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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 여인숙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평점 :
토요일 오후부터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자메이카 여인숙』을 읽었다. 밤에는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서 바람도 불었다. 바람에 거실 블라인드 끝부분이 흔들리면서 창문 손잡이에 닿아 밤새 딱딱 소리를 내었다. 꿈 속에서 딱딱, 딱딱.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면 다시 딱딱, 딱딱.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주일에도 비가 내렸다. 메리가 가로질렀던 황야를 상상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메리를 물에 빠진 생쥐처럼 홀딱 젖게 만든 비를 상상하는 일은 쉬웠다. 메리가 보드민 황야를 가로질러 자메이카 여인숙에 도착한 날에도 비와 안개 속에서 폭풍우가 내리쳤다.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메리 옐렌은 스물 셋. 같이 살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유일한 피붙이 페이션스 이모를 찾아가라 유언을 남기고 그녀는 농장을 정리하고 이모를 찾아 정든 집을 나선다. 이모가 사는 마을 근처에서 목적지가 ‘자메이카 여인숙’이라고 말하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이내 메리를 불편하게 대하고, 메리는 드디어 귀곡산장과 같은 ‘자메이카 여인숙’에 도착한다.
어젯밤 345쪽을 읽고 있을 때였다. 예상과 다른 전개에 주인공 메리도, 독자인 나도, “어떻게 해? 어쩌면 좋아!”를 말했던 게 벌써 다섯 번째였다. 이 소설은 438쪽에서 끝이 나는데, 도대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다. 결국 메리는 자메이카 여인숙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황야의 귀곡산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진짜 범인은 그 사람일까. 빗 속에서 메리에게 키스했던 낯선 갈색머리 남자는 다시 돌아올까. 궁금하면 500원. 아니지. 궁금하면 12,600원. 이북은 9,800원.
황야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황량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이 황야는 군데군데 뚫린 작은 오솔길과 지평선에 솟은 몇몇 높은 봉우리를 제외하면 태고의 광막한 사막과도 같았다. … 어디서 오는지 모를 이상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이 풀잎 위로 스쳐 지나가면 풀은 몸서리를 쳤다. 그러다가 움푹 파인 돌 위에 고인 빗물을 핥고 지나가면 수면에는 작은 물결이 찰랑거렸다. 폭풍이 노호할 때면 거센 바람은 돌 틈바귀에서 메아리치고 긴 신음 소리가 되었다가 사라졌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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