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확신한다. 70쪽 아니, 105쪽 아니, 118쪽까지는 이해하고 있었다고, 이 책을 잘 따라가고 있었다고.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일들로 가득하고, 가끔 혹은 자주, 우리가 잘 모르는 일들은 우리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에게 부담을 남겨 준다. 이렇게.
기억이라는 것이 형식적인 측면에서 사용하는 용어라면, 관념은 기억의 내용물들을 가리킵니다. 기억이건 관념이건, 이것을 통합적으로 ‘표상representation’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 기억, 관념, 표상이 하나의 축이라면, 또 다른 축에는 정동과 관련된 계열의 어휘들이 있습니다. 쾌락, 불쾌, 불안, 흥분, 긴장, 에너지, 축적, 방출 등의 어휘들이 하나의 세트를 이루면서 작동합니다. (70쪽)
언어학적인 축에 속하는 기억, 표상, 관념은 지형학적 관점이고, 정동의 축인 쾌락, 불안, 흥분은 경제학적 관념, 동력학적 관점이 된다,가 도대체 무슨 말이냐!
니체가 제창한 시대정신의 입장에서 보건대, 무의식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는 무엇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어두운 내면이야말로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밝은 측면은 누구나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 어두운 면을 지닌다. 이 점에서는 모두 같고, 저 점에서는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면인가, 저런 면인가. (183/451)
결국 나는 양자오에게 도움을 청했고, 『꿈의 해석을 읽다』를 다시 읽었다. 프로이트 읽기, 프로이트 개론서 읽기로 시작했으나, 점점 더 양자오가 좋아진다. 무의식이야말로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문장과,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이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자신을 모른다는 깨달음, 그 발견이 바로 프로이트의 위대함 포인트임을 명랑하게 확인하고.
이틀간의 중간고사를 마친 아롱이는 야호!를. 이 책을 마친 나는 이야호!를 외친다.
야호! 이야호!!
브로이어가 안나 O와의 전이적인 사랑 앞에서 두려워 발을 뺌으로써 정신분석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면, 융은 전이적인 사랑에 굴복함으로써 내적인 갈등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 갈등의 결과 자신이 발견한 무의식의 진리에 눈을 감게 됨으로써 정신분석의 항로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됩니다. - P29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이후 성욕에 관한 논의는 프로이트가 성적인 것을 확장하는 과정입니다. 즉, 성적인 것을 단순히 성적인 것에 한정하지 않고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죠. 여러 가지 수준에서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가령 프로이트는 성적인 것을 성 기관의 결합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성적인 것을 성 기관이 아닌 다른 기관의 활동에까지 확장시키는 것이죠. 우리의 육체에는 성적인 결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다른 기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입이라든가 항문은 애초에 성적인 기관이 아니었죠. 그런데 그런 기관이 성적인 기관이 될 수 있다는 것, 지금은 너무나 친숙한 주장이지만 그 당시엔 아주 놀라운 주장이 아닐 수 없었죠.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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