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이나 전기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고, 두께의 압박을 이겨내려면 위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수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자서전 같은 경우 이런 표현이 자주 나온다. 그날 밤, 내가 미국의 누구누구를 만나 간곡하게 설득했다. 이런 설득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러저러한 위기를 내가 막아냈다. 그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좀 뜨악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걸 안다. 자서전이라 그럴 수도 있고, 그분의 성격이 그런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애정하는 마음이 훨씬 더 크니까, 굵직굵직한 한국사의 장면마다 이분이 활약하셨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에는 잡스가 인정한 유일한 전기인데 천재는 기인이다라는 생각을 확인하게 하는 면이 있다. 애플의 설립과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한 다양한 도전 이야기 중에서도 병원 입원 중에 짜증을 내다 못해 의사와 싸웠던 에피소드만 기억에 남는다.

 


『수전 손택』은 어떤 전기보다 읽는 맛이 있었다. 손택이라는 매혹적인 인물이 주인공이기도 했지만, 글 자체의 매력 또한 못지않았다.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도 기억에 남는다. 삶과 죽음을, 특별히 자살을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분명한데도, 나는 그녀의 죽음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질병의 악화와 악화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주요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두려움이 가장 컸을지 몰라도, 폭격으로 인해 영국에 살았던 울프가 느꼈던 공포와 유대인 남편의 안위에 대한 걱정 또한 큰 부분을 차지했음을 알게 됐다. 극단적으로 가정했을 경우, 그녀의 정신적 징후와 발병이 지속되었더라도 전쟁의 기운이 그처럼 강력하게 그녀를 사로잡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녀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보부아르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빨리 읽고 싶기도 하고 아껴 읽고 싶기도 한, 그야말로 좋은 책의 조건을 갖춘 책이다. 딸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충분히 교육받았던 영특한 아이가, 화제의 중심에서 사람들의 선망과 호기심의 대상이었으며, 학문적 성취가 예상되었던 똑똑한 여성 보부아르가. 여성에 대해 고민했는가.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왜 고민하게 되었던가.



 

보부아르는 동세대에서 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수준 높은 철학 교육을 받았지만 삼십 대 후반에 여성이라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라는 문제에 천착하면서부터 자기가 발견한 것들에 충격을 받았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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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03-04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대중 자서전...저희집 서가에 몇년 째 모셔만 두고 있는 저로서는 단발머리님께서 세세한 에피소드를 기억하실 정도 정독하시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네요. 그래서 두꺼웠나봅니다..소개해주신 책들 다 읽고 싶은데, 그 중에서도 버지니아 울프에 우선 찜!

단발머리 2021-03-04 20:26   좋아요 1 | URL
세세히는 아니구요 ㅎㅎㅎ 제가 김대중 대통령님 좋아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만나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박학다식하셔서 옆사람에게 마이크 안 주는 스타일이신걸로, 전 알고 있어요.
참고로 위의 버지니아 울프 책은 무척 얇은 책이랍니다. 그게 강점이라면 강점이네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03-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얇다하시니, 핑계댈 거리도 더 이상 없겠군요! ^^ 찜만하고 미루기 핑계 NO!^^좋은 저녁 보내시기를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1-03-15 18:29   좋아요 0 | URL
댓글이 늦었어요 ㅠㅠㅠ 북사랑님 덕분에 전 좋은 저녁을 보냈답니다.
북사랑님도 오늘 밤 좋은 저녁 되시어요!!!

바람돌이 2021-03-0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 수전손택, 버지니아 울프
아 정말 보관함에 넣어놓고 주문할 때마다 아 나는 지금 쌓아놓은 저 두꺼운 책들을 먼저 읽어야 돼. 저 책들도 너무 두꺼워 이러면서 손가락을 부여잡고 말리고 있어요. ㅎㅎ 그래도 올해가 가기전에는 읽을 예정이랍니다. ^^

단발머리 2021-03-15 18:31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언니들 3종 세트네요.
저도 올해는 울프 작품을 한 달에 한 권씩 읽으려 했는데, 2월에 못 읽었고 3월에도 이렇게 미루고만 있네요. 바람돌이님처럼 저도 올해가 가기 전에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