠맡아야 할 것이다. 이 급여가 가족의 기본 필요를 모두 충당할 거라고 가정하면 결국에는 보편기본소득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언가가 될 것이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72쪽)
‘일’이라 불려야 마땅하지만 ‘일’이라 불리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전업주부, 고등학교 졸업 후 새로운 진로를 찾고 싶은 20대, 밥을 먹여줘야 하는 아기를 돌보는 젊은 부부들, 새로운 취미 활동을 시작하려는 40대, 먼 나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50대 등등.... 곤경에 처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오늘을 계획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 소득’은 작은 힘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남은 건 돈 걱정이 되시겠다. 그 재원을, 다,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50조~60조원의 국세를 추가 수확하며 ‘세수 풍년’을 맞았던 정부가 1년 새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한편으로 정부가 세수 전망에서 3년 연속 10% 넘는 오차를 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며, 정부의 고장 난 세수 추계 시스템을 하루속히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10500114, 서울신문, 20230910)
양도소득세로 추가 세수를 거두었던 문재인 정부 때와는 정반대로 윤정부는 ‘세수 펑크’가 60조이다. 전방위적인 감축 예산으로 난리법석인데, 특히 과학계가 난리다. 국민 혈세로 월급 받아 먹고 살면서 6천만원도 아니고, 6억도 아니고, 60조 세수 펑크라니. 모조리 해고감이다. 이건 정희진 선생님의 오디오 매거진을 듣고 알게 된 건데.
시사저널이 단독입수한 방사청의 ‘3000억원 이상 해외 무기체계 구매 사례’를 보면,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현재(2023년 4월4일)까지 12건의 해외 무기 구매를 결정했다. 구입한 모든 무기가 미국산이다. 사업예산은 모두 18조6725억원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2017년 5월~2022년 4월) 동안 해외 무기를 구매한 경우는 4건에 2조4922억원이다. 구매 건수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1년 만에 문재인 정부를 3배 넘어선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달리 미국 외에도 이스라엘과 이탈리아로부터 무기를 사들였다(표1 <해외 무기체계 구매> 참조). (시사저널, 2023-10-21, 1775호,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3168)
윤정부는 1년 만에 문재인 정부의 3배 넘는 비용을 ‘국방비’에 썼다. 대북용 무기가 대부분이라고 하던데, 대북 강경노선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건 바로 이 정부다. 북한을 자극하고, 더 많은 비용을 무기를 사는 데 쓴다. ‘딱’ 바보 같은 일이다. 아니라고 할 사람? 미국 무기상 아니라면 그 누구인가.
국내 정치인 중에 기본소득에 제일 적극적인 사람은 이재명이고, 경기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기본소득 개념을 적용해 청년 배당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2023년 7월 18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종환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17명이 지난달 발의한 ‘성남시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됐다. 재적 의원 34명 중 민주당 의원 16명은 전원이 반대했으나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모두 찬성해 통과됐다. 시의회가 가결한 폐지 조례안이 공포 절차를 밟게 되면서 성남시의 청년기본소득 사업은 내년 1월부터 전면 중단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71909480001202, 한국일보,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